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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산책】배우 이승부, 그의 삶이 묻어난다 | ||||||||||||
연기인생 33년 기념 연극 ‘어떤 노배우…’서 주인공과의 18년 나이차 훌쩍 뛰어넘는 열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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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까지 청주 연극공간 문에서는 연극배우 이승부씨의 연기 인생 33년을 기념하기 위한 연극 ‘어떤 노배우의 마지막 연기’가 진행됐다. 무대 위에는 소파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늙은 배우 서 일. 죽은 아내가 남겨 놓은 점방에서 나오는 월세 30만원과 원로연극인들에게 주어지는 생활보조금 35만원으로 근근이 살아가는 신세다. 신주단지 모시듯 하는 1000여권의 대본, 실물보다도 크게 확대해 방에서 가장 잘 보이는 곳에 걸어 놓은 젊었을 적 사진이 연기와 젊음에 그의 집착을 짐작케 한다. 극은 시종일관 흘러가지만 커다란 극적 갈등은 일지 않는다. 결혼식 주례 청탁이 들어왔지만 주례가 갑자기 다른 사람으로 바뀌고, 같은 처지의 동료가 연극을 하자고 해서 연습을 하기도 하지만 공연은 취소되고, 우연히 들어온 연극상의 상금을 엉뚱한 신문기사 탓에 날려버리게 되고, 은근히 마음에 두고 있었던 시장댁은 금은방 주인에게 시집을 가 버리지만 단지 그 뿐이다. 서 일에게 일어난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은 정신없이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그저 그런 노인네의 넋두리에 불과한 것. 여기서 극의 비극성은 시작된다. TV 드라마를 좋아하는 시장댁과 TV드라마에 나가는 것은 예술인의 본분이 아니라는 서 일, 연기에 지나치게 몰입하는 대광과 연기에 감정이 없는(혹은 없다는) 서 일, 연극배우로서의 희망찬 앞날을 꿈꾸는 아들과 삼류배우의 마지막 길을 걷는 서 일… 그렇게 서 일은 가장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중간 지점을 찾지 못한 채 외로운 섬처럼 홀로 떠돈다. 한 사람, 한 사람, 눈과 눈을 맞춰가며 1시간20분 내내 대화 하듯 진행되는 극은 관객들에게는 조금 낯설고 불편하게 느껴진다. 그 불편함은 마지막에 가서 서 일의 죽음으로 극에 달한다. 원제는 ‘아카시아 흰 꽃은 바람에 날리고’. 감미롭고도 아련한 슬픔을 지닌 이 제목은 마지막 장면, 서 일의 죽음을 암시한 것. 희망 없는 삶과 그를 끝없는 나락으로 몰고 가는 절망을 이기지 못한 서 일이 자동차가 가득한 세상 속으로 몸을 던지며 작품은 비극으로 끝을 맺는다. 50세의 이승부씨는 극 중 서 일의 나이(68)에 맞추기 위해 자신의 인생을 훌쩍 뛰어 넘었다. 최근 강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역할을 주로 맡았던 이승부씨. 그는 이번 연극에서 고집과 자존심마저 주책으로 치부되는 힘 없고 무기력한 노인 그 자체였다. 듬성듬성 빠진 머리칼, 꾸부정한 어깨, 풍채보다 큰 양복에서 나이듦의 서글픔이 물씬 묻어났다. 18년의 나이차에도 불구하고 주인공 서 일은 배우 이승부씨를 떠올리게 한다. 사실 그의 인생 자체가 주인공인 노배우 서 일이 아닌가. 춥고 배고픈 천형을 지니고 태어난 지역 연극배우로서의 삶은 그에게 많은 것을 버리게 했던 것이다. 달동네에 끝에 위치한 전세 400만 원짜리 허름한 단칸방이라는 설정이지만 무대에서는 그 ‘허름함’이 그다지 도드라지게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 아쉽다. 대광역의 서홍원씨와 시장댁 등 1인3역을 맡은 서유정씨, 기자·청년역의 김영갑씨 등 조연들의 호연이 돋보였다. 아들역의 이종진씨는 역할에 비해 너무 열정적인 눈빛을 조금 거둬들여야 할 듯하다. 마지막 장면, 혼만 남은 서 일이 말한다. “막이 내리고 관객이 나가고 분장 지우고 옷 갈아입고 밖에 나가면 마음은 늘 썰렁했습니다. … 어찌 보면 인생이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늘 이런 썰렁함을 달래가며 걸어가는 긴 여정인지도 모릅니다. ” 안도와 탄식, 슬픔과 비참이 뒤섞인 얼굴로 관객에게 안녕을 고하는 서 일, 관객들의 가슴을 치는 이승부씨의 표정은 머릿속에서 쉬이 잊히지 않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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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크~~~~~~~~~~
조아라 기자가 연극의 촛점을 제대로 바라봤군요.. 청주지검에 있는 이쁜 여검사와 이름이 똑같네..
아...조아라...
감독님 팬이 또 하나 늘었네요.
기자 이름 값 하네요 조 아 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