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해봅니다. 기억을 잃은 나는 나인가? 기억을 잃은 남편이나 아내는 여전히 그 사람의 배우자인가? 부모는? 자식은? 친구는? 사랑하는 사람이 과거를 잃었다면 그를 어떻게 대해야 하지요? 1년 5년 10년을 기다려도 모르는 사람으로 있다면 어찌 해야 하나요? 물론 사랑은 세월보다 강할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죽을 때까지 돌아오지 않는다 해도 자기만이라도 두 사람의 기억을 가지고 인생을 마무리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얼마나 마음 아프고 안타까운 인생입니까? 그 아픔을 안고라도 자기의 삶을 포기하지 않고 다른 한편에서 만들어간다면 그나마 다행이겠습니다. 하지만 쉽지 않은 길입니다. 나 자신이 당하고 싶지 않은 일입니다.
또 한 가지, 현재 사랑하며 사는 사람이 있는데 잃었던 기억을 되찾아 과거에 사랑한 사람과 만나게 되면 어쩌지요? 누구를 따라가야 합니까? 상대방 또한 자기 사랑을 되찾으려 여러 가지로 시도하며 애씁니다. 그리고 드디어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당사자는 얼마나 당황스러운 일입니까? 어디로 가야 합니까? 만약 현재의 연인이 그러한 사실을 혹 알고 있었다면 어쩌면 각오하며 마음의 준비도 갖추고 살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양보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그럴지라도 막상 닥치면 양보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자녀까지 달려 있다면 이야기는 보다 복잡해집니다. 함부로 두부 자르듯 가를 수는 없을 것입니다.
어느 날 나와 똑같은 인간을 마주하게 된다면 어떤 느낌일까요? 전혀 예상치 못했다면 얼마나 놀랄 일입니까? 그로 인하여 가까운 사람은 더욱 당황하지 않겠습니까? 어느 쪽이 내 남편이지? 내 아내일까? 그냥 둘 다 같이 살 수만 있다면 좋을 수도 있겠지만 그럴 수는 없는 일 아닙니까? 하기야 겉모습은 똑같다 할지라도 혹시 시간의 간격이 있다면 기억이 다르리라 생각합니다. 기억해주는 것으로 판가름 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간격이 길지 않고 서로가 자기라고 주장한다면 고민해야 하겠지요. 똑같은 두 사람은 결투라도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겼다고 짝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복제인간, 어쩌면 끔찍한 일입니다.
황량한 지구. 2주간의 정찰 임무만 마치면 아주 떠납니다. ‘잭’은 정찰과 드론 수리 임무를 담당하고 ‘빅토리아’는 본부와 또 잭과의 통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아주 단짝이고 환상적인 팀이며 두 사람이 거하는 곳은 언제나 천국입니다. 실제로 이런 별장이라도 있다면 말 그대로 환상적일 것입니다. 고지대 공중에 떠있듯이 받쳐져 있는 처소입니다. 사방이 터있고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정찰기는 대단한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게다가 거실 밑에는 수영장으로 되어 있습니다. 비록 황량한 조망이지만 그래도 널따란 주변을 둘러볼 수 있다는 것만도 마음이 확 터집니다. 하기야 매일 본다면 그것도 지쳐버릴 일이겠지만 말입니다. 2주간입니다.
자꾸 꿈으로 비칩니다. 한 여인, 어느 날 추락한 우주선을 발견하고 그 안에서 수면상태로 머물러 있는 것을 발견하여 숙소로 데려옵니다. 그리고 깨어납니다. 이름은 ‘줄리아’ 긴 우주여행 중이었습니다. 도중에 그만 추락한 것이지요. 2017년에 출발하였다는데 현재는 2077년이니 60년을 수면 중에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빅토리아는 경계하고 줄리아는 잭을 설득하여 우주선으로 돌아가 비행기록을 찾으려 합니다. 한편으로는 줄리아가 꿈에서 보았던 바로 그 여인과 너무 흡사한 것에 놀랍니다. 도대체 이게 뭐지? 그들이 폐허가 된 근처 전망대에 올라 망원경을 보며 잭의 기억이 되살아납니다. 줄리아가 사실을 고백합니다. 내가 당신의 아내라고.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이고 무슨 사건이 있었다는 것인가, 잭은 자싱의 지워진 기억을 되살리려 노력합니다. 그것을 빅토리아는 극구 말립니다. 아내라고 하는 줄리아에 대한 기억이 분명해집니다. 사실을 알고 싶습니다. 빅토리아가 있는 처소로 날아옵니다. 사태를 파악한 빅토리아가 문을 열어주지 않으려 합니다. 본부에 보고합니다. 잭이 달라졌다고. 출입문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 빅토리아의 눈에서 눈물이 흐릅니다. 그리고 돌아섭니다. 사태가 위험해졌다는 것을 감지한 잭이 억지로 문을 열고 빅토리아를 말립니다. 같이 떠나자고. 그러나 쫓아가는 사이 빅토리아 앞으로 드론이 나타나 공격합니다. 어쩔 도리 없습니다. 이제 본부는 없습니다. 적이 되었습니다.
여태 적으로 알고 있던 약탈군은 외계인도 아닌 지구 사람들이었습니다. 핵폭발로 버려진 땅이 된 그 지구에 남은 자들이며 생존을 위해 투쟁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에게로 도움을 청하러 갑니다. 의심을 받아도 그곳 대장은 잭을 달리 봅니다. 잭은 줄리아와 돌아오는 중 드론 공격을 받고 추락합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다른 정찰병을 만납니다. 그리고 그가 또 다른 자기라는 사실에 놀랍니다. 여태 알고 있던 약탈군과 외계인이 바뀌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SF영화다운 풍경에 멋진 음악, 이야기는 뒤로 갈수록 집중하게 됩니다. 멋진 영화지요. 그러면서도 앞의 질문들을 곰곰 생각하게 만듭니다. 영화 ‘오블리비언’(Oblivion)을 보았습니다. 2013년 작입니다. 그 뜻은 ‘잊어진 상태’라고 합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좋은 주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