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입김 강한 지역정서 감안할 때 우리 시대 ‘독립운동가 중의 독립운동가’
우파 정당이라면 자유-시장의 가치 지키기 위해 고생한 분들 우대해야
헌신과 희생에 합당한 보상 정착되면 호남의 정치풍토도 달라지지 않을까?
한국에서 노동경제학은 좌파의 입김이 압도적으로 강한 분야다. 얼마 전 정년퇴임을 맞은 남성일 서강대 교수는 학계의 이런 풍토에 정면으로 맞서온 독보적인 자유우파 성향 노동경제학자로 꼽힌다. 대학 강단에서는 물론이고 공개 세미나와 언론 칼럼을 통해 노동시장에서 당사자간 자유선택의 원칙을 일관되게 강조했다. 당사자 선택에 대한 노동규제는 일자리만 없애고 국민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린다고 경고했다. 민노총으로 대표되는 강성 노조가 근로자 보호단체라기보다는 실제로는 정치적 권력기구 성격이 짙다는 점도 역설했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나의 영혼을 담았다”라고 했을 만큼 애착을 갖고 만든 노사정위원회의 문제점을 강도높게 비판하면서 “노사정위를 없애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남 교수는 전남 강진 출신이다.
한국의 현실 정치를 파악하는데 있어 핵심적 변수는 지역과 이념이다. 영남과 충청, 강원 지역의 경우 과거보다 좌파의 영향력이 커졌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막연하나마 우파 정서가 우세한 편이다. 반면 호남은 전교조 민노총 등 강성 좌파가 다른 어떤 지역보다도 득세하고 우파 정당에 대한 반감이 강한 지역이다. 박정희 정권의 공화당은 물론이고 전두환 정권의 민정당도 호남에서 상당한 득표를 하면서 많은 국회의원을 배출했지만 DJ의 ‘황색 돌풍’이 몰아친 1987년 대선과 1988년 총선 이후 30년 이상 우파 성향 정당과 정치인은 발을 붙이기도 어려운 ‘정치적 불모지역’으로 변모했다. 강성좌파 성향의 문재인 정부가 집권 2년 만에 경제와 외교안보 등 국정의 핵심 분야에서 대한민국을 초스피드로 추락시키고 있는데도 여론조사에서 여전히 40%대의 지지율을 유지하는 결정적 원동력도 좌파와 호남이라는 버팀목에 힘입은 바 크다. 문 정권 출범 후 정부와 공공기관 고위직 인사에서 노골적인 호남 편중인사가 두드러진 것도 호남에서의 정치적 지지를 유지하기 위한 성격이 짙다.
좌파의 입김이 강력하고 우파가 설 자리가 없는 이 지역의 정치 환경을 감안할 때 호남이 고향인 분들이 대한민국 헌법의 근본가치와 부합하는 자유우파의 기치(旗幟)를 분명히 내걸고 행동하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필자와 가까운 몇몇 호남 출신 자유우파 인사들은 중고교 동창이나 고향 친구들을 만났을 때 정치나 이념과 관련되는 내용이 화제에 오르면 이방인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흔히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권을 한국의 1기, 2기, 3기 좌파정권이라고 분류한다. 하지만 앞의 두 정권은 비교도 안 될 만큼 급진좌파 색채가 짙어졌고 ‘보수를 불태우기 위한’ 유무형의 압박이 기승을 부리는 현 정권에서 자유를 지키기 위해 소신 있게 발언하고 행동하는 호남 출신 우파는 우리 시대 ‘독립운동가 중의 독립운동가’로 비유할 만하다.
