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집안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옷장정리를 가끔 하는데
내가 입는 옷의 스타일이 바뀌었다는 걸 알았다.
옷은 많지만 입을 옷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곳저곳 보관해 둔 옷들 중
입기 싫은 옷이 생겼던 것이다.
목을 가리는 스웨터는 답답하게 느껴져서
도무지 입게 되지 않고
살갗에 닿아 조금만 거친 느낌이 나도 손이 가지 않는다.
옷이 몸을 조이는 것도 싫고
화학적인 소재도 피하게 된다.
40대가 되면 들꽃들이 눈에 보이듯이
몸이 저절로 자연친화적이 되는지
작년부턴 린넨 소재의 옷을 자주 입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러다가 프랑스 자수를 배울 때 수까지 놓아둔 니트웨어를 발견했는데
버리기도 아깝고 게다가 정성이 아까워
손자옷을 만들면 어떨까 궁리를 했다.
몸판으로 조끼를 만들고
소매로 바지를 만들어 보자고 작정했다.
경험이 없어 자신은 없었지만
버리자고 작정하면 겁낼 것 없지 않은가!
질 좋은 캐시미어 스웨터가 목이 길어 안입게 되니
그걸 한 번 사용해보자 작정을 했다.
아기가 입었던 옷의 크기를 눈대중하고
조끼 모양으로 쓱쓱 잘랐다.
작년에 조금 배워 둔 재봉틀로 박음질을 했더니
바늘 한땀도 실수를 여실히 드러내는 직물과 달리
니트는 내 솜씨의 어눌함을 드러내지 않고 털로 가려줘 그럴 싸 하다.
아들집에 가면서 완성 된 조끼와 바지를 가지고 갔더니
며느리는 인심 좋게
"우왕 지훈이 고퀄리티 옷들, 멋져요."
"아니 고퀄리티를 기대하진 말고
아기가 금방 크고 원단이 좋은 것이니 실용적인 의미로~~"
하고 멋적어했더니
"왜요~ 귀티 잘잘 인뎅 ㅋㅋㅋ"
했다.
내친 김에 베이지색 한 벌, 검정색 한 벌을 만들고
오늘은 남은 스웨터 조각으로 아기 모자랑
내 털모자도 만들었다.
꽃꽂이를 한 솜씨 덕분인지 요령이 생겨
모자에도 털실원단으로 장미를 만들어 붙였더니
대충 만든지 몰랐던 며느리랑 아들이
"엄마, 모자 특이하네요."
해서
"아기 옷 만들고 남은 부분으로 한 번 만들어 봤다. "
했더니
"너무 고급지네요. 그러니까 세상에 하나뿐인 거잖아요."
한다.
오늘은 검정 스웨터 잘라
아기 조끼와 바지를 만들고 남은 부분으로 아기 모자를 만들었다.
내일도 며느리와 내 아기옷 작업 이야기로 인사를 하지 싶다.
오래 전에 수 놓아 두었던 린넨천을 잘라 가방도 만들고
아기 모자도 만들고
코로나로 인해 바느질 실력이 늘고 있다.
며느리와 얘깃거리도 .....
얼굴보다 마음이 더 예쁜 우리 며느리는
오리지널 강남아가씨였는데
질박하기는 시골 출신 같다.
그래서인지 시어머니 아기옷에도 듬뿍 점수를 준다.
'속마음도 그럴까?'
문득 궁금해졌다.
둘째 라파엘의 경고가 생각난다.
"엄마는 너무 머리가 좋아서 상대방의 마음까지 자꾸 생각하거든.
그러니 상대가 하는 말을 듣고 그 사람이 그말을 하는 속내까지 알고 마음 고생을 하는 유형이에요.
직접 물어보면 상대는 그런 생각 절대 안했다고 할텐데~~
상대가 무슨 생각을 하건 말로 표현하는 걸 그대로 믿는 연습을 해 보세요.
훨씬 세상살이가 수월해지고 담백해지실거에요."
하고 내 성향에 대해 조언을 해 주었다.
남의 마음을 잘 알아차리는 건 내 장점이자 단점이라
누가 무슨 말을 하면 그게 진정성을 가졌는지 아닌지 본능처럼 알지만
애써 말한 것을 그대로 믿는 연습을 해보기로 했었다.
그러니 소모적인 마음 고생이 많이 사라졌다.
며느리가 예쁘네요 했으니 내가 만든 그옷은 정말 예쁜 걸로 만족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