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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절도 모르는 한심한 韓팀
자유일보
전광수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 열기가 막바지에 다다랐다. 지난 16일 오전에는 청년최고위원 후보자 토론회가, 오후에는 당 대표 후보자 토론회가 진행됐다. 두 토론회에서 같은 질문이 나왔다. ‘대한민국 건국일이 언제인가’이다.
우선 청년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한 김정식 전 청년대변인이 진종오 후보에게 해당 질문을 했다. 잠시 생각에 잠긴 진종오 후보는 사전 준비한 것으로 보이는 자료를 참고삼아 "1948년 7월 17일 혹은 1948년 8월 15일"이라고 답변했다. 이를 지켜보던 김정식 후보는 제한된 시간에 쫓기면서도 안타깝다는 듯한 표정으로 마지못해 "훌륭하시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은 1948년 8월 15일에 건국됐다. 7월 17일은 대한민국 헌법(제헌 헌법)이 제정 공포된 것을 기념하는 날로, 아직 미군정에서 정권을 넘겨받지 못했던 때다. 우리는 1948년 8월 15일 미군정에게 정권을 넘겨받고 나서야 스스로 설 수 있게 됐다.
한동훈 당대표 후보는 원희룡 후보가 던진 같은 질문에 대답조차 하지 못한 채 "아, 이렇게 나오시네요"라며 오히려 화를 냈다. 화를 내야 할 사람이 국민인가 한 후보인가? 한 후보는 마지못해 "대한민국 제헌국회가 출범하면서 건국됐다고 생각한다"라면서도 구체적인 연도를 묻는 질문에는 "이런 식의 질문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제헌국회는 1948년 5월 10일 총선거로 구성된 최초의 의회다. 의회가 국정 운영의 주체가 될 수 없기에, 이날을 건국일이라 부르는 것은 무리가 있다.
좌파는 1919년 3월 1일을 건국일이라고 주장한다. 임시정부가 수립된 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시정부는 국가를 국가라고 부를 수 있는 최소 요건인 ‘국민·주권·영토’ 모두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상태였다. 또한 임시정부는 1923년 국민대표대회 실패로 사실상 일개 독립운동단체로 전락, 국가 차원의 대표성을 인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정치인이 자국의 역사적인 사건이나 기념일에 대해 알지 못하는, 혹은 대답하지 못하는 것은 그 교육적 배경이나 사상적·이념적 문제와 관련있을 수 있다. 그러나 건국일은 대한민국 건국의 정통성과 그 지향점을 어디에 두느냐 하는 문제로 귀결된다. 그렇기에 보수우파 진영이 좌파세력과 대립하는 역사이며, ‘보수·여당 대표’ 선출 과정 중 최소한의 후보자 검증을 위해 당연히 할 수 있는 질문이다.
보수정당을 개혁하겠다는 ‘팀 한동훈’은 보수우파가 지켜야 할 가치에 대해 얼마나 깊은 고민을 해봤을까. 딱하고 안타까운 심정이다. ‘그들’ 말고 ‘지지자들’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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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수 정의로운사람들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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