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박은 걷는 춤인가. 대체로 그렇다 한다. 하지만 세상에 걷지 않는 춤이 어디있는가. 토요일 밥먹고 할 일도 없고 뭉개다가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다. 이게 무슨 논리가 착착맞는 얘기도 아니오 그저 흘러 지나가는 얘기일 뿐이다.
좌우지당간 지루박은 걷는 춤인가. 그렇지 않다. 지루박을 걷는 춤이라하는 것은 나는 백년 초등학교만 다니겠소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세상에 걷지 않는 춤은 없다. 왈츠도 그렇고 탱고도 마찬가지다. 발을 어찌 딛느냐의 문제이지 걷느냐 뛰느냐 하는 얘기는 애시당초 핀트부터 맞지 않는 얘기다.
지루박을 걷는 춤이라하는건 편의상 그리 부를 뿐이다. 걷되 예쁘게 그리고 멋있게 또 흥겹게 걸어야 하는게 지루박이다. 지루박의 가장 맹점이 뭔지 아는가. 그건 남자의 스텝이 이리저리 발을 옮기다 볼 일 다본다는데 있다. 그것만큼 보기 싫은 것도 없다. 그런데 그걸 느끼지 못한다. 그게 당연한 줄 안다. 아니 설사 안다할지라도 그저 걷지 않고서는 춤을 추기가 어렵다. 이리보면 그저 희망고문일 뿐이다.
하지만 지루박은 춤이다. 춤에서 발을 그저 옮긴다고 또는 걷는다고 춤이되지는 않는다. 발을 딛더라도 춤답게 디뎌야한다. 말은 그리하지만 사실 어찌춰야 그리되는지는 모른다. 그저 추다보면 어찌 되겠지하는 막연한 생각 뿐이다. 스텝도 춤다워야 스텝일 뿐이다. 복싱은 복싱대로의 스텝이 있고 춤은 춤다운 스텝을 밟아야 하는거다.
선배들이 지루박에 리듬을 타라는 얘기는 그저 어깨만 출렁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발부터 몸까지 춤다운 리듬을 타라는 것 아니겠는가. 지금 사교댄스 선생님 중에도 그리 추는 분들은 계신다. 하지만 우리가 동영상을 볼 때 그저 현란한 몸놀림만 눈에 들어오지 춤의 리듬이나 흥겨움은 잘보지 못한다. 그저 배우려는 욕심만 앞서서 스텝익히느라 볼 일 다보는거다.
지루박을 걷는 춤이라하지만 사실은 도는 춤이기도 하다. 여자가 돈다는 의미가 아니라 남자와 여자의 동선이 어울려 돌아간다는 의미다. 이리 춰야 춤이 아름답게 보인다. 이런 동작은 사실 걷는 동작은 아니다. 똑같은 동작을 하더라도 춤을 길게 뽑는 것과 가까이서 돌아나가는 건 느낌이 다르다.
춤을 말그대로 그저 걷는다고 생각하면 흥이 나지를 않는다. 아름답게 보이지도 않는다. 지루박을 백년춰도 오히려 하지 말아야 할 동작만 늘어놓고 있는 셈이다. 사실 지루박에서 리듬을 타고 또 동선을 아름답게 가져가는 걸 가르친다는건 어려운 일이다. 그건 배우는 사람 각자의 몫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저 발 놓는다고 다되는건 아니라는 말한마디라도 해 줄 필요는 있다. 그러면 각자 알아듣지 않겠는가. 그저 스텝밟는다고 춤이 되는 건 아니다.
첫댓글 여자하고 같이 걸어서 잼있어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