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교댄스에서 극강의 위치에 있는건 사실 블루스다. 블루스는 한마디로 끈적함이다. 끈적함이야 알품기가 아니냐고 할 수있지만 알품기는 좀 답답하다. 그건 열올랐을 때나 써먹을 일이다. 각설하고 블루스는 참으로 어렵다. 끈적함을 유지하랴 스텝을 주고 받으랴 이게 도통 방법이 떠오르지를 않는다. 그래서 한다는게 그저 배운 기본 피겨를 반복하다 끝난다.
사실 여자와 즉흥적으로 블루스를 소화한다는건 어려운 일이다. 거의 불가능하다. 블루스란 붙인발이 다시 나가는거다. 거기에 걷는 발이 더해진다. 걷는 발이란 완발 오른발이 교대로 나가는거다. 로터리 지그재그, 방향전환 등 대부분의 피겨가 여기에 속한다. 붙이는 발이냐 걷는 발이냐를 싸인만으로 주고 받는다는건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블루스를 추는 걸 보면 붙이는 발은 한동작이 끝났을 때만 쓰고 나머지는 모두 걷는 발이다. 한 동작이 끝난다는건 예를 들면 방향전환에서는 방향을 바꾼 다음 기타 나머지 동작에서는 지그재그던 퀵리버스던 모든 피겨가 끝났을 떄 발을 붙인다. 이걸 파트너와 싸인으로 주고 받을 수 있겠는가. 싸인으로 받는게 아니라 느낌으로 받을 수 밖에 없다. 블루스에서 발이 자주 엉키는 이유다.
이와같이 발을 밟지 않는 일만 해도 어렵거늘 거기다 끈적함까지 유지하라고라? 블루스를 초보나 고수나 그저 정해진 피겨대로 추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면서 동작의 자연스러움이나 끈적함도 시도해보는거다. 다른 방법이 없다. 블루스가 꽤 그럴듯한 춤이면서도 추는 모습이 모두 비슷해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만약 블루스를 그저 느낌만으로 추려면 어찌해야 하겠는가. 쉽게 말해 애인과 춘다면 어찌 추겠는가. 이건 피겨보다는 그저 끌어안고 돌아가는데 의미를 둬야 한다. 사실 그게 블루스의 참모습이다. 방법을 한번 생각해보자. 먼저 남자가 스텝을 줄이고 멈칫하면 발을 붙인다. 나머지 동작에서는 왼발 오른발 교대로 걷는다. 피겨고 자시고 필요없다. 이게 가능한가.
나도 아직 확실하지는 않다. 하지만 실전에서 이리 시도하다보면 안먹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이게 제대로 통한다면 남보기에 정말 그럴 듯한 춤이 된다. 블루스라는게 그저 이리저리 야리꾸리한 피겨만 쓴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그저 배운 피겨를 다람쥐 쳇바퀴돌듯이 사용한다는건 사실 블루스가 아니라 노동이다. 거기서 무슨 끈적함을 찾을 수 있겠는가.
아무리 잘춘다해도 이건 애인과 추는 춤이 아니다. 이말은 블루스같지가 않다는 말과 같다. 블루스를 죽어라 추는데 블루스같지 않다니 참말로 껄쩍찌근한 일이다. 하지만 이게 현실이다. 그저 탱고나 왈츠에서 가져온 피겨를 흉내내다 끝나는게 우리나라 블루스의 현실이다.
이리 얘기하는 이유는 뭔가. 그건 블루스에 대한 애착 때문이다. 블루스라는 우리만의 그럴듯한 춤을 살려야 하지 않겠는가. 그저 딴데서 빌려온 피겨 흉내내는 걸로만 끝내기에는 너무 아쉽다는 얘기다. 그 좋은 블루스를 블루스답게 춰보자는 얘기다.
한번은 콜라텍에서 피겨를 따르지않고 그저 움직이며 발을 맞추려하다보니 발이 도통 맞지를 않는다. 여자머리에는 피겨만 들어 있는데 그저 되는대로 움직이다보니 완전 쌩짜로 보이는지 한곡 추고 빠꾸맞았다. 그게 현실이니 참말로 어렵다. 그저 로타리나 지그재그, 방향전환, 손들어 돌리기 정도로 만족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리추면 그런대로 춘다는 소릴 듣는다. 하지만 그건 블루스다운 블루스가 아니다.
하기야 누울자리보고 발을 뻗으라고 무슨 우물에서 숭늉찾는다고 뭐가 되겠냐마는 블루스를 좀 끈적하게 추려면 무슨 다른 방법이 없는지 한번 생각해 보는거다. 방법은 물론 있다. 배운 피겨를 끈적하게 추면 되는거다. 거기서 한걸음 더 나아간다면 남자가 멈칫하고 템포를 줄이면 발을 붙이고 붙인 발이 다시 나간다는거다. 다른 어떤 방법을 찾기가 어렵다.
물론 이는 내가 아직 블루스를 제대로 숙달하지 못해서 생기는 현상일 수 있다. 하다보면 또 다른 어떤 방법이 나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블루스의 끈적함을 다시말하면 진수를 그저 몇몇 피겨를 써먹는 걸로 끝낸다면 사실 블루스가 블루스답게 보이지를 않는다. 아무리 잘춘대해도 뭔가 무미건조하다.
좌우지당간 블루스는 자연스럽게 또 끈적하게 피겨를 가져가고, 남자가 템포를 줄이거나 멈칫하면 발을 붙여 다음 동작을 준비하면 될 일이다. 끈적하다는건 자연스럽다는거다. 남녀관계라는게 모나서 되는 일은 없다. 머리 속에 든 실력은 별로없는 학생이 머리속으로 만리장성을 쌓으려니 참말로 힘들다.
블루스가 통하면 세상이 통한다. 블루스 빼고는 춤을 논하지 말라. 블루스는 여자 그 자체다. 블루스를 추면서 여자를 느끼지 않는다면 그건 블루스가 아니다. 모든 길은 블루스로 통한다.
첫댓글 사교댄스에 해박한 맹순이 서방님께 감사드립니다
태양님과 블루스 출 날만을 기다리며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