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둠달, 초엿새, 믈날.
아침에 사무실에 나가 평소에 늘 하던 일을 하고
낮에는 조일현 군 문제로 회의가 있었습니다.
특별히 결정할 것이 없는 회의이긴 했지만
일현 군은 무엇인가 결정해 주기를 기대한 것 같지만
지금의 상황으로 외부에서 무엇인가 결정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섣부른 간섭이 될 것 같다고 해서
상황만 공유하고, 지속적으로 응원하면서
앞으로 되어 가는 추이를 지켜보다가
결정적인 때가 되면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는 정도에서
회의를 마쳤습니다.
안타까운 일이기는 하지만
현재로서는 이 이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으니
어쩔 수 없이 그 정도 선에서 회의를 끝내야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것은
회의 참석자 모두가 동의하는 일이었습니다.
회의가 끝난 다음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런 일이 일어나면 앞장서 나서서 그래서는 안 된다고 해야 할 곳에서
인권을 짓밟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인데
피해자의 상황이 심각하다는 말을 들으면서 가슴이 답답해졌습니다.
일현 군의 일이나, 그 일이나
모두가 어수선하고 엉성한 사회에서 일상으로 일어나는 일이라는 것이
성숙한 사회로 가는 문도 못 연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는 것이
사람을 답답하고 서글프게 하는 일이라는 것,
일단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기는 하지만
알고는 있어야 한다고 전해 준 것 같은데
우선은 지켜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습니다.
저녁엔 그런 중에서도 인문학당을 진행하는
행복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세포의 얼개를 이해한 다음
생명현상이라고 하는 것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알아가는
‘세포호흡’이라는 것의 내용과 거기서 일어나는 일들,
세포 하나만으로도 그 값을 따진다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것과
그런 세포와 미생물,
그리고 곁별무리까지 어우러져 이루어진 몸이라는 것이
얼마나 큰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를 헤아리면
한 순간도 허투루 살 수 없는 것이 생명으로 살아가는 일이라는 것,
그런 내용을 함께 나눌 사람이 곁에 있다는 사실과
그렇게 어우러져 생명의 진실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
행복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늦은 시간까지 이야기는 꽃을 피웠고
돌아와 저녁 먹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하루,
불행의 상황에서 행복을 만드는 사람들도 있고
행복의 조건을 가지고도 불행을 만드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며
무거운 몸 뉘어 잠을 청하는 밤입니다.
날마다 좋은 날!!!
- 키작은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