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나라 말기 중국을 통치한 서태후(자희태후·慈禧太后·1835∼1908년)와의 은밀한 이야기를 담은 회고록이 홍콩 대만 등에서 영문판과 중문판으로 출판됐다. 홍콩 야저우(亞洲)주간 최신호에 따르면 ‘태후와 나’(홍콩 신세기출판사)라는 제목의 이 책 저자는 청말 영국 외교부 통역으로 황실을 드나들던 영국인 에드번드 백하우스 남작.
1873년 영국 명문가에 태어나 옥스퍼드대를 졸업하고 25세 때인 1898년 베이징으로 와 1944년 숨질 때까지 살았다. 중국어 만주어 몽골어에 능통했으며 경사대학당(베이징대의 전신) 교수도 지냈다. 생전에 ‘중영 구어사전’을 펴냈으며 서태후 사후 2년 뒤인 1910년에는 ‘태후 통치 아래의 중국’을 펴내기도 했다. 학계에는 20세기 초 중국사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남긴 괴짜 동양학자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 나온 책은 그가 황실을 드나들면서 경험한 것을 숨지기 한 해 전인 1943년 기록으로 남긴 것으로 저자 사후 67년 만에 출판됐다. 남작은 책에서 자신이 서태후와 4년 동안 맺은 성관계를 세세히 묘사했다고 이 잡지는 전했다. 26세 때인 1861년 남편 함풍제(咸豊帝)를 잃은 서태후는 자신 외에도 다른 많은 남자와 관계를 맺었다고 주장했다. 또 남작은 영국 체류 시절 아일랜드 대문호 오스카 와일드 등과도 동성애를 가졌다고 주장했다.
이미 1976년 영국의 저명한 역사학자 휴 트레버 로퍼는 백하우스 남작을 “계획적이고 조직적으로 증거를 조작해 세상을 속인 인물”로 비판했다. 하지만 이번 책에서 그의 원고를 도와주었던 인물로 나오는 스웨덴 의사는 초고를 만들 당시 쓴 후기에서 “기억이 혼미하고 왜곡돼 상상이 많이 가미돼 있지만 기본적으로 사실에 기초한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