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별이 되다 (송해 1927~2022) [신동욱 앵커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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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어린 툇마루에 손 흔들던 어머니, 길 떠나는 우리 아들 조심하거라"
그는 울보였습니다. 아흔 살이 넘도록, 70년 전 생이별한 어머니 얘기만 나오면 펑펑 울었습니다.
"그 소리 아득하니 벌써 칠십년…"
가슴에 묻은 자식도, 마르지 않는 눈물샘 이었습니다. 대학생이던 아들은 한남대교를 건너다 교통사고로 숨졌습니다. 그 뒤로 그는 한남대교로 다니지 못했습니다. 뺑소니 트럭도 잠깐 찾아다니다 말았습니다. "형편이 넉넉지 않을 텐데, 내가 그 사람을 찾으면 가족은 무슨 수로 사느냐"고 했지요.
그는 17년 동안 진행하던 교통 프로그램도 그만뒀습니다. "오늘도 안전운전 하자"는 오프닝 멘트가 차마 나오지 않았던 겁니다. 모진 슬픔에서 그를 건져낸 게 '전국 노래자랑' 이었습니다.
담당 PD가 "전국을 떠돌며 바람이나 쏘이자"고 해서 따라나선 길을 34년 한결같이 달려왔습니다. 그는 나팔꽃이었습니다.
"오후에 지는가 싶더니, 다음날 다시 밝게 피는 내 인생과 닮았다"고 했지요.
"나팔꽃 같은 내 인생 풍악소리 드높이고"
기라성 같은 동년배 스타들의 그늘에가려 지냈지만, 그들이 무대와 세상을 떠난 한참 뒤까지 현역 인생을 살며 날마다 꽃을 피웠습니다.
그는 구두쇠였습니다. 매니저도 없이 혼자 버스, 지하철 타며 걷는 건강법을 'BMW(bus metro walking)' 라고 불렀지요. 그러다 보니 늦은 밤 귀갓길에 봉변 당하기 일쑤였습니다. 취객이 "당신 같은 사람이 지하철을 타니 만원이지" 하며 삿대질하면 "죄송합니다" 하고 내려 다음 열차를 기다렸습니다.
그는 낙원동 뒷골목 대중탕과 실비 이발소를 다니며 몇 천원짜리 국밥을 즐겼습니다. 어떤 바지를 입든 혁대가 하나였지요.
하지만 그는 베푸는 사람이었습니다. 은퇴한 연예인들이 소일하는 사랑방을 30년 넘도록 꾸려 밥 사고 술 샀습니다. 연고가 없는 이가 숨지면 손수 장례를 치러주기도 했습니다.
"가진 건 없어도 행복한 인생. 나는 나는 나는 딴따라"
그는 천생 딴따라였습니다. "영원히 딴따라의 길을 가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인생은 결코 짧지 않다고, 마지막까지 즐겁게 일하다 조용히 숨을 둘 수 있다고 일깨워줬습니다.
송해 영감님이, 그립고 그립던 어머니께 돌아갔습니다. 형벌처럼 가슴에 품고 살았던 아들, 앞서 떠난 아내 곁으로 갔습니다. 하고많은 실향의 영혼들을 모아놓고 '천국 노래자랑'을 외치겠지요. 거기에 "땡"은 없고 "딩동댕"만 울려 퍼질겁니다.
6월 9일 앵커의 시선은 '하늘의 별이 되다' (송해 1927~2022) 였습니다.
[별이 된 영원한 오빠, 송해] 환한 웃음으로 마무리한 송해의 전국 노래자랑 마지막 방송 | KBS 220515 방송
https://www.youtube.com/watch?v=0dqEE5TlyHM
KBS Star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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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된 영원한 오빠, 송해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