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브 콜 잇따라 기쁨의 환호성 높아지길…
기다리던 사람이나 생각하지도 않았던 곳에서 러브콜을 받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공을 들이고 애를 써도 상대방이 냉소적 반응을 보이며 곁을 주지 않으면 한 풀 꺾여 주저 앉거나 돌아서고 마는데, 좀 있어 보이고 근사한 사람이 먼저 손을 내밀며 함께 가기를 청하면 무척 행복할거라 생각된다.
최근 우리나라 빵 만드는 회사로는 가장 큰 'SPC그룹'이 장애인직업재활시설과 뜨겁게 열애 중이라는 소문이 자자하다.
이렇게만 설명하면 피부에 잘 와 닿지 않을 거 같아 조금 말을 더하자면, "파리바게트, 샤니, 삼립빵, 던킨도너츠, 베스킨라빈스……." 등을 생산하는 년매출 3조원에 달하는 대기업이 소담스럽게 빵을 만드는 "애덕의집보호작업장 소울베이커리"에 러브콜을 해서 서로 도움 주고 도움 받는 관계를 뛰어넘어 비즈니스 파트너로 사업 확장을 도모하며 밝은 미래를 향한 청사진을 함께 그려가고 있다.
이들이 연애하는 과정을 지켜보노라면, 언제나 긍정의 시그널을 'SPC그룹'이 먼저 보내고 '애덕의집보호작업장'은 행복한 미소로 그 채널에 반응을 한다. 살짝 샘이 나기도 한다.
10 여 년 전, '소울베이커리'을 방문했을 때, 김혜정 원장은 아가씨로 보였다. 채 30세가 안 되리라 느껴졌고 결혼도 아직 하지 않았을 것 같았다. 열심히 원장 수녀를 모시고 일하며 명랑하게 지적장애인들과 소통하는 모습이 아름다웠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봤더니 김 원장은 30대 중반을 넘어선 두 아이의 엄마였다. 여유롭고 생각이 밝은 사람이라 청순한 아가씨로 보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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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순한 모습의 애덕의집 김혜정 원장. ⓒ유석영
그런 김 원장이 척박한 장애인직업재활 현장에서 빵을 소재로 도전장을 내밀어 아주 조용하게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빵을 생산해서 연 매출 12억원을 이미 넘어섰으며, 고양시에는 출산축하 케이크를, 국방부에는 장병들 생일축하 케이크를 고정 납품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기업 'SPC그룹'과 사랑에 빠져 여러 곳에 카페를 프렌차이즈 형태로 만들어가며 소리없이 착하게 몸집을 불려 나가고 있다.
이 모습은 하나의 사업이나 현상이 아니라, 우리나라 장애인직업재활의 큼직한 혁명이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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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비자들을 위해 정성을 다하는 소울베이커리 직원들. ⓒ유석영
"지금 제가 그리로 갈까요?"
간헐적으로 김 원장은 나를 찾아왔다. 그 때마다 좋은 생각과 신선한 아이템을 안고 와서 사업 안전성과 가능성을 나에게 타진했다. 가만히 들어보면 어렵지도 복잡하지도 않은 아이템인데, 그 속에 내제된 긍정과 비전의 크기는 매우 선명했다.
꼼꼼한 탐색과 충분한 검증 절차를 이미 거쳐 실행 직전에 돌 다리를 다시 한 번 두드리는 심정으로 찾아온 터라, 특별히 내가 해줄 말은 없었다. 오로지 무한 신뢰를 표현하는 격려가 전부였다.
1년에 약 6천 명 가량의 신생아가 고양시에서 태어난다는 사실을 그녀는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저 출산 시대에 관공서로 하여금 출산축하 케이크를 선물하도록 해 지자체의 이미지도 새롭게 하면서 장애인의 일자리를 늘려 나갔다.
좀 더 진일보해서 군 장병들의 생일판에 끼어들어 쌀을 소재로 케이크를 만들었다. 국방부를 통해 납품에 성공한 후, 전국 20여 개의 장애인직업재활시설에 이 사업을 파급 전수하였다.
오래 전부터 이 광경을 지켜보던 'SPC그룹'이 사업 파트너로 '소울베이커리'를 낙점하고 급기야 러브콜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간 사업의 지경 넓히는 일에 총력을 다하던 'SPC그룹'이 자세를 낮추고 온유하게 다가왔다는 사실은 장애인직업재활 현장에 있어서 적지 않은 선물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하나 둘 카페를 늘리기 시작했으며, 제2공장 설립을 'SPC그룹'이 솔선해서 추진할 계획을 펼쳐 보이고 있다.
모두가 어렵다 말하는 장애인의 일자리가 이 러브콜에 의해 많이 늘어난다는 사실이 정말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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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다른 미래를 설계하는 김혜정 원장. ⓒ유석영
가슴에 장애인의 가능성을 사랑으로 반죽해서 행복을 맛있게 구워내는 '소울베이커리'의 김혜정 원장!
그 부드러운 열정과 틈새를 파고 들어 성공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선한 의지가 오늘은 더욱 아름답게 느껴진다.
영화 '7번 방의 선물' 맨 마지막 부분 자막에서 '도움을 주신 분들' 가운데 애덕의집보호작업장 김혜정 원장의 이름을 꼭 한번 확인해 보기를 바란다.
추운 겨울에 이처럼 따뜻한 러브 콜이 우리 장애인직업재활 현장에 정신 못 차릴 만큼 펑펑 쏟아져서 기쁨의 환호성이 높아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