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movieweek.co.kr/article/article.html?aid=21539
[남녀탐구생활③]서혜정 성우, “수식어 따위 없이, 그저 나는 성우!”
| 기사입력 2009-11-05 09:33
처음 하는 예능 프로그램
사실 예능 프로그램은 처음이에요. 예능 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기교를 많이 부리고, 엎어치고 메치고 자유자재로 변화해야 하는데 그게 안 되더라고요. 아마 ‘남녀탐구생활’도 그런 연예 버라이어티였다면 못한다고 했을 거예요. 물론 이 코너도 시작할 땐 굉장히 어려웠어요.
녹음을 먼저 하고 나중에 영상을 촬영하는 거니까. 그저 대본만 보고 감독님 따라 가는 거라 이게 산으로 가는 건지 바다로 가는 건지 감이 안 잡히더라고요. 게다가 성우란 직업이 감정을 전달하는 건데, 감정을 빼라니까 쉽게 빠지지도 않고. 그래서 초반엔 톤이 많이 흔들렸어요.
지금도 녹음하기 전에 톤 잡으려고 재방송도 보고 다시 보기도 보고 그래요. 생소한 어휘들은 전부 감독님께 여쭤보고 그 의미를 파악하는데, 문제는 금방 잊어먹는다는 거예요. 하하!
아들을 이해하게 만드는 코너
‘남녀탐구생활’ 하면서 정말 많이 웃었어요. 저도 내레이션 녹음한 뒤에 연기자들 연기가 덧입혀진 걸 나중에 보니까요. 이 코너는 정말 보고 또 봐도 재미있어요. 특히 전 ‘공중화장실’ 편에서 정가은 씨 보고 감탄했어요. 정말… 자신을 버렸더라고요. 대단하다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던데요. ‘남자’ 편에서 가장 공감 가는 건, ‘남자’ 정형돈 씨 엄마가 등장하는 부분이에요.
제가 열아홉 살 된 아들이 있는데, 이 코너 보면서 아들을 많이 이해하게 되더라고요. 아, 남자들은 원래 저렇구나, 우리 아들만 저런 게 아니구나 하는 느낌?(웃음) 내레이션하면서는 점차 제 애드리브도 넣어봤어요. ‘~요’로 끝나는 문구 사이사이에 한마디 치고 들어가는 대사 같은 게 제 애드리브예요. 그냥 죽 설명조로만 읽다 보니까 재미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애드리브를 하게 됐는데, 요즘은 그게 반응이 좋아서인지 아예 대본 때부터 작가 분들이 써주시더라고요. 그런 대사 톤은 예전에 제가 구사했던 캐릭터 목소리도 활용해 봐요. 이를테면 ‘운전’ 편에 나온 여자의 대사 같은 경우 애니메이션 <세일러문>에서 맡았던 세일러 마스의 목소리를 적용해 보는 식이죠.
인기에 연연하지 않는 고참
아들과 딸이 열심히 모니터링을 해줘요. 정말 인기는 인기인가 봐요. CF도 많이 들어오고 있거든요. 우선 라디오 <별이 빛나는 밤에>에서 ‘별밤탐구생활’이라고, ‘남녀탐구생활’ 톤으로 마무리 멘트하는 코너를 하게 됐고요. <지석진의 2시가 좋아>에서도 이 톤으로 퀴즈를 내요. 얼마 전엔 문근영 씨가 선전하는 떠먹는 요구르트 CF에도 참여했어요.(웃음)
저는 어지간하면 들어온 제의는 거절하지 않으려 해요. 특별히 저를 찾아주신 거니까요. 그리고 이제는 사회생활하면서 제가 흡수한 것들을 뿜어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기회가 닿는 대로 목소리 기부에 참여하려고 해요. 최근에는 뮤지컬 <영웅을 기다리며>에서 시청각 장애인들을 위한 무료 공연을 하는데 거기서 목소리 기부에 참여했어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오로지 성우
성우는 어릴 적부터 꿈이었어요. 고등학교 때 방송반에 들어갔는데 그 당시에 서금옥의 <이브의 연가>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이 있었거든요? 그거 들으면서 성우의 꿈을 키워갔죠. 사실 어릴 때부터 ‘목소리 좋다’는 소리를 들은 건 아니에요. 사람들이 오해하는 게, 성우가 그저 목소리만 좋은 사람은 아니거든요. 성우는 목소리 연기자예요. 저는 목소리 연기할 때 색깔을 생각해요.
멘트를 받으면, ‘아, 이 멘트는 노란색, 이 멘트는 파란색’ 하는 식으로 색을 입히는 거죠. 그래서 후배들한테 그래요. 우리는 목소리 디자이너이자 화가다. 목소리로 색을 입혀 그림을 그리는 거다, 라고요.(웃음) 스컬리 목소리의 경우는 아주 고급스러운 블루 톤으로 잡았었고, 지금 하는 ‘남녀탐구생활’ 내레이션 목소리는 세련된 그레이 톤으로 설정한 거죠.
이 직업은 정말 재미있어요. 제가 1982년에 입사해서 28년째 성우로 활동하고 있는 건 이 일을 행복하게 즐기기 때문이에요. 전 다시 태어나도 성우를 할 거거든요. 농담으로 후배들한테 말해요. 난 하늘이 내린 성우라고. 하하하! 근데, 정말 그래요. 성우로 태어나서 성우로 살다가 성우로 죽고 싶어요. 어떤 수식어도 필요 없이, 그저 서혜정 자체가 성우인 거죠.
2009-11-03 정수진 기자
첫댓글 정말 대단한 성우에요!! 혜정님 화이팅입니다!!!!!
혜정님 남녀탐구생활에서 넘 재밌으세요 롤러코스터 잘보고 있습니다.^^
역시 철저한 프로정신이 멋지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