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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KAIST(한국과학기술원) 석좌교수와 시골의사로 유명한 박경철 원장이 만나 지난 3월 16일 조선대학교에서 대담을 가졌다. 이날 대담의 주제는 ‘젊은이여, 도전하라’로 이 시대에 진정 필요한 리더십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공감대를 가져보는 시간이었다. 대담은 박 원장이 질문하고 안 교수가 대답하는 형식으로 한 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다음은 대담 요약 수정 전문.
박경철 원장-대담으로 개최되는 광주 강연이 가지는 의미가 무엇일까요? 좋은 대답뿐만 아닌 좋은 질문도 필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안철수 교수-두 사람이 대담 형식으로 하는 것은 미국 형식을 차용했습니다. 어떤 강사 분이 다른 이를 초빙해서 대담이 진행됐는데 즉석에서 즉흥적으로 얘기하는 것이 청중으로서 기대하지 못했던 부분들까지 들을 수 있게 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귀국해서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다행히 박 원장님과 의견이 일치해 첫 번째로 광주에서 대담을 열게 됐습니다.
박-본격적인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개인 구성원들이 리더십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보십니까? 나의 삶과 리더십. 포괄적이지만 툭하면 리더, 리더십, 심지어 두바이 리더십까지 거론되는데 왜 계속 화두가 된다고 보십니까?
안-아마도 리더십에 대한 전형이 없기 때문으로 봅니다. 사람마다 각각 리더십을 다룰 분야가 다르기 때문이죠. 리더십은 하나의 정답만 존재하지 않습니다. 교육을 통해서 불러일으키기 힘든 게 바로 리더십입니다. 교과서 하나를 다 외워서 가질 수 있는 게 리더십이 아니란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깨닫는 사람은 생각이 바뀌고 생각이 바뀌면 행동으로 옮겨집니다. 이것을 수업으로 동기부여하긴 힘듭니다. 현대 사회가 금융 위기부터 불확실성하고 어느 곳 하나 제대로 기대고 의지할 데가 없습니다. 결국은 사람입니다. 이제 리더십에 최고의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리더십을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오해하는 게 현실입니다.
박-과거의 잣대로 보면 무언가 성공하는 것이 리더라고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흔히 엘리트주의, 계층 간 형성된 구조는 밑에 있는 사람을 올라오지 못하게 막아버렸다고 보입니다. 안 교수님은 사다리를 걷어차는 엘리트 교육의 문제를 어떻게 보십니까?
안-저는 영재교육이나 수월학습을 믿지 않습니다. 전체적인 흐름과 반대되는 의견인데요. 우리 사회에서 속도 위주의 영재 교육, 문제풀이 교육, 결과 위주의 교육, 가능한 한 빨리 학위를 받으면 그 사람이 영재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좋은 영향력을 끼친 사람 가운데 조기졸업자가 얼마나 있을까요? 학교에서 배우는 것은 사회활동의 일환입니다. 많은 친구들을 사귀는 것도 중요한데 빨리 졸업한 사람은 사회의 보탬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문제풀이 위주로 답을 잘 풀면 성공하는 모델이라고요? 이 사회는 창조력 있는 인재가 중요합니다. 창조력은 남들이 다 만들어 놓은 것 중 좋은 질문을 할 수 있는 것을 말합니다. 현재 문제를 만들어내는 사람은 거의 드뭅니다. 좋은 질문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인재인데 우리는 그것을 너무 등한시합니다. 와튼 스쿨 MBA 법대 교수가 똑똑한 학생들을 많이 접했는데 똑똑한 이들 중 거의 대부분은 감옥에 있다고 했습니다. 자기만 생각하는 부도덕한 이들은 사회의 악입니다. 그런 영재는 기르지 않는 것이 국가적으로 이득일 것입니다. 우리는 결과에 대한 집착을 바꿔야 합니다.
