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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광 보호구역 / 반칠환
전쟁광 보호구역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하루 종일 전쟁놀음에 미쳐 진흙으로 대포를 만들고 도토리로 대포알을 만드는 전쟁광들이 사는 마을 줄줄이 새끼줄에 묶인 흙인형 포로들을 자동콩소총으로 쏘아 진흙밭에 빠트리면 무참히 녹아 사라지고 다시 그 흙으로 빚은 전투기들이 우타타타 해바라기씨 폭탄을 투하하고 민들레, 박주가리 낙하산 부대를 침투시키면 온 마을이 어쩔 수 없이 노랗게 꽃 피는 전쟁터 논두렁 밭두렁마다 줄맞춰 매설한 콩깍지 지뢰들이 픽픽 터지고 철모르는 아이들이 콩알을 줍다가 미끄러지는 곳 아서라, 맨발로 달려간 할미꽃들이 백기를 들면 흐뭇한 얼굴로 흙전차를 타고 시가행진을 하는 무서운 전쟁광들이 서너 너댓 명 사는, 작은 전쟁광 보호구역이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다
시집 <전쟁광 보호구역> 2012년 지혜사랑
반칠환 시인
1964년 충북 청주에서 태어나 청남초등학교와 중앙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199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2002년 서라벌문학상, 2004년 자랑스런 청남인상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뜰채로 죽은 별을 건지는 사랑》과 《웃음의 힘》이 있고, 시선집으로 《누나야》가 있다. 장편동화 《하늘궁전의 비밀》 《지킴이는 뭘 지키지》, 시 해설집 《내게 가장 가까운 신, 당신》 《꽃술 지렛대》 《뉘도 모를 한때》, 인터뷰집 《책, 세상을 훔치다》 등이 있다.〈동아일보〉의 ‘이 아침에 만나는 시’를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연재했으며, 《행복이 가득한 집》에 대한민국의 명인과 명장들을 인터뷰한 글을 1999년부터 싣고 있다. 현재는 시와 산문을 쓰며, 생태숲해설가로 활동하고 있다. [출처] 전쟁광 보호구역 / 반칠환 |작성자 마경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