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파트 공터, 길거리 등에서 하늘거리는 노란색 꽃을 흔히 볼 수 있다. 잘 살펴보면 조금씩 다른데 십중팔구 씀바귀, 고들빼기, 뽀리뱅이 중 하나일 것이다.
◆ 씀바귀는 4~6월에 꽃 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쓴맛이 있으나 이른 봄에 뿌리와 어린 순을 나물로 먹는다. 줄기와 잎을 뜯으면 흰즙(유액)이 나오는 것이 특징이다. 애기똥풀은 노란색, 피나물은 빨간색 유액이 나오는 것과 대조적이다.
노랑선씀바귀. 혀꽃이 25개 안팎이고 꽃술이 검은색이다.
그냥 씀바귀, 그러니까 오리지널 씀바귀는 의외로 흔하지 않다. 특히 서울 등 수도권에서는 보기 힘들다. 그냥 씀바귀는 혀꽃이 5~7개여서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수도권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노랑선씀바귀는 혀꽃이 25개 안팎이다. 노랑선씀바귀는 잎에 톱니가 있거나 깃꼴로 깊게 갈라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씀바귀. 혀꽃이 5~7장이다.
그냥 씀바귀 말고도 흰꽃(어쩌다 연한 자주색도 있다)이 피지만 줄기가 곧게 선 선씀바귀, 잎이 계란 모양인 좀씀바귀 등이 있다는 것도 알아두면 좋을 것이다. 특징이 뚜렷해 다른 종류에 비해 구분하기 쉬운 편이다.
좀씀바귀. 잎이 계란 모양으로 동글동글하다.
씀바귀는 내겐 특별한 꽃이다. 2003년 봄 예닐곱살 먹은 딸은 아파트 공터에 핀 노란 꽃들을 가리키며 “아빠, 이게 무슨 꽃이야?”라고 물었다. 연두색 잎 사이에서 올라온 꽃대에서 노란 꽃들이 봄바람에 살랑거리고 있었다. 나는 당시 그것이 무슨 꽃인지 알 길이 없었다.
“나중에 알려주마”라고 얼버무리며 넘어갔지만 한창 호기심이 많은 딸은 그 후에도 계속 같은 질문을 했다. 그만큼 길거리에 흔하고 눈에 잘 띄는 꽃이기도 했다. 어쩔 수 없이 ‘야생화 쉽게 찾기’ 등 꽃에 대한 책들을 사서 공부하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그 꽃은 씀바귀, 정확히는 노랑선씀바귀였다. 그렇게 꽃 공부를 시작해 야생화 등 식물을 하나씩 알아가고 있다.
씀바귀와 비슷한 꽃이 피는 고들빼기도 있다. 씀바귀와 자라는 시기와 장소는 물론 꽃도 비슷하게 생겼다. 하지만 고들빼기는 잎이 둥글게 줄기를 감싸고 있는 점이 씀바귀와 다르다. 또 씀바귀 꽃은 꽃술이 검은색이지만 고들빼기 꽃은 꽃술과 꽃잎 모두 노란색이라 쉽게 구분할 수 있다. 고들빼기는 이른 봄에 잎과 뿌리를 한꺼번에 캐서 김치를 담가먹는다.
고들빼기. 잎이 둥글게 줄기를 감싸고 꽃잎과 꽃술 모두 노란색이다.
씀바귀나 고들빼기가 자라는 곳에서, 좀 더 그늘진 곳에서까지 줄기 끝에 노란색 자잘한 꽃송이를 잔뜩 달고 있는 풀이 있다. 잎과 줄기 전체에 털이 나 있다면 뽀리뱅이다. 뽀리뱅이는 겨울부터 초봄까지는 냉이처럼 로제트형으로 자라는 두해살이풀이다. 길가, 공터, 잔디밭, 정원 등 조그만 공간만 있으면 거의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잡초다. 잎이 무잎처럼 갈라져 있고, 전체에 부드러운 백색 연한 털이 나 있고, 초봄엔 잎에 붉은빛이 남아 있어서 금방 구분할 수 있다. 영양상태가 좋으면 1미터까지 자라는 풀인데, 줄기에서 나는 잎은 없거나 4장을 넘지 않는다.
뽀리뱅이. 꽃이 작고 잎과 줄기에 털이 나 있다.
뽀리뱅이 꽃은 크기가 씀바귀, 고들빼기에 비해 작다. 씀바귀·고들빼기 꽃은 지름 2㎝ 정도인데, 뽀리뱅이 꽃은 0.7~0.8㎝ 정도다. 뽀리뱅이도 씀바귀·고들빼기처럼 줄기를 자르면 상처에서 흰 유액이 나온다. 독특한 이름의 유래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보릿고개를 넘겨주던 구황식물인 것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구황식물이지만 맛도 향기가 별로 없어 ‘뱅이’라는 접미사가 붙은 것 아닌가 싶다.
뽀리뱅이는 서양민들레처럼 4월부터 10월까지 거의 1년 내내 꽃을 반복해 피우는 식물이다. 이렇게 부지런하게 번식하니 주변에서 뽀리뱅이를 쉽게 볼 수 있는 것이다. 이제 길을 가다 노란 꽃이 하늘거리거든 꽃술이 검은 씀바귀인지, 꽃술이 노랗고 잎이 줄기를 감싼 고들빼기인지, 꽃이 작고 잎과 줄기에 털이 난 뽀리뱅이인지 살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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