박-저희 둘이서 이것을 늘 고민했는데요. 기성세대는 과거 어렵게 살던 시절, 남을 모방하거나 따라잡기를 하면서 비겁하게 성장했다고 봅니다. 넘어진 사람을 일으켜 세우지 않고 짓밟고 신호를 무시하고 무작정 달렸습니다. 기성세대는 그 같은 생각으로 뛰어보니까 살아남았다고 말합니다. 뒤돌아보지 말고 달려라. 이게 그들의 방식이었습니다. 과거는 질문이 필요 없었습니다. 오늘날에는 이미 따라잡을 것들은 따라잡았고 중국이 우리를 추격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나, 어떻게 뛰어야 하나를 스스로 질문할 시대를 맞았습니다. 기성세대 틀의 성장이 아닌 연속성을 갖고 새로운 시대의 리더십을 지향해야 합니다. 새로운 형태의 리더십은 때에 따라 낭만적, 이상적으로 비추어지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안-우리나라에서 천만 명 이상 본 영화가 미국에 있는 동안 나왔습니다. ‘괴물’인데 공포영화는 싫어하는 편이라 볼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웰컴 투 동막골’이라는 영화를 봤는데 주 내용은 모두 아시다시피 국군과 공산군이 합쳐 미군을 격퇴하는 내용입니다. 줄거리 자체만 보면 가히 충격적입니다. 반공교육을 받던 기성세대나 이를 잘 모르는 신세대는 공감이 가지 않았을 터인데 어디서 공감대가 형성됐을까 고민했습니다. 그 결과 시대상이 거대 이론이나 담론보다는 개개인이 가진 작지만 소중한 것들을 더 중요시해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습니다. 그 중 웹 2.0 인터넷은 기술적인 부분에서 20세기와 21세기에 완전한 차이를 드러냅니다. 예전 인터넷 검색을 하면 고급 정보들은 일반인들이 접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정보화 시대이기 때문에 21세기를 사는 일반대중은 고급정보를 가졌습니다. 웹 2.0은 정보를 가진는 대중이 정보를 공유하고 자발적으로 참여를 도모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기술 흐름이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전반적인 분야가 그런 쪽으로 자꾸 바뀌어갑니다. 결국 탈권위주의로 모든 게 설명이 됩니다. 이제 기술도 그러한 것이 잘 반영되는 것만이 살아남습니다. 영화 또한 그러한 주제가 살아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리더십도 그렇게 바뀌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보았습니다. 20세기 리더십은 외향적이고 카리스마가 있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지위에 오르면 고급정보, 인사권, 재무적인 권한 등을 갖게 되고 그것으로 관리하고 일반인은 그것을 따라갔습니다. 그런데 과연 자리로부터 오는 리더십을 리더십의 전형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21세기는 고급정보가 한 사람이 독점하는 게 아닙니다. 무조건 따라오라 하는 게 아니라 저 사람이 따라갈 만한 값어치가 있는지 판단하는 시대라는 것입니다. 그때 따라가는 리더십의 요체는 오직 대중입니다. 결국 대중이 리더를 인정해야 그 리더가 진정한 리더라는 것입니다.
박-서울에서 광주까지 KTX를 타고 오다가 안 교수님과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아이폰을 꺼내서 긴 이야기를 했습니다. 처음에 그렇게 기대하지 않았던 작은 기계가 이제는 거의 충격을 줍니다. 한 달째 이것이 나온 것을 어떻게 봐야 하나 고민했습니다. 안 교수은 아이폰이란 화두를 어떻게 보십니까?
안-예전에는 박 원장이 구성안을 그림으로 직접 그려 보여주더니 이제는 아이폰으로 직접 스캔해서 보여줍니다. 우리나라는 아이폰에 기대 반, 우려 반이었습니다. 결국 우리나라에 보급되면서 대기업들이 위기의식을 느끼게 됐습니다. 하지만 대기업들은 기술 경쟁력으로 따라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우리나라 비즈니스와 미국 비즈니스의 대결입니다. 하청구조의 효율화로 하청업체에 의해 가장 저렴한 부품을 공급받는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높은 경쟁력을 가지게 됐습니다. 이에 반해 미국 모델은 수평적인 네트워크 모델입니다. 대표적인 게 게임기인데 닌텐도 위와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중 성능은 단연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이 더 좋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닌텐도 위가 압도적으로 1등을 합니다. 게임기는 게임 속 특징을 만드는 것이 제일인데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게임기 회사는 어느 쪽 게임을 만들면 어느 정도의 지원으로 얼만큼의 이익이 남는지를 압니다. 닌텐도가 1등만 노리는 게임기면 닌텐도는 질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그러나 수평적이고 독립적으로 운영된 닌텐도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자기 편, 자기 세력을 많이 만들면 이기는 게 대두하고 있습니다. 게임기 산업도 그렇고 아이폰도 그러한 쪽입니다. 얼마 전 신문에 비판 기사가 나자 하루 만에 게임의 특징이 바뀌어 나왔습니다. 이제는 환경을 만드는 업체가 승리하게 됩니다. 지금은 우리나라의 수직적 모델과 미국의 수평적 모델 간의 싸움이고, 수평적 모델이 단연 힘이 세다는 것을 아직도 우리나라 대기업은 깨닫지 못하고 있습니다. 수직적 모델은 이제 당해낼 재간이 없습니다. 입체적으로 보는 사람은 이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리더십까지 단면적이 아닌 수평적인 모델로 되어가고 있습니다.
