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겨울나기 준비를 위해 수리점을 찾았다.
오늘은 자동차 하부 오일 스프레이를 하는 날이다.
오랜 단골 자동차 수리점이 사정상 몇 개월 문을 닫게 되어 다른 수리점을 이용하게 되었는데 2시간 반이나 걸린다고 한다.
이렇게 늘어질 것을 예상하지 못했으니 기다릴 생각에 언짢아진다.
어떤 사물과 현상을 대할 때
좋다, 밉다, 늦다, 빠르다와 같은 표현은 일견 맞는 듯 하지만 실체적인 사실과는 다른 경우가 많다.
단지 사사롭고 주관적인 감정과 느낌을 객관적 형용인 것처럼 착각을 하게 되는데
지금 언짢아진 마음이 그런 경우일 것이다.
건너편에 보이는 커피점에서 2시간 반을 기다려야 하겠다.
얆은 옷차림이라 목덜미가 으슬거려 햇볕 쬐이는 커피점의 창가에 앉았더니 아늑해서 노곤하다.
이쁘장하고 눈이 큼직한 젊은 여인이 보이고
노란 작업복의 노동자도 있다.
한 무더기의 직장 동료들
구레나룻이 얼굴을 반쯤 덮은 사나이
목발을 짚었는데 엉덩이가 실해서 건강해 보이는 아주머니
입안 가득 도넛을 털어 넣는 청년까지
흑인 사내, 백인 아지매,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쉴 새 없이 회전문을 드나들고 뜨거운 커피통을 연신 비워내는 카운터 아가씨는 생기 넘치도록 세상은 바빠 보이는데,
한편에서는 있는 듯 없는 듯
하얗게 머리 바랜 할머니 한분이 소일거리로 낱말 맞추기 책자를 펼쳐놓고 있다.
머리카락이 한올도 없는 영감님도
머리 희끗한 노부부도 커피에 도넛 몇 개 펼쳐놓고 별말이 없다.
나 역시 커피 한잔 받아 들고 이들의 옆자리에 비스듬히 앉아서 연신 하품을 하며 커피점의 일회용 휴지에 낙서를 한다.
삶은 찬란하고 화려하기보다는 작은 것들로 차곡차곡 쌓여 이루어진 것일 텐데
살아가는 것에 대한 진지함과 긍정적인 시선을 거두어 들이고 이제 이렇게들 우두커니 앉았으니~~
시간이 참 많이 흘렀다.
어느 글에서 피천득 선생은
'또 한 해가 가는구나, 세월이 빨라서가 아니라 인생이 유한하여 이런 말을 하게 된다며 새색시가 김장 삼십 번만 담그면 할머니가 되고 마는 인생'이라고 했다.
남은 햇수가 적어질수록 시간이 더 빨리 흐른다는 지적처럼
아름답고 사랑스러웠던 순간들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왔다가 그렇게 빨리 흘렀고
어느새 하루가 다르게 추워져 또 한해의 겨울이 저만치에서 달려오고 있다.
출입문을 바쁘게 드나드는 다양한 사람들을 바라보며
비록 많은 시간이 내게서 흘렀지만,
서로의 마음을 체취처럼 느끼고 다른 이들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오늘 읽었던 시구처럼
나 헛되게 사는게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지만, 그건 아직도 쉽지 않은 일이다 ~~~~
겨울이 빠르게 달려오고 있다.
첫댓글 오늘 그 지루함의 그 시간속에서 얻고 깨달은것이
있었다면 그 시간은 결코 헛됨이 아니었겠지요?
그곳은 벌써 월동준비로 들어가야 하는군요.
올 겨울 몸도 마음도 따스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
아직 그렇게 춥진 않아요.
아녜스님도 겨울 잘 나세요
기다리는 시간은 지루하니 ᆢ억지로 시간이 느리게 감을 느끼게 되었군요. 겨울준비로 그곳에서도 김장을 담구는지 궁금합니다
김장은 은퇴후에 몇번 했었는데 올해는 집안일로 못했습니다.
시원하고 아삭거리던 김장김치가 그립네요
오랫만이네요.
I shall not live in vain ~
많은 사람들 속에 살면서 그러길 바랍니다.
네,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시구같은 그런 삶이라면 괜찮겠습니다.
겨울이 성큼 다가옵니다.
언제나 처럼,
계절은 빨리 지나가는데,
기다림을 해야 하는 시간은 지루하지요.
겨울 준비로 밖에 둔 화분을 깨끗이 닦아서
집으로 들여 놓았지요.
별일 아닌 일이지만, 마음이 개운합니다.
일주일 이상 보이지 않으면 사돈의 팔촌도 아닌데
걱정이 되니 댓글에라도 나타나시면 좋겠습니다.
괜한 인사로 하는 말은 아닙니다.
화분들여 놓으면 큰일 한듯 마음이 놓이지요.
벌써 추워진다는 뉴스 보았습니다. 겨울 채비 빠짐없으시길요. 고맙습니다
나 고등학교 때 교과서에서 본 메모광 이라는 글이 생각 납니당
막간을 이용해서 수기로 낙서? 아니지요 좋은 글이지요
그렇게 즉흥적으로 글을 쓸 능력이 있는 단풍님이 존경스럽습니당
충성 우하하하하하
저는 메모를 거의 하지 않는 편입니디.
시간 날때마다 사람들이 휴대폰에 열중하는게 그리 좋아 보이지도 않더군요~
커피점 휴지에 이렇듯 아름다운
낙서를 하시다니요.
역시 단풍 님은 다르십니다.
남은 날을 알 수 없기에
때론 더 다급함을 느낄 때도 있습니다.
젊었을때는 내일 죽는다 해도
천년만년 살 것 같았는데
이제는 남은 날이 얼마가 될 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자주합니다.
황급히 다가오는 겨울 채비하느라
얼마 안 되는 김장도 마쳤답니다.
단풍님 글보니 반가워서 주저리주저리
수다를 떨었습니다.
글 잘 읽고 갑니다.
자주 들러 재밋는 이야기 해야 하는데 오늘 글은 그러질 못했어요.
여긴 11월 치고는 아직 견딜만해서 다행입니다.
김장 하셨군요. 얼마전에 유투브에서 노인 부부만 사는 집인데 김장 200포기 하는 장면을 방영해서 놀랬습니다.
제 오랜 바램중 하나는 금방 담아서 아삭아삭거리고 시원한 김장김치 한번 먹는 것인데요 ~~~
종이냅킨에 씌어진 글씨에서
머리 속을 프린팅 할 바탕 대신
담배갑 은박지에 그림 그린 어느 화가
흰셔츠 소매에 다섯줄 긋고 음표 그린
영화 속 어느 작곡가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저 노랫말은 시대가 바뀐 지금에도
진리스럽게 마음에 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