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숙인 전두환 손자와
손 맞잡은 5·18 희생자 "격하게 환영한다"
[ 머니투데이 | 정세진 기자자 sejin@mt.co.kr ] 2023. 3. 29. 21:11
경찰 조사 직후 광주로 향해, 전두환 일가가 직접 5·18민주화운동 사과한 건 이번이 처음
마약 투약 혐의로 체포된 고(故) 전두환씨의 손자 전우원씨가 29일 오후 서울 마포경찰서를 나서며 5·18 부상자회 등 유족·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있다. /사진=뉴스1
마약류 투약 혐의 경찰 조사를 마치고 나온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 손자 전우원씨(27)가 5·18민주화운동 희생자들과 만나 손을 맞잡고 사죄했다. 전 전 대통령 가족이 5·18민주화운동 희생자들에게 직접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씨는 29일 오후 7시50분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조사를 마치고 나와 그의 입장을 듣기 위해 몰려든 취재과 간단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전씨는 지난 27일 오전 미국에서 귀국한 직후 인천국제공항에서 체포돼 마약류 투약 혐의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받았다.
취재진과 인터뷰가 끝난 뒤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서울지부 관계자가 전씨 쪽으로 향해 그의 손을 잡았다. 그는 "5·18부상자회, 유족회를 대표해 격하게 환영한다"며 "당당하게 용기를 잃지 말고 5·18 영령들과 피해자들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해달라"고 말했다. 전씨는 고개를 숙이고 "감사하다"고 답했다.
전태일 열사의 동생 전태삼씨도 "지나간 잘못을 참회하고, 뉘우치고 진심어린 사과를 하기를 고대한다"고 했다. 그는 시민단체 전두환심판국민행동의 상임고문이다. 전태삼씨는 "온 세상이 기억하는 잘못된 것을 고치겠다고 하는 이런 시간을 우리에게 줘 고생이 많았다는 생각이 들고 격려하고 싶다"며 "응원하고 함께하겠다. 이 땅에 (5·18민주화운동과 같은) 그런 일이 없게 만드는 시간을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씨는 이날 석방 직후 광주로 향했다. 그는 취재진에게 "바로 광주로 갈 것"이라며 "(5·18민주화운동) 단체 분들과 지금까지는 연락이 안 됐다. 일단 광주로 향해서 연락이 닿으면 만나뵙겠다"고 말했다. 전씨는 "마음이 풀리실 만큼 (희생자들에게) 계속 연락드리고 싶다"며 "연락을 받아주실 때 감사히 축복이라 생각하고 찾아뵐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저 같은 죄인을 받아주시는 광주시민 여러분께 감사하다"고도 했다.
마약류 투약 혐의에 대해서는 "(경찰에서) 대마초 등 모든 마약 종류 투약 사실을 밝혔다"며 "다만 간이검사 결과로는 음성이 나와 정밀검사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전씨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 그가 혐의 사실을 인정했고 스스로 귀국해 체포된 점 등을 고려해 불구속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전씨는 가족들과 만날 계획에 대해서는 "당분간 없다"며 "가족들과 따로 연락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후계자 구도에서 밀려 비자금 의혹 등에 대한 폭로를 한 것이라는 추측도 있는데 폭로의 동기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후계자 구도에는 관심이 없다"며 "봉사활동을 하면서, 교회에서 뵀던 좋은 분들이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폭로를 한 것"이라고 답했다.
전씨는 지난 14일부터 미국 뉴욕에서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을 통해 할아버지인 전 전 대통령 가족들의 비리 의혹과 자신 및 주변인들의 마약 투약 혐의를 폭로했다. 그는 "할아버지가 학살자라고 생각한다"는 등의 격한 표현도 사용했다. 특히 수차례 '5·18민주화운동 피해자들에게 직접 사과를 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왔다. 지난 17일에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 중 마약류로 추정되는 물질을 투약해 논란을 일으켰다. 1주일만인 지난 24일 퇴원 사실을 밝힌 그는 "광주를 찾아 사죄하겠다"며 귀국길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