박-수직적인 것은 '내 상품을 쓰든 말든 알아서 해라'의 방식이었습니다. 이제는 사다리를 걸치고 내가 얼마나 많은 사람을 설득할 수 있는가, 옆 사람 손을 얼마나 잡는가, 강강수월래하는가가 대두되고 있습니다. 지금은 옛 수직적 모델의 문화를 과감하게 깨뜨려야 합니다. 안 교수님과 제가 20년 정도 사회생활을 하면서 확신을 가지고 이러한 말씀을 드립니다. 그런데 정작 살아온 사람이 확신이 있는데 청년들이 확신이 없습니다. '내가 그렇게 살면 될까' 고민하거나. 여기 계신 여러분이 현실성을 가져야 합니다. 새 형태의 자기 성공은 끊임없이 공유하고 변화하는 모습이어야 합니다. 특히 리더란 입장에서 볼 때 제일 중요한 것은 철학이자 실천입니다. 안 교수님, 어떤 모습이어야 합니까?
안-사실 답은 없지만 제 나름대로 생각하는 모습은 철학, 비전, 실행능력입니다. 철학은 심오한 게 아닌 자기가 누구인지 아는 게 필요합니다. 우리는 자기를 모르면 얼마나 모르냐고 하지만 실제로는 우리 자신이 누구인지 모를 때가 의외로 많습니다. 인간은 방어기제가 발달해서 사람마다 자기가 편하고 좋은 쪽으로 기억을 바꿀 때도 있습니다. 닉슨이 대통령 된 다음 중국과 수교하려고 할 때 전문가 중 80% 이상이 실패할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닉슨이라고 다를 게 있겠냐는 식으로 보았습니다. 물론 그 중 20% 정도는 가능성이 있다고 했겠죠. 결국 정상수교는 이루어졌습니다. 어느 방송에서 똑같은 사람들에게 다시 물어보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때 답한 전문가 중 80% 정도는 '내가 성공할 거라고 말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기억과 생각을 바꿔놓습니다. 저마다 기억이 다를 때가 종종 있습니다. 친구끼리 옛 일을 회상할 때 사실 절반 정도 확률로 내 기억이 틀릴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마음을 다치지 않으려고 내 기억을 바꾸어 놓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는 가끔 제 의식을 바꿀 기회를 찾습니다. 저 같은 경우 의대교수를 할 것인가 아니면 안철수연구소라는 중소기업을 세울 것인가 고민을 했습니다. 자기 스스로 어떤 사람인지 이상적으로 생각하며 나 자신을 발견하려면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합니다. 생각이나 말이 그 사람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선택과 행동이 그 사람을 나타냅니다.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고 실제로 어떤 선택을 할 때 그 사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무엇을 선택했느냐가 중요합니다. 치열하게 생존한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선택할 때 철학적으로 성립되고 일관성을 지니는 것이 필요합니다. 계속 내가 옛날에 했던 결정을 돌이켜보고 자기가 누군지 명확하게 알아 그쪽 방향으로 걸어가야 합니다.
박-철학과 실천이 리더십에서 필수적이라고 보이는데 얼마 전 조정래 선생님을 만났을 때 그 분이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우리는 보통 '나는 최선을 다했다'는 말을 쉽게 한다"라고. 하지만 최선을 다했다는 것은 자신의 행동이 나를 감동시킬 수 있을 만큼 실천했지에 달렸습니다. 적당히 타협하거나 스스로 최선을 다했다고 자기 합리화한다면 결국 말과 행동이 다른 나를 발견하게 되고 주위를 원망하거나 환경을 탓합니다. 우리가 쉽게 남을 사랑해야 한다고 내뱉는데 실제는 자기 자신을 사랑해야 합니다. 나를 사랑하는 건 이기와는 다릅니다. 어떻게 소중한 나를 담배 피며 썩게 만들게 하고 매일 술을 먹일 수 있겠습니까. 이렇게 깨끗한데 먼지를 묻게 할 수 있냐는 것입니다. 내가 나아지고 싶고 소중하고 사랑스러우면 오늘 나를 있게 하고 나를 인정해주는 친구가 감사하며 나라가 감사한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뜬금없이 '국가를 사랑해'라는 소리를 듣습니다. 제일 바보 같은 친구가 자기는 서울대 못 가고 '우리 학교 서울대 몇 명 갔다'고 자랑하는 이들입니다. 좋은 기업 삼성이라고 하지만 나는, 국민은, 우리의 보편적인 삶은 어떠한지 생각과 말과 행동이 다른 지점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안 교수님은 직원을 뽑을 때 어떠한 사람을 뽑습니까?
