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쇠에 대한 오해와 편견
박연숙
열쇠하면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찰스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송가’의 스쿠루지 영감이 떠오른다. 스쿠루지는 지독한 구두쇠다. 크리스마스이브에 불우 이웃을 돕기 위해 기부를 받으러 온 사람들을 문전박대하고 가게 직원 보브씨가 가족과 같이 이브를 보내기 위해 조금 일찍 퇴근을 시켜달라고 하자 쥐뿔도 없는 게 무슨 크리스마스 타령이냐고 조롱한다. 여동생의 아들인 조카 프렛이 저녁식사에 초대했지만 거절하고 혼자 불기운도 없는 가게에 남아 오들오들 떨다 꼬박 잠이 든다.
꿈에서 예전 동업자였던 죽은 마레가 나타난다. 온몸에 열쇠, 빗장, 작은 금고, 장부, 증서, 동전들이 매달린 긴 쇠사슬을 몸에 친친 감은 그는 걸을 때 마다 그 무게로 인해 고통스러워한다.
“마레, 이것들이 모두 무엇인가?”
“살아 있을 때 내가 만든 쇠사슬, 내 죄 값이라네. 자네도 이대로 계속 살면 죽어서 나보다 훨씬 더 무거운 쇠사슬을 매달고 다녀야하네.”
스쿠루지는 자신의 과거, 현재, 미래의 영을 만나고 자신의 탐욕을 깨닫는다. 악몽에서 깨어난 그는 금고의 자물쇠를 열쇠로 활짝 열어 가난한 이를 돕는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열쇠의 사전적 의미는 자물쇠를 잠그거나 여는데 사용하는 물건 또는 어떤 일을 해결하는데 필요한 가장 중요한 방법이나 요소이다. 열쇠는 순기능과 역기능이 공존한다.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상은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더 힘을 발휘하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열쇠는 부와 권력, 실세와 권위의 상징이었다. 열쇠를 가진 자는 부와 권력과 명예가 동시에 따라 다녔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의 것을 지키기 위해, 빼앗기지 않기 위해, 공유하지 않기 위해서 자물쇠를 꽁꽁 이중 삼중으로 잠그고 놓지 않는다. 손이 아프도록 많이 잡고도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 상대방의 희생과 눈물은 외면한다. 만능열쇠를 만들어서라도 부와 권력의 세습을 꿈꾼다.
한때 의사, 판․검사 사위를 보려면 신부 집에서 집, 빌딩, 자동차 등 세 개 정도의 열쇠는 준비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보통의 서민들은 작은 평수의 아파트 열쇠를 얻기 위해 허리끈을 졸라매고 아등바등 거리며 전세 탈출을 위해 평생을 바쳤다. 우리 세대의 젊은 시절엔 자가용이 귀했다. 예쁜 키홀더에 차 열쇠와 아파트 열쇠까지 매달아 달랑거리며 자랑삼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은 부러움과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태어나면서부터 열쇠꾸러미를 상속받는 아이들을 금수저라고 부르며 부러워한다. 그래서 우리 사회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열쇠를 쟁취하는 열쇠 예찬론자를 양산하는 비정상적인 사회가 되어 버렸다.
