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랑물이 흐르는 도로옆에는 차도 많이 지나가고 사람도 많이 지나가지만 금새 난 혼자다.그냥 난 어른이 아니고 도랑물이 흐르는 얕은 개천을 바라보며 쭈구려 앉아 있으니 난 그냥 어려진다. 도랑물안에는 푸른 물이끼가 흐느적 거리고 느닷없이 바람에 물결이 일렁이고 너무나 소소한 파장이 일어선 길게 줄을이은 풀들은 구경꾼이다. 난 짐짓 물안에 손가락을 넣어 보려 검지손가락을 바로 세운다. 11월이다. 난 검지가 탄산처럼 알싸하게 전율에 감기는것을 느낀다. 난 손바닥을 가을국화처럼 활짝 펴보이고는 다시 손을 집어 넣어 어지간히 물을 튕겨 본다. 순간 내 뒤에 차나 내뒤에 지나다기는 사람이 적지않이 눈치가 보여 힘든 시늉을 하며 물을 써걱써석 바지에 문딜러대고는 일어난다. 무릎이 불편해 좀 쉰척하며 주변을 눈꼽만큼도 시선을 주지 않고 곧바로 앞만 바라보고 걷는다. 바람에 머리칼이 뒤로 넘어진다. 난 곧 활짝 기분이 좋아져선 어린애가 된다. 노오란 은행잎을 맘껏 누리는 가을 막바지에 난 도랑물안에 얼 비친 동심을 기억한다.
첫댓글 화자가 도랑 앞에서 좋은 기분이었다는 것이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