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내내 스위스전에 대한 허무함을 달래려 온종일 인터넷 끼고 흥분했더니 기분만 더 상한다. 그러면서도 일요일에도 손은 왜 자꾸 컴퓨터를 향하는지... 억지로 다리를 움직여 밖으로 나왔다.
우기에 보기 드문 태양이 오늘은 건기 못지 않게 내리쬔다. 이러다가도 언제 소낙비가 무섭게 쏟아질지 모르지만, 그건 그때 사정이다. 한동안 비 때문에 찾지 못했던 썬데이 마켓으로 방향을 돌렸다.
썬데이 마켓, 요즘은 "Walking Street" 로 더 잘 알려진 이곳은 타페 게이트 안으로 들어서면서 옛성 안의 벽돌길을 따라 쭉 이어진다.
일요일 오후 4 시부터 차량을 통제하기에 느긋하게 운치있는 벽돌길을 걸으며 치양마이 특산품과 수공예품 쇼핑도 하고 간간히 펼쳐지는 공연도 구경하고 맛난 먹거리도 맛보고... 일요일 오후를 즐기기에 이보다 좋은 곳도 없지 않나 싶다.
특히, 외국 관광객은 물론 내국인들의 관광 명소로도 크게 자리잡아 다른 관광지에서는 드문드문 보이는 태국인을 이곳에 가면 무척 많이 볼 수 있다. 태국인들과 함께 어우러져 즐기는 오후라 더욱 흥미로운지도 모르겠다.
타페 도로쪽에서 본 타페문. 저 성문으로 들어서면 치앙마이의 옛성.
성문 앞 광장에서부터 이렇게 오밀조밀하게 시장이 시작된다. 치앙마이의 큰 행사는 거의 다 이 광장에서 열린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문 안으로 들어오면, 여기서부터 왓프라싱까지 쭉 뻗은 이 길 전체가 Walking street 길가 양옆으로 노점이 즐비하게 늘어선다.
4시가 넘었는데... 너무 일찍 왔나보다. 이제 막 시장이 들어서기 시작한다. 시장은 북적대는 맛인데...
어쨌든 오늘은 어떤 물건들이 나와있는지 먼저 둘러보자.
태국의 상징 코끼리. 태국이 원산지임을 확실하게 증명해주는 기념품.
형형색색의 화려한 장신구들.
올해 유행하는 쪼글쪼글 주름 치마. 태국인들의 색감은 화려해서 좋다.
각종 목재 촛대
대나무로 만든 각종 용품과 전통 의상 복대. 저 공은 탁라우라는 태국 전통 스포츠에 쓰이는 공인데 등나무로 만든단다. 경기 형식은 배구와 축구의 조합이랄까? 손대신 발과 머리로 공을 받아치는 것만 다를 뿐 룰은 배구와 똑같다. 공을 차서 네트를 넘기는 모습들이 예술에 가깝다. 정말 묘기 대행진이다. 동남아시아 게임의 정식 종목일 정도로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보편화된 게임이다.
진위는 알 수 없지만 어느 시장에서나 빠지지 않는 품목, 골동품!
태국식 팽이
소수 민족의 짜집기 담요와 쿠션커버.
비누 공예.
화려한 칠기합 속에 들어있는 꽃은 이렇게 비누를 깎아서 염색한 수공예품.
너무 덥다. 그런데 이렇게 빙수를 먹는 모습이 눈에 많이 띈다. 주위를 둘러보니...
헉! 대패로 얼음을!
대패로 갈은 얼음 보숭이 위에 과일 맛이 나는 색소인지 쥬스인지를 먼저 뿌리고 그 위에 연유를 듬뿍 뿌려준다.
태국 전통 악기를 연주하시는 할어버님들 공연단. 근데, 앞자리 하나가 비었네?
오늘 출근이 늦으신 저 공연단의 홍일점인 할머니.
썬데이 마켓은 갈수록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사원 안쪽까지 빽빽하게 들어찬 노점들. 치앙마이시 통계에 따르면 썬데이 마켓에 등록된 노점만 3천여개에 이른다고 한다.
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국왕 사진, 로열 패밀리 사진이 빠질 수 없다.
태국식 전통 바지를 장식할 도안을 직접 그려넣고 있다. 이 거리에는 많은 예술 학도들이 직접 만든 독특한 수공예품과 그림들을 들고 나온다.
곤충, 벌레 튀김 앞에 신기하기만 한 외국인들. 그 옆에서 유유하게 맛을 음미하고 계신 우리의 태국 아줌마.
이 더운데 양철 모자를!!! 일본 관광객들이 이찌, 니... 하면서 빙수를 사고 있다.
거리의 악사
거리마다 각양각색의 공연이 펼쳐진다. 즐겁게 듣고 봤다면 양심적으로 관람료는 꼭 내도록 하자.
자, 이제 출출해진 배도 채울겸 먹거리 공략~ 메추리알로 우선 위벽을 보호하고...
넌 딤섬이냐? 보기에는 다 달라보이는데 맛은 거의다 비슷하다. -_-;;
국수 소스들. 저 세가지 소스 중에 하나를 고르면 국수에 부어준다. 개인적으로는 두번째 것, 카오소이라는 치앙마이 옐로우 누들 추천. 첫번째 것은 돼지 선지가 들어간 소스. 치앙마이 사람들은 이걸 무척 좋아한다.
국수에 소스를 부어주면 각자 구미에 맞게 야채를 듬뿍 넣어 비벼 먹는다. 앉은뱅이 탁자와 의자때문에 키가 크거나 롱다리인 사람들은 좀 불편하다. 하지만 해당 사항 없는 난 이렇게 앉아 먹는게 무척 재미있다.
치앙마이의 또다른 명물 어묵과 밋볼. 튀긴 어묵, 삶은 어묵, 구운 어묵... 먹는 법도 가지가지. 이것은 특제 소스를 뿌려주는 어묵. 저 옆에는 태국의 명물 팟타이(쌀국수 볶음).
썬데이 마켓은 범위가 꽤 넓다. 걷다 다리가 아프면 이렇게 곳곳에 발 마사지를 해주는 곳이 있다. 가격도 저렴하니 무리하지 말고 잠시 쉬면서 여유를 가져보자.
갈증이 나면 시원한 쥬스 한잔. 난 레몬 쥬스! 저 대나무 통이 컵 대용이었다니... 왜 진작 물어보지 않으셨어요? 다음에는 꼭 대나무 통에 마셔야지.
쥬스를 마시며 이제 슬슬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는데...
태국 국가가 울려퍼지더니 모두들 이렇게 기립자세가 된다. 일요일 저녁 6시 썬데이 마켓에서만 행해지는 행사(?)다.
태국인은 물론 외국인도 다 함께 기립자세로 국가에 대한 경의를 표한다.
중간에 갑자기 바람이 몰아치고 잠시 빗방울이 흩날려 상인들이 비닐을 덮었다 벗겼다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지만 다행하게도 끝까지 비는 오지 않았다.
외국인과 태국인이 하나가 되어 어우러지는 공간, 그래서 난 이곳이 좋다. |
출처: 쟈스민 향기 원문보기 글쓴이: 쟈스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