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가 일찍 찾아왔다고, 모두들
헐렁한 옷차림으로 거리를 활보할 때
읽다 만 책들이 담긴 가방을
한쪽에다 살며시 밀어놓고는
총천연색 tv보기로 시간을 죽입니다
tv보기는 tv보기일 뿐이어서
채널을 위아래로 쭉 훑기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삶을 훑기도 이다지 어렵지 않다면야...
문득 시선이 머무는 곳
나의 tv보기를 질타라도 하듯
길고 긴 시간을 반추하려는
소대 규모의 국방색 군복들이
거리를 활보하는 날씬한 다리들보다
어쩌면 조금은 더 시선을 자극합니다
(그들은 무장해제의 웃음을 날립니다)
갑갑토록 넥타이를 질끈 맨 사회자도
한 몫 거들더라구요. 그는 무신경한 탓인지
적이다 민족이다를 침튀기며 헤헤거리고
일, 이음절의 민감한 단어들도 지들끼리
백마고지를 탈환하듯 싸우더군요
아무렴 어떻습니까... tv보기일 뿐인데...
채널을 다시 한번 쭉 돌리다가
읽지 않은 책들을 뒤적거리다, 느낌인데
그 프로는 재방송이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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