그러나 열쇠는 새로운 길을 열거나 어떤 일을 해결하는 중요한 핵심이다. 경주 최부자는 곳간 열쇠를 활짝 열어 사방 백 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도록 했다. 남은 재산은 대학에 기부해서 청년들이 희망의 열쇠를 가질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서 칭송을 받고 사랑을 실천하는 명문가가 되었다. 우리나라의 육군에 열쇠부대가 있다. 굳게 잠긴 북한 땅에 ‘통일의 문을 여는 열쇠’ 가 되라는 뜻이라고 한다. 우리의 씩씩한 장병들이 꼭 통일을 가져다 줄 것이라 확신한다. 또 열쇠는 꼬인 일이나 어려운 일을 풀어 새로운 학문이나 기술을 여는 키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열쇠는 행운을 가져다주는 상징이기도 하다. 지인들이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거나 아름다운 유종의 미를 거둘 때에 행운의 열쇠를 선물해서 축복해 주고 기쁨을 같이 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열쇠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와 편견을 많이 가지고 있다.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열쇠는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인생의 좋은 동반자가 될 수도 있고, 자기 자신을 스스로 가두고 속박하는 올가미가 될 수도 있다. 지독한 수전노인 스쿠루지가 사랑의 메신저로 변화된 것은 ‘마음의 문’과 ‘금고의 문’을 동시에 활짝 열었기 때문이다. 여러 개의 열쇠를 소유하려는 우리의 욕심으로 인하여 파생된 열쇠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버리고, 우리의 노력과 땀으로 일군 조그마한 열쇠지만 소중하고 자랑스럽게 여기며 마음의 열쇠까지 활짝 열어 행복한 삶들을 가꾸어 가면 좋겠다.
2017.4.8
첫댓글 <열쇠>에 대한 글을 쓰려니 참 막막하기만 하더군요 그런데 스쿠루지 이야기 부터 물질 만능 풍조를 얘기한 열쇠 세 개 이야기 등 열쇠에 대한 다양한 면을 깊이있게 풀어주신 글 잘 읽었습니다.열쇠는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인생의 좋은 동반자가 될 수도 있고, 자기 자신을 스스로 가두고 속박하는 올가미가 될 수도 있다는 말씀에 감탄합니다.
열쇠의 순기능과 역기능 공감합니다. 부유층이 여건이 되면서도 사회적 역활을 하지않아서 열쇠의 이미지가 부정적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열쇠에 대한 깊이있는글 잘 읽었습니다.
구두쇠 스쿠루지를 개과천선의 길로 인도한 내용을 열쇠로 풀어낸 선생님의 글솜씨에 찬사를
보냅니다. 사실 열쇠란 잠궈진 자물쇠를 여는 쇠뭉치가 아니라 그속에 숨은 상징성이 많은것
같읍니다. 진심이 깃든 올바른 마음의 열쇠가
요구되는 시대에 살고있는 우리들에 귀감이 되는 좋은글 감사합니다.
박선생님 오랜만입니다. 저도 두 주째 몸이 아파서 결석했습니다. 열쇠에 대한 오해와 편견, 스쿠루지 욕심쟁이 부터 각자가 가지고 있는 열쇠의 기능을 잘 읽었습니다. 나는 어떤 열쇠의 주인공인지 반성합니다.
한 평생을 살아 가면서 열어야 하는 수 많은 자물쇠. 그 자물쇠를 열 수 있는 만능열쇠를 갖기위해 노력하며 한 평생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해 봅니다. 수필창작반 회원님의 "열쇠"를 주제로 한 글을 읽고 느낀게 참
많습니다. 감사합니다. 최상순드림
열쇠와 자물쇠는 늘 함께 따라다니는 물건이지만 그 기능은 정반대 입니다. 그러나 정반대의 두 물건이 조화를 이룰 때 그 기능이 발휘되는 것 같습니다. 우리의 삶도, 부부관계도, 우리의 과거와 현재도 모두 그런 것 같습니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소재인것 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열쇠와 자물쇠의 글을 통하여 인생을 성찰해 보게 됩니다. 마음의 열쇠와 자물쇠를 밝은 세상을 위해 지혜롭게 사용한다면 아름다운 세상이 되리라 생각해 봅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고견들을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박정애선생님 많이 편찮으셨군요.
쾌차하셔서 월요일에 꼭 뵈어요.
열쇠에 대한 오해와 편견. 어쩌면 컬럼도 같고 중수필이라 할 수 있는 글이라고 여겨집니다. 주제와 소제 그리고 구성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글이라고 생각됩니다.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