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난쏘공)은 지금도 서점에서 대접받는 스테디셀러다. 30년간 100만부 이상이 팔렸다고 한다. 이렇게 '난쏘공'은 1978년 출간된 책은 30년이 넘게 사람들에게 읽혀왔고 읽히고 있다. 요즘 학생들의 필수도서목록에 포함되어 있기도 하다.
그만큼 '난쏘공'은 생명력이 있다. 당시 도시소외계층의 궁핍한 삶과 철거민들의 고통 등을 생생하게 묘사했기 때문이다. 독자라면 책장을 넘기며 가슴이 찡했던 기억은 조금씩 갖고 있을 것이다. 철거민들이 밥을 먹고 있을 때 철거용역들이 들이닥치는 충격적인 장면은 몇 년 전 개봉된 영화에 삽입되기도 했다.
30년이 흘러 젊은 세대들에게는 그저 옛 소설로 느껴지겠지만. 안타깝게도 '난쏘공'은 현재 진행형이다. 용산 철거민 참사가 2009년판 '난쏘공'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더 잔인해졌고 더 야만적인 상태"
1970년대 철거민들과 함께 하며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공'(난쏘공)을 쓴 작가 조세희씨가 21일 오후 서울 강동구 둔촌동 자택부근 한 식당에서 기자들을 만나 용산 재개발 철거민 참사 사건과 관련해 말하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권우성
어제 오후 '난쏘공'을 쓴 조세희 선생이 몇몇 기자들을 만났다. 용산 철거민 참사에 대해서 1시간이 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조 선생은 떨리는 음성과 떨리는 손을 진정시켜가며 말을 이어나갔지만, 끓어 오르는 감정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았다.
"30년 한 세대가 지나간 일이거든 반복되지 크게 보면 똑같은 일인데 방법은 더 잔인해졌고 더 야만적인 상태로 갔지. 난쏘공을 쓸 때 70년대에는 누가 그렇게 죽을 걸 뻔히 알면서 희생자를 죽이는 일은 이렇게 많지 않았다. 이것은 그런 면에서 더 충격적이지."
조 선생은 참사 관련 보도를 보고 떨려서 수면제를 먹고 간신히 잤다고 했다. 그만큼 충격적이었다. 그는 "그 당시에는 달려가서 용역이 망치를 들어 때리려다가도 (철거민의) 눈과 마주치면 후퇴라도 했다. 자신이 때려야할 사람이 인간이라는 것을 감지하는 것"이라고 경찰 특공대의 무리한 작전을 비판했다. 시너 등 위험물질이 있고 극렬하게 저항할 것을 알면서도 강경진압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5.18 때 어리석은 군인들과 똑같다, 어제 경찰은 80년 5월 특전사처럼 자신들의 임무를 유기했다"면서 "우리 동족을 보호해야 할 임무를 가지고 있는 경찰이 동족을 죽였으니 임무유기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제 폭력을 그냥 지나치면 죄를 짓는 것이다, 우리는 동시대인으로서 모두 죄인이다"라며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우리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난뱅이 두들겨패서 잘 사는 일 그만 해야"
21일 저녁 서울 용산구 신용산역 부근 참사 현장에서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공'의 작가 조세희씨가 임시로 마련된 분향소에 헌화를 한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유성호
이야기는 30년 동안 우리가 목표로 삼고 달려온 글로벌 경제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다. 조 선생은 "21세기 들어왔는데도 우리가 하는 행태들은 말할 수 없이 끔찍하다, 난 그게 답답해 죽겠다"면서 "그것이 젊은 사람들이 흔히 쓰는 신자유주의니 글로벌 경제 이야기할 때 가져오는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난뱅이를 두들겨 패서 잘 먹고 잘 사는 것은 이제 그만 해야 돼. 그러면 안 돼.비정규직 상상도 못했지. 그런데 비정규직이 850만이야. 20대가 학교 나와도 갈 직장이 없어."
조 선생은 30년 전 '난쏘공'은 위험표지였다고 했다. 벼랑 끝에 세워놓아 더 가면 떨어진다는 위험표지. 조 선생은 그 위험표지를 무시하고 여기까지 온 게 안타깝단다.
"난 '난쏘공'을 쓸 때 미래에 이런 일이 없길 바란다는 마음으로 썼어. 벼랑 끝에 세워 둔 위험표지지."
'난쏘공'보다 더 잔인하고 야만적인 방법으로 재현되고 있는 현실에도 조 선생은 희망을 강조했다.
"이 다음 세대에 좋은 세상을 물려줘야지, 냉소주의에 빠지지 말아야 해."
조 선생은 기자간담회를 마치자 마자 제자의 차에 올라 2009년판 '난쏘공', 용산 철거민 참사 현장으로 향했다.
첫댓글 영화 '고고70'이 생각났어요. 요즈음.
저는 방물토마토와 일번가의 기적이란 영화가 생각났네요. 특히 방울토마토는 아시키덜이랑 세 번 보았는데요, 너무너무 좋은 거 있죠. 한 번 보셔요. 후회 안 하실 거예요.
일번가의 기적은 아주 오래전, 아니다 언제지?! 봤어요. 방울토마토는 본 영화가 아닌데요. 언제 챙겨볼께요! 토마토가 연결되네요. 그 장면 너무 잔인해서 무지 울었는데요. ㅡㅡ;;
사람이 얼마나 극악해 질 수 있는지를 생각합니다. 어느 권력도 철거민에게 이렇게까지 잔인하게는 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해도 통했던 게 그들의 삶이었겠죠. 그들을 포함해 모두 잘 사는 길은 없을까요? 있는데... 왜 이렇게 가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