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오랜만에 친구(박종환)와 히죽거리며 놀다보니 귀가가 늦었다. 12시 반쯤. 그런데 문제는 마눌한테서 잔소리 들었다는 게 아니라, 이내 속이 약간 더부룩했다는 게다. 하여 아침 일찍 녹천탕에서 냉·온욕으로 주기를 뺀 다음, 황태해장국으로 속을 달랬더랬다. 이후 대청소로 시간 땜방도 하다가, 때맞춰 토달갈 즈음에 tv에서 ‘삼둥이’ 재방이 시작된다. 좀만 더 …, 좀만 더 … 하다가, 게사 시작 시간에야 도착하고 말았다. 난 15~20분 일찍 뛰쳐나가줘야 달리는 내내 편안한 맘이 되는데 … 그 넘의 삼둥이 …. 누구는 을똥이 손주니 어쩌니 하지만, 그건 일종의 연좌제라는 게 내 입장이다(내도 을똥이 싫다).
막 도착하여, 같이 나가자는 지기를 살살(또,ㅋ) 달래놓고 먼저 간다. 홍법사 밑 제방엔 진사 양반들(6명)이 뚜껍고도 두터운 외툴 잔뜩 껴입고 출사 나와 있다. 그런데 내가 가진 DSLR은 명암도 못 내밀 만큼, 진정한(?) 대포이더라! 한 30cm는 더 되어 보인다. 분명히 아마추어는 아닌갑다. 요기~ 뭐가 있는고? 볼품이라곤... 차~암, 내하곤 극단적인 라이프 스타일이다. 찬바람 맞으며 뛰는이 용감무쌍한 늙은일 일별도 않는다. 靜中動 대 動中靜! 그러다가 마침내 지긴, 영천 초교 뒷동산 즈음에 날 제끼더라. 그 후 마침 수천 평의 대단위 농장 공사장에 누군가 있더라. “공사가 언제 끝납니까?” “…” “눈비만 오믄, 뻘구디가 되는데 우얄낍니까?” (땅을 쳐다보면서)“4월에 공사 마치면 정리하겠습니다~” 허~어, 4월씩이나 … 싶었지만, 그래도 양산시청에 민원 제기한다는 소린 안 했다. 우리로선 많이 불편하지만, 상대가 허물이 있다고 해서 너무 막장으로 몰아선 안 되지 않나 싶어서 …. 산지마을을 막 되돌아 나오는데, 호진이를 만나 곧 먼저 보낸다.
금체로 돌아와(5:25) 화장실에서 씼는 도중, 양쪽 무릎이 쏴~ 하고 아련 온다. 달리는 능력이 떨어져도 지금껏 무릎에 이상 없었던 것이 내 유일무이한 무기인 셈인데 …. 걱정이네. 진정 ‘봄날’은 끝이려나? 해가 많이 길었졌네. 널널하니 남았지만, 감나무집으로 고! 입구에서 기먼장, 윤정미를 만나 함께 입장. 곧 179와 청주 한씨(채희) 등장! 옻닭(1 마리)과 백숙(2 마리)을 시켜선 주로 ‘청화 도인’에 대한 설을 나눴다. 이 양반은 부산에 몇 남지 않은 전국구 양반인데, 명리학의 대가로 알려져 있다. 장전동 공장의 사학과 85 학번쯤. 구 정문 밑의 당시 사천식당, 경주식당 뒤편에서 점집을 열어 자신과 동생들의 학비도 대고 먹고 산 입지전적인 인물이다(그러니 먹고 사느라 ’95년에 졸업. 85, 누가 계신가? 사진 함 올려 줄까유?). 지금은 명륜역 인근에서 ‘청화학술원’으로 밥벌이를 하고 있는데, 아시다시피 2000년대 초, 故 안상영 시장이 세상에 고하는 유서에서 고마움을 전했던 당사자로 유명하다. 세상의 이치는 음양이란다. 망해봐야 성공할 수 있단다. 당연하다. 그래서 난 모든 이들의 행·불행의 총량은 비슷하다고, 나 자신을 위로해 오고 있는 거다.
이후 호진, 울 내외를 제외한 님들은 모두 ‘베이스 캠프’로 …
(청화 도인에 관한 이상의 내용은 조용헌의 『方外之士: 우리 시대 삶의 고수들』에서 인용하였음)
첫댓글 나도 그분에게 시주를 했었지요.
조만간 함 놀이 하기를..
성적이 좋아서요!
사적 경제에 도움은 안되었지만.
이븐 페이스로 총무님과 18km 잘 달렸습니다.
저도"예지력"을 대수롭지않게 생각했었는데...신의영역인지..공부좀해야겠네오ㅡ
교수님 감사합니다. 어렵게 부탁드렸는데 헌쾌히 후기 작성을 허락해주셔서
인문학의 대가 냄새가 물씬나는 문체들 자주 볼수 있었어면.... 토달에서만
청화 그 분 20년전쯤 일별하였었는데 교수님 말씀따나 전국구 인물이다보니 아는 사람이 많네요.
그리고 간만에 위너로 등극하신 상그니형님 축하합니다.
오랫만에 토달에 갈날을 기다리며 ^^
일주만의 달리기가 걱정과는 달리 상근선배 표현대로 이븐하게 달렸습니다. 나중에 베이스캠프에 합류했는 데, 다음 게임만찬엔 바리 참석합니다.
아, 구정문 아래 사천식당... 이전 근처에서 자취할때 단골 식당이었는데. 김치찌게가 맛있었던걸로 기억됩니다.ㅎㅎ 혼자 뛰는 걸 별로 안좋아 하지만 토달에서 계획대로 23-4키로 달리고 나니 뿌듯합니다. 백숙도 맛나고.. 근데 최근 장거리 뛰때마다 느끼는데 초반 2-3키로가 왜이리 힘들지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