현대 한국 사회의 교육과 공자의 교육
2022101252 철학과 하봄이
“재원아 너는 진짜로 뭐가 하고 싶니?” 내가 나에게서 과외를 받는 학생에서 건넨 질문이다. 영어 단어를 외워서 오라고 해도 외우는 둥 마는 둥, 천천히 느릿느릿 문제를 풀고 숙제도 해오지 않아 정말 궁금해서 물어봤다. 이 질문에 재원이는 바로 “공무원이요.”라고 대답했다. 글을 쓰고 싶다 혹은 기술을 배우고 싶다 등의 대답을 기대했던 나는 공무원이라는 대답에 대놓고 한숨은 쉬지 못하고 마음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다시 한번 “왜 공무원이 하고 싶어 네가 정말 하고 싶은 건 없어?” 하고 묻자 “그게 좋잖아요? 하고 싶은 건 딱히... 그냥 만화나 유튜브 보는 게 좋아요.”라고 대답했다. 영어 성적이 좋지 않았던 학생이라 수업을 계속해서 진행했어야 하지만 위의 대답을 듣는 순간 수업을 할 수가 없었다. 그날은 수업 진행보다는 일단 당장에 현실적인 진로 설정에 대한 고민과 함께,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든 생각이라도 해야한다는 내용의 조언으로 시간을 보냈다.
나는 항상 수업을 진행할 때 단순히 영어 문법에 대한 해설과 단순 독해만을 하지 않는다. 이 글에서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를 다른 비유와 함께 들어 설명하고 무엇을 알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대학 입시 생각에 정신이 없을 터였지만 이렇게라도 생각을 넓히는 기회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시작한 수업 방식이다. 하지만 항상 의문이 든다. 내가 진행하는 이 방식이 대학 입시를 코앞에 둔 학생에게 도움이 되는 방식일까? 과외를 하는 목표가 대학에 가기 위해 도움을 받는 것인데 이 방식이 옳은가? 나는 이 학생에게 지금 도움이 되고 있는가?
현재 한국의 교육제도는 대학 입시 위주의 경쟁 체제가 중심이 되고 있다. 수능에서 좀 더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문제를 빨리 푸는 기술과 주입식 교육을 통한 암기력 향상이 한국 교육에서의 핵심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이러한 교육 방식을 택하고 있음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종종 TV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명문대를 나온 연예인들이 ‘난 주입식 교육이 낳은 괴물이다’라며 자학하면서 은근슬쩍 으스대기도 한다. MBC의 ‘선을 넘은 녀석들’이라는 프로그램에서는 삼별초의 최후 항쟁지인 제주의 흔적을 찾아가는 내용의 에피소드에서 전현무는 ‘주입식 교육으로 외우기만 했었지 그게 무슨 의미이고 왜 그러했는지 이제 알았고 부끄럽다.’라 말하기도 했었다.
주입식 교육은 단순히 암기력만을 향상할 뿐 자신의 의견 즉, 주관에 대해 생각해보지는 않는다. 우리는 수많은 정보 속에서 살아간다. 이 속에서 정말 필요하고 중요한 정보를 뽑아내어 재구성하고 자신의 의견을 덧붙일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교육 방식으로는 그렇게 하기는 다소 무리가 있다. 단순히 교과서에서 옳다 그르다 하는 것을 믿고 따라갈 뿐이다. 가치가 단순히 옳고 그름으로 판단되는 사회는 건전한 사회가 될 수 없다. 한 시인이 수능에 나온 자신의 시와 관련한 문제도 풀지 못하고 자신의 답이 틀렸다는 소리를 듣는 사회가 한국 사회이다.
우리는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지만 가치라는 것은 단순히 흑백논리로 설명될 수 없다. 이분법적으로 사고하는 순간 건강한 사회로 나아가지 못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정치계의 상황을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국민들 대부분은 여당과 야당, 빨강과 파랑만이 존재하는 듯이 살아가고 소수 정당들의 의견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투표 결과에서도 볼 수 있듯이 대부분 빨강색의 그 당 아니면 파란색의 그 당만을 뽑으려 한다. 옳고 그름의 흑백논리와 매우 유사하다. 이는 사회를 극과 극으로 대립시킬 뿐이다.
현재의 교육제도는 고대 공자 시절의 교육 정신을 이어받지 못하고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 공자의 교육 정신에 대해 고대의 교육제도가 얼마나 견고하고 발전되어 있고를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교육의 목표와 정신, 그리고 그것을 향해 나아가는 방법론을 의미한다. 공자의 교육 목표와 방법은 논어를 통해서 잘 드러난다. 논어 속 공자의 교육 이념은 교육을 통해 참된 사람을 만들어 이들을 통해 인이 잘 구현된 사회를 이룩하는 것에 있다. 즉 궁극적인 교육 목표는 한 개인을 군자로 만드는 일이다. 군자가 되기 위한 방법으로 수신과 교육 그리고 정치에 관한 내용을 논어에서는 많이 언급한다. 왜 공부를 하는지에 대한 물음에 단순히 공무원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한국 사회는 공자의 교육 목표와 정신을 망각한 듯 보인다.
