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개봉작이지만 어쩌면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도 약간 포함되어 있을지 모르겠다. ㅡㅡ;;
곧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 가 개봉할 것 같다.
박현욱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를 나는 기대반, 걱정반 속에서 기다리고 있다.
소설 "아내가 결혼했다"는 근래들어 본 소설 중에 단연 손에 꼽히는 책이었다.
스포츠를, 그 중에서도 유럽축구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나지만,
유럽 축구 명문구단을 기본 얼개로 하여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이 소설이 꽤나 흥미진진하게 읽혔고
결혼제도의 한계와 그에 대한 대안의 모색(?)... 정도로 말할 수 있는 주제 또한 그지없이 반갑게 다가왔다.
(영화 "바람난 가족"이 담고 있던 결혼에 대한 문제의식과는 또다른 측면에서의 새로움이었다.)
작가가 본인 또한 잘 알지 못하는 유럽축구와 관련된 잡지며 서적을 참고문헌으로 삼아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은
흡사 한편의 논문을 읽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킬 정도였고
스타카토식의 빠른 문체와 경쾌한 리듬감의 흡입력 있는 문장은 읽는 내내 미소를 머금게 만들었었다.
공교롭게도 역시 스포츠인 야구를 모티프로 하여 소설이 전개되는
박민규의 소설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이래 근 8년 만에 낚은 역작이었다.
그런데..
그런데...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 의 주인공이 손예진, 김주혁이란다.
손예진..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배우지만, 왠지 이번 작품에서는 미스캐스팅일이 될거란 걱정이 앞선다.
소설 내용중에도 나오지만, 아내의 모습은 손예진처럼 예쁘기만 해서는 안된다.
영화가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영화 속에서 아내의 역할이, 대사가 어떠할지는 물론 모르지만,
만약 소설에서처럼 결혼이라는 사회제도가 가진 "남녀 상호간의 변치않는 영원한 결속"이라는 태생적 속성이
남녀를 어떻게 억압할 수 있으며, 이를 극복하고 넘어서기 위해 다른 방식의 삶을 살 수는 없는지에 대한 성찰과 탐색 과정이 아내에 의해 이루어진다면
손예진처럼 이쁘기만 한 배우가 맡아서는 안된다.
이런 역할은 이쁘기 보다는 약간의 이지적인 이미지와 기존 관념에 대한 다소간의 반항적인 인상을 풍길 수 있는
문소리라든지 전도연이 적합할 거란 생각이다.
물론, 동명소설이 꼭 영화를 닮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어차피 흥행이라는, 손익분기점이라는 측면을 무시할 수 없는 영화라는 매체의 속성을 고려해서
소설이 가진 흥미적 요소만을 취해 가볍게 이야기를 전개해 가는 것도 좋을 것이고
이럴 경우 나의 걱정은 기우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왠지 나는 손예진의 예쁜 입에서 소설 속 아내가 내뱉던, 너무나도 논리정연하고 치밀한 말들이 쏟아져 나와
그 언벨런스함 때문에 영화를 보는 내내 엉덩이를 들썩이는 불편함을 느끼게 될 것만 같아 자꾸만 자꾸만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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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내가 결혼했다"의 개봉에 즈음하여...
김명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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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0.10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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