좌파가 득세하는 고향의 정치적 분위기에 휘둘리지 않고 자유와 시장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호남우파가 치열성과 투쟁력 면에서는 오히려 영남 등 다른 지역 우파를 압도하는 모습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 김상진 자유연대 사무총장, 최공재 영화감독 등이 대표적이다. 범(汎)정치권에서는 재선 의원 출신인 김경재 전 자유총연맹 총재와 1980년 ‘서울의 봄’ 당시 서울대 총학생회장이었던 심재철 의원도 이 범주에 포함할 수 있다.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최대집 회장은 우파 운동에 뛰어들지 않았다면 소위 ‘잘 나가는 의사’로 풍족하게 살았을 전문직 인사다. 그는 DJ 정권 시절 ‘성골 중의 성골’로 꼽히던 전남 목포가 고향이지만 아스팔트 우파 운동에 치열하게 뛰어들어 경제적으로는 적잖은 손해도 입었다. 언론의 허위-왜곡-과장 보도가 기승을 부리고 비겁한 정치인과 법조인들이 가세한 2016년과 2017년의 ‘사기성 졸속 탄핵 정변’ 때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약물에 취해 정상적 판단능력을 상실한 듯 몰아간 우리 사회 일각의 거짓 선동과 ‘박근혜 끌어내리기 광풍(狂風)’에 대해 의학적 전문성에 입각해 통렬한 비판을 가했다. 문재인 정권 출범 후인 작년 3월 제40대 대한의협 회장 선거에서 당선된 그는 이른바 ‘문재인 케어’의 문제점을 질타하면서 강도 높은 대(對)정부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최대집이 의협회장에 당선된 직후 부친이 전남 고흥 출신인 박성현 이선본 대표는 “최대집 의사는 DJ 정부 때부터 ‘열혈 아스팔트 투쟁’을 하느라 고생한 의사로 노무현 정부 말기 때는 사실상 파산하기도 했다. 통상 ‘성공한 개업의’들의 영역인 의협 회장에 그가 당선된 것은 일종의 기적으로 ‘작지만 큰 승리’다”라며 축하했다.
전남 함평 출신인 김상진 자유연대 사무총장도 대표적인 호남 아스팔트 우파 인사로 꼽힌다. 그는 현 정권 출범 후 서울중앙지검장에 파격적으로 기용돼 소위 ‘적폐수사’를 주도한 윤석열 현 검찰총장 내정자 집 앞에서 날계란 두 개를 들고 시위를 벌였다는 이유로 구속됐다가 구속적부심 심사에서 석방됐다. 김상진은 박원순 서울시장, 손석희 JTBC 대표이사 사장,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등 주요 좌파 인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규탄하는 시위나 소송에 적극 나섰다. 또 국민 혈세로 막대한 특혜를 받아온 5.18 가짜 유공자들을 가려내기 위해 유공자 명단과 공적조서를 공개할 것을 촉구하는 집회를 고향인 함평에서 가까운 광주에서 열어 주목받기도 했다.
한국 문화계 풍토가 대체로 그렇지만 영화계는 좌파 문화권력이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분야다. 이런 한국 영화계에서 이용남 김규민 감독과 함께 ‘천연기념물’ 수준의 우파 영화인으로 꼽히는 최공재 감독도 전남 나주 출신이다. 최 감독은 2014년 부산 국제영화에서 ‘다이빙벨’ 상영의 문제점을 정면으로 지적하는 공개 활동을 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이어 탄핵 정변 과정에서 드러난 대한민국의 총체적 문제점을 영상으로 폭로한 다큐멘터리 영화 ‘부역자들’ 1편부터 3편까지 연출과 제작을 맡아 성가(聲價)를 높였다. 그는 최근 자유영상 아카데미를 통한 후배 영화인 양성, 새로 개설한 유튜브 채널 ‘작당들 스튜디오’, 언론매체 칼럼 등을 통해 저질 좌파 문화권력에 맞서 자유를 지키는 ‘문화전쟁’의 중요성에 눈을 뜰 것을 거듭 역설하고 있다.
15대, 16대 국회의원을 지낸 전남 순천 출신의 김경재 전 자유총연맹 총재는 전두환 정권 시절 DJ의 미국 망명 생활을 도운 핵심 측근이었다. 그러나 DJ 정권 출범 후 DJ의 대북(對北) 밀사로 평양을 다녀온 뒤 북한 정권이 변하지 않는데도 이뤄지는 ‘맹목적 대북 퍼주기’에 반대하면서 DJ와 소원해졌다. 탄핵 정변 당시 과거 금배지를 다는 과정에서 박근혜의 도움을 받은 새누리당 국회의원 상당수가 박근혜의 등에 칼을 꽂거나 광풍(狂風)에 가까운 당시 분위기에 주눅 들어 눈치만 보는 가운데도 김경재는 가두집회에서 졸속 탄핵의 부당성을 지적하면서 자유민주주의의 위기를 경고하는 공개 연설을 잇달아 했다. 그는 최근 “DJ의 미망에서는 이제 완전히 벗어났느냐”는 필자의 질문에 “오래 모신 분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인간적 예의가 아니어서 말을 아끼지만 DJ의 문제점을 누구보다 속속들이 알고 있지 않겠나”라고 답했다.
