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가 미워한 것들
철학과 2020101227 고은지
나는 ‘공자가 미워한 것들’에 대해 얘기해보려 한다. 공자 사상의 핵심어가 ‘사랑’을 뜻하는 인(仁)임을 통해서도 공자는 인자하고, 차별 없이 누구에게나 그의 학교를 개방했던 점을 보면 너그러워 보인다. 그런데 공자는 어떻게 보면 매섭고 차가운 인물이기도 한 것 같다. 공자 학교는 신분 차별 없이 누구나 다 받아줬지만, 막상 가르칠 적엔 아주 엄했다. 논어 중 이인 편에서 증오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는 것을 보아서도 그런 생각을 가지게 한다. 그런데 공자의 증오를 통해서 인간 공자의 진면목을 엿볼 수가 있다. 공자가 증오하는 것들에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그중에서 얘기하고 싶은 몇 가지를 뽑아서 살펴보도록 하겠다.
먼저 논어 양화 편을 보면 나오는 구절이다. 子曰 惡紫之奪朱也. 惡鄭聲之亂雅樂也. 惡利口之覆邦家者. (자왈 오자지탈주야 오정성지란아악야 오리구지복방가자) 공자 말씀하시다. “자주색이 붉은색을 대신하는 것을 미워하고, 음탕한 음악이 정악을 어지럽히는 걸 미워하며, 날카로운 구변이 나라를 뒤엎는 것을 미워한다.”라는 의미이다. 이 대목은 공자가 미워하는 것을 세 가지로 나눠 말하고 있다. 당시 공자가 살던 시대적 상황이 많이 반영된 내용이지만 공자가 증오하는 것 중 세 번째로 얘기한 내용은 마치 오늘날 모습을 얘기하는 것 같다. 즉, 셋째로 말한 공자가 미워한 것은 “날카로운 입으로 나라를 망치는 짓”이다. 요즘 세상을 바라보면 인터넷에 나도는 날카로운 말들, 익명성을 틈타서 험한 욕설과 저주에 가까운 험담으로 상대방을 인격적으로 죽이는 세태이다. 이것은 분명한 범죄이고 악플의 괴로움을 호소하다가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사람들이 매우 많다. 이런 현상만 봐도 공자가 왜 증오했는지 알 수 있다. 당시 춘추 시대라는 혼란기에 직면하여 그 당시에도 말로써 상대를 죽이는 험한 입이 횡행했던 것 같다.
다음 구절도 논어 이인 편에 등장하는 것이다. 이 구절을 통해 공자가 무엇을 증오했는지 살펴보겠다. 子曰 鄉原,德之賊也. (자왈 향원 덕지적야) 공자 말씀하시길 “사이비 지식인은 덕을 해치는 강도이다.”라는 의미이다. ‘향원’이란 한마디로 사이비 지식인을 말한다. 기독교든 불교든 모든 종교에서 가장 미워하는 존재가 향원, 곧 사이비 지식인이다. 말을 훔치고 참다움을 해치는 것은, 오히려 물건을 훔치고 사람의 목숨을 해치는 짓보다 더 나쁜 짓이라는 결연한 자세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다시 말해 공자는 비슷하지만 아닌,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을 미워했다.
나는 이 대목을 읽고 얼마 전 OTT 플랫폼 중 하나인 넷플릭스를 통해 시청했던 ‘나는 신이다’라는 다큐멘터리 영상이 떠올랐다. 이 영상은 자신을 스스로 신이라 부르며 대한민국을 뒤흔든 네 명의 사람(사이비 종교 교주들)과 이들을 둘러싼 피해자들의 비극을 들여다본 다큐멘터리이다. 한마디로 말해 사이비 종교를 낱낱이 파헤쳐 폭로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인터넷에 사이비 종교의 사전적 정의를 검색하면 ‘겉으로 보기에는 정상적인 종교 같지만, 본질은 아닌 종교를 일컫는 말’이라고 나온다. 이 영상에서 나오는 사이비 종교인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아가동산, 만민중앙교회 등의 피해자들이 적나라하게 피해를 증언하는 내용을 보고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그중에서 기억나는 내용을 몇 자 적어보면 JMS라 불린 기독교복음선교회의 창설자 정명석은 신도자들에게 자신이 곧 신이라고 말하며 세뇌했다. 특히 어린 10대 신도자들에게는 성범죄를 저지르고 나서 신의 선택을 받은 신부라고 세뇌해 그들이 고통을 참게 했다. 피해 신도자 중 한 명이었던 메이플이라는 여성은 얼굴을 공개하고 인터뷰를 하면서 너무나도 더럽고 끔찍한 성폭행을 당했는데도 이미 세뇌를 당한 상태였기 때문에 성폭행 가해자인 정명석이 메시아인데 왜 나는 이 상황을 못 받아들이고 괴로워하나 라는 생각에 자해까지 했다고 그 당시 심정을 밝혔다. 이렇게 정명석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사이비 종교는 겉으로는 보통의 종교인 척하지만 그 내면의 의도는 전혀 다른 것을 품고 있었다. 공자는 현대 시대의 이런 문제점을 간파하듯이 공자가 증오한 내용에 이런 점이 쓰여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었다. 이런 사이비 종교에 빠지고 싶어서 빠지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자신감과 자존감이 낮은 상태 혹은 나약해진 상태에서 사이비 종교에 빠지기 쉬울 것이다.
그렇다면 사이비 종교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멀리 하기 위해서는 어떤 자세가 필요할까? 다시 말해 덕을 해치는 자, 향원과 반대되는 사람인 참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미덕이 필요할까? 대학이라는 경서의 가르침을 받들자면, “멈춰야 하는 곳에선 멈출 줄 아는 것”. 즉, 처한 곳이 추운 데라면 추위에 멈추고, 더운 곳이라면 더위와 더불어 버티는 것, 추위에 떨면서도 따뜻함을 구걸하지 않고, 더위 속에서는 또 뜨거움을 버텨 나가는 것, 이것이 사이비가 아닌 ‘참’으로 가는 길이라고 한다. 앞서 말한 ‘나는 신이다’라는 다큐멘터리 영상은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넷플릭스 내에서 인기 동영상 1위였고 현재도 다른 매체들을 통해 꾸준히 소식이 업데이트되면서 화두이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관심을 갖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어떻게 하면 잘못된 길로 빠지지 않고 참된 삶을 살 수 있을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첫댓글 공자가 미워한 것은 인간답지 못한 인간 행태였습니다. 인간은 인간답게 살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 선택의 상황에서 의도적으로 가치를 왜곡하고, 진실을 은폐하는 것을 공자는 인간답게 살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이비 종교도 마찬가지입니다. 고대사회에서 종교는 배우지 못한 이들에게 위로를 제공하는 것이었으므로, 그것이 취약한 상황에 놓인 사람을 이용할 우려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지어지선" 가장 잘 하는데서 멈출 줄 아는 것을 강조했던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