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찾아 온 기회를 살린 이들
1998년,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한 고질라(Godzilla)가 개봉되었습니다. 제작비를 고려하면 대작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나 그저 시간 때우기에나 적합한 졸작이었습니다. 당연히 혹평을 받았고 흥행도 실패했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국내에서는 평균 수준의 성적을 올렸다는 사실입니다. 기본적으로 흥행에 유리한 할리우드 작품이기도 했지만 영화 속에 등장한 의외의 장면이 크게 이슈화 된 덕도 일부 있었습니다.
[ 1998년에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한 고질라 스틸컷
원작에 출연한 일본 노배우가 한탄했을 정도의 졸작이었습니다 ]
어선의 잔해를 조사하는 장면에서 동원산업에 만든 참치 캔이 뚜렷하게 클로즈업 되어 나와 국내 관객들을 환호하게 만든 것이었습니다. 내용상으로 일본 회사의 참치 캔이 나왔어야 했는데, 소품 담당자의 실수로 동원 참치가 할리우드 영화에 전혀 예기치 않았던 등판을 한 것이었습니다. 불과 몇 초에 불과했지만 공짜로 PPL의 행운을 얻은 동원산업은 이를 이용해서 고질라에 나온 바로 그 참치라며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쳤습니다.
[ 영화 '고질라'에 등장한 동원 참치 캔
단종 된 제품이었으나 예상치 못한 인기에 힘입어 동원산업은 재생산했습니다 ]
최근에 비슷한 사례가 우리나라 영화 때문에 외국에서 벌어졌습니다.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기생충 속에 소품으로 쓰인 스페인의 보닐라 감자칩과 칠레의 비냐 모란데 와인이 유명세를 탄 것입니다. 이들은 영화의 구석구석을 신중히 살펴야 간신히 흔적을 알 수 정도이나 보닐라 감자칩은 판매가 20퍼센트 정도 늘어났고 비냐 모란데 와인은 트위터에 홍보했다가 칠레 국내에서 숟가락을 얻는 행위라고 비난을 받기도 했습니다.
[ 영화 '기생충' 속에 등장한 보닐라 감자칩
신경을 쓰지 않으면 존재를 알 수 없을 정도입니다 ]
20여 년의 시차가 있지만 우리가 외화에서 느꼈던 감정과 행동을 외국에서 국산 영화를 보고 따라하니 격세지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일부러 비싼 돈을 써가며 PPL도 하는 마당에 소비자에게 인상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이런 예상치 못한 호기를 기업이 제품 판매에 적극 이용한 것은 당연합니다. 사실 이러한 우연히 다가 온 기회를 사장시키지 않고 최대한 살리는 것도 순전히 기업의 능력입니다.
[ 바쁘다는 푸념과 달리 기업에게는 너무나 좋은 기회입니다 ]
생산과 소비가 극히 한정된 무기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무기는 정치, 외교적 변수에 따라 거래가 좌우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일단 성능이 좋아야 합니다. 그러나 설계상으로는 스펙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실전에서 사용되지 않는 한 성능을 완벽하게 검증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런데 인류사에 전쟁이 그친 적은 없음에도 ICBM, SLBM처럼 만들어 놓고 아직 실전에서 사용되지 않은 무기는 의외로 많습니다.
[ 명성과 달리 실전에서 실망스런 결과를 보여줘 퇴출 대상이 된 G36 소총 ]
따라서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추정할 수는 있으나 실제로 사용되었을 때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는 상상의 영역입니다. 비단 이와 같은 전략무기가 아니더라도 개발해 놓고 보유만 하다가 도태된 무기는 생각보다 흔합니다. 역설적이지만 무기는 비싼 돈을 들여 만들었어도 실전에서 사용되지 않고 시간이 지난 후 그냥 사라지는 것이 인류에게는 가장 좋습니다. ( 관련글 참조 ) 반대로 전쟁에서 예상치 못한 활약을 보여 판매에 성공한 경우도 있습니다.
[ 엑조세에 피격된 영국 구축함 셰필드
결국 화재를 진압하지 못하고 침몰합니다 ]
프랑스의 엑조세(Exocet) 대함미사일이 여기에 가장 부합되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엑조세가 최초의 대함미사일도 아니고 성능도 동 시대에 등장한 미국, 소련의 경쟁작들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뛰어나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1982년 발발한 포클랜드 전쟁에서 아르헨티나군이 발사한 엑조세가 영국의 최신 구축함 셰필드를 한 방에 격침시켜 버리는, 이른바 엑조세 쇼크라고 불리는 인상적인 전과를 남겼습니다. ( 관련글 참조 )
[ 예상 외의 전과에 엑조세는 상업적으로도 성공합니다 ]
이를 1967년 중동전쟁 중 있었던 스틱스 쇼크와 더불어 대함미사일의 효용성을 입증한 사건으로 기록되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당시 아르헨티나가 보유한 5발 중에서 제대로 된 전과를 올린 것은 이것뿐이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실전 사례가 흔하지 않다 보니 엑조세는 성능이상으로 명성을 얻은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프랑스는 동원산업이나 보닐라처럼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결국 엑조세는 상업적으로도 성공한 무기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
첫댓글 동원참치......그런 일화가 있었군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