앞에 소개한 주요 호남우파 인사들에 대해 사람마다 약간씩 평가가 다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부분이 개인적 판단과 다르더라도 그들이 자유의 핵심 가치를 지키기 위해 어렵고 힘든 길을 택해 싸우고 있는 그 결기와 헌신은 높이 평가할 필요가 있다. 호남의 일방적 지지를 정치적 기반으로 해서 득세하는 좌파세력은 그들의 '호남 장악'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호남우파를 그 누구보다도 눈엣가시로 여긴다. 좌파 진영의 경우 거의 쓰레기 수준의 흠결이 있어도 ‘투사’를 지켜주는 반면 우파 진영의 경우 사소한 이견이나 문제만 있어도 배척하고 매도하는 자세는 바람직하지 않다. 더구나 지금은 전체주의에 가까운 좌파 광풍이 몰아치는 시대가 아닌가.
사회적으로 알려진 인사들이 아니라도 자신의 분야에서 묵묵히 맡은 일을 하면서 살아온 분들 중에도 최근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걱정하면서 나름대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는 호남 출신 국민이 적지 않다. 가까운 사례만 들더라도 문재인 정권에서 자유독립언론 펜앤드마이크가 창간된 뒤 일반 독자나 시청자는 물론이고 자신의 피 같은 돈을 아낌없이 들여 주주나 유료 정기구독자로 참여해 회사 경영에 도움을 주는 호남 출신의 숨은 애국자도 상당수에 이른다. 펜앤드마이크를 각별히 아끼고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는 전남 출신의 어느 전직 기업 임원은 "문재인 정권의 실정(失政)이 갈수록 도를 넘으면서 호남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요즘 펜앤드마이크의 영향력 있는 칼럼 등을 고향의 지인들에게 보내주면 그 내용에 공감한다는 반응이 많다"고 전했다.
‘자유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조건들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 가운데 우파 정당이 사실상 맥을 못 추고 좌파 정치세력이 득세한 호남의 이념적 균형을 회복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당장의 정치 현실만 보면 과연 그런 날이 올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호남이 ‘좌파의 늪’에서 계속 벗어나지 못하면 호남도 불행하고 대한민국도 불행해진다.
그런 점에서 호남 출신 자유우파 인사들은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대한민국의 소중한 자산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호남의 우파 인사들에 대해서는 뜨거운 격려를 보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파 정당이 발을 붙이기도 어려운 호남의 투표 행태가 달라져야 한다는 문제의식에는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호남 지역이나 호남출신 인사들을 싸잡아 비난하거나 맹목적 반감을 표출하는 보수진영 일각의 극단적 행태는 정말 위험하다.
자유한국당으로 대표되는 우파 정당이라면 내년 총선 등 각종 선거에 출마할 후보자나, 우파정당이 추천권을 가진 각종 자리에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자유와 시장의 가치를 선명히 내걸고 싸워온 호남 우파 인사들을 각별히 배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는 다른 지역 출신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다만 뚜렷한 자유우파적 신념도 없는 기회주의적 인사들이나 ‘DJ의 미망’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인사들이 단지 호남 출신에 대한 지역 배려라는 이름으로 우대받는 관행은 과감히 깨뜨려야 한다.
춥고 배고픈 가운데 ‘좌파 광풍’과 싸우는 사람들은 따로 있고 ‘꿀단지’를 챙겨먹는 사람들은 또 따로 있는 것은 한국의 자유민주주의와 호남의 발전적 변모를 위해서 모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그런 식의 인사가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뼈아프게 경험하지 않았던가. 고향의 전반적 정치성향과 다르다는 이유로 다른 지역 사람들은 잘 느끼지 못하는 유무형의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대한민국 체제’를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싸우는 분들이 헌신과 희생에 합당한 보상을 받는 사례가 늘어나고 정착되면 호남의 정치 풍토도 점차 달라질 수 있다고 믿는다.
권순활 논설주간 ksh@pennmike.com
첫댓글 자유, 시장경제-우파의 가치다.
신념이 있는 분들을 모셔서 국회의원 만들자.
사이비는 필요없다.
옛 한나라당에 사이비가 1/3쯤 되보여,
튀는 발언한, 하태경, 남경필, 유승민, 복지 포플리즘은 모두 좌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