공자는 군자라는 인간상을 만들어 사회에 이바지함에 목표를 두었기에 현재의 한국 교육과는 방법론적인 측면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공자는 논어 속에서 단순히 알아라, 외워라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각각의 제자들이 어떤 앎을 가지고 있는지를 파악하고 질문과 응답이라는 대화 형식을 통해 각자에게 맞는 지혜와 지식을 일깨워준다. 논어의 위정편에서 공자는 효도에 대한 물음에 개인들의 사정에 따라 대답을 달리한다. 맹무백에게는 아프지 않는게 효도라고 했고, 자유에게는 공경심을 지녀야 한다고 하고, 자하에게는 얼굴빛을 잘 가지라 말하였다. 또한 “도를 들으면 바로 행해야 합니까” 하는 질문에 공자는 자로에게는 “부모에게 여쭤보고 행하라”고 답한 반면, 염유에게는 “즉시 행하라”고 답한다. 이는 조급하고 행동이 앞서는 자로에게는 신중을 요구한 것이고, 반대로 한번 떨어져 행동하는 염유에게는 재지 말고 바로 실천하라고 이른 것이다.
이런 공자의 교육 방식은 한국보다는 유럽의 토론식 교육 방식과 서술형 방식에 더 가깝다. 초등학생 때부터 유럽의 학생들은 어떤 한 문제에 관해 자신의 의견을 사고하고 말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받는다. 예를 들어 독일의 경우 초등학교인 Grundschule 졸업 이후 Hauptschule와 Realschule, Gymnasium, Gesamtschule 이라는 4종류의 학교에 진학할 수 있는 선택권이 주어진다. 각자 기술을 더 위주로 배우고 싶은지, 어떤 교육 방식을 선택하고 싶은지에 대한 본인들의 결정으로 학교에 진학한다. 여기서 교사는 모두 토론식의 교육 방식을 채택하며 여기서 교사의 개입이 일정 이상으로 커질 경우 제재를 받는다. 스스로 생각하고 대화를 통해 답을 이끌어 내는 방식은 각자에게 무엇이 더 맞는 답인지, 어떤 가치가 각 상황에서 더 우선시 되는지를 판단하게 한다. 이는 앞에서 말한 개인의 교육 방식과 유사하다. 물론 유럽의 교육제도와 방식이 모두 옳다고 할 수는 없다. 그들의 교육 방식에도 단점이 존재하지만 비교를 통해 한국 교육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함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바뀌는 것 중 하나가 교육제도이다. 교과서 개정, 교육 의무 시간, 교육 방식 등은 정권에 따라 조금씩 변화한다. 그중 최근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고등학교 자유학기제이다. 하지만 이것 또한 현재 한국에서 적용이 될만한지에 대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실 아무리 방식을 바꾼다고 해도 교육의 진정한 가치과 목표를 제대로 설정하지 않는 한 제자리 걸음일 수 밖에 없다. 대학교 입시가 목표가 아닌, 공무원이 되는 것이 목표가 아닌 교육이 되어야만 한다. 여기서 공자의 교육 목표를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개개인이 군자가 되어 사회를 인하게 만드는 것. 이는 즉 잘 사는 것이다. 이러한 교육 목표를 가진다면 자연스레 방법론적인 부분에서도 변화가 있게 될 것이다. 학생의 대답에서 더 이상 “그냥 공부하는데요.”, “공무원 하려고요.”라는 대답이 아닌 ‘무엇을 하고 싶고 이것이 좋다.’라는 대답을 들을 수 있는 사회로 변화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첫댓글 덜 익은 제자를 두어 고민 되겠습니다만 덕분에 글을 쉽게 시작할 수 있었네요. 위로부터 보내요. 오히려 공무원이 박봉에 근무조건이 좋지 않다고 해서 점점 공무원 희망하는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는데, 아직 그렇지 않은 순수한 제자를 두었다고 생각해요. 물론 "만화나 유튜브" 보기에 적합한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생각한 거라면 따끔하게 가르쳐야 하겠지만 말이죠. 우리는 다양성을 추종하는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데 좌절하게 되지요. 각자의 요구가 반영될 수 있는 이상적인 사회를 꿈꾸지만 오히려 다양성을 잃어버리고 획일화될 뿐 아니라 과제물에서 표현한대로 양극화되는 현상을 목도하게 되니까요. 빨간색과 파란색 사이에 얼마나 많은 색이 있고, 빨간색은 빨간색대로 파란색을 파란색대로 얼마나 많은 차이가 있는데, 우리는 그걸 단숨에 양극화시켜버리죠. 공자의 교육철학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선행연구가 나와 있답니다. "자유학기제"도 성공하려면 입시 중심의 교육에서 탈피해야 하고, 그보다는 사회 전반이 무한경쟁에서 벗어나야 하겠지요. 좋은 생각 잘 읽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