안-요즘은 워낙 질문들이 새나가거나 취업 관련 사이트가 생겨 많은 취업 정보가 오고갑니다. 안쓰러운 것입니다. 일례로 좋은 선생을 뽑으려 외국에서는 많은 노력을 합니다. 강의평가를 하는데 60명의 후보자가 강의하면 비디오로 녹화했다가 한 시간 가량을 지켜봅니다. 다시 1분 정도만 봅니다. 1분만 봐도 1시간을 본 것 같은 효과가 있습니다. 다시 30초의 시간을 주고 선생님만 찍고 말소리를 없앴습니다. 그런데 30초여도 한 시간 강의한 것과 평가 점수가 거의 일치했습니다. 면접 때 보는 것은 내용이 아닌 말하는 태도나 순서입니다. 아예 내용을 듣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점은 물론 회사마다 다릅니다. 내용이 중요한 회사도 물론 있습니다. 저는 현재 그 사람이 가진 기술보다 재능을 봅니다. 스킬이 아닌 탤런트를 보자는 것입니다. 지금 당장 사회에 필요한 부분은 없지만 회사에서 필요한 인재를 뽑길 희망합니다. 안철수연구소는 A형 인재상을 원합니다. 예전에는 전문가가 한 분야에서 전문적으로 지식 있는 사람이면 됐습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때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분야의 천재라 할지라도 여러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끼리 의사소통되는 게 필수적입니다. 다른 분야에 대한 상식과 포용력, 자기가 아는 것을 잘 전달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바로 A형 인재입니다. 또 사람들 간 가교의 능력도 필요한 게 A형 인재입니다. 2박 3일 간 합숙해서 면접자가 어떻게 하는지 이틀 정도 지켜보면 그 사람의 본 모습이 드러납니다.
박-수학적 학문과 철학적 학문 중 수학적 학문은 단계적이고 지식을 높이 쌓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철학적 학문은 흄을 몰라도 스피노자, 데카르트를 몰라도 칸트를 공부할 수 있는 것입니다. 수학적인 것은 위로 올라가 누가 1m라도 더 쌓는가인데, 높이 쌓아 올리는 것에 대한 상식은 알지만 그것을 어디에 배치할 것인가를 모르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쌓아 올려봤자 옆으로 보는 지식이 없으면 안 됩니다. 그만큼 폭넓은 지식이 중요합니다. 바로 독서의 중요성입니다. 안 교수님과 저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둘 다 의사다, 둘 다 의사 안 한다, 둘 다 아내가 의사다, 머리가 크다, 술 담배 골프 안 한다, 머리만큼 얼굴도 크다, 둘 다 AB형이다, 그리고 병적으로 독서를 많이 한다 입니다. 독서를 많이 해야 한다는 것은 왠지 공자님 말씀 같지만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안 교수님은 독서를 어떻게 하면 많이 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안-뉴욕타임스에서 선정한 베스트셀러에 항상 3년에서 5년 정도 10위 안에 머무는 책이 있습니다. 그것을 보면서 심히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책은 관심, 용어를 통일할 능력이 있습니다. 같은 용어를 쓰면 이해의 폭이 넓어져 국가적으로 상당한 이득이 됩니다. 이것은 굉장히 두려운 존재입니다. 우리나라는 1등 아니면 꼴찌로 가히 극단적입니다. 사교육 1등, 평생교육은 꼴찌, 자살률 1위로 이쪽 아니면 저쪽, 계속 이런 상황으로 치닫습니다. 책을 안 읽다 보면 의견은 극단으로 치우치고 결국 사회 갈등이 초래됩니다.
박-한 편의 책, 내 가슴을 치는 책, 전문가가 책을 썼다면 그 사람이 책을 썼다는 것은 정신 함양적으로 큰 도움이 됩니다. 이유가 뭐냐면 한 권의 책을 어떻게 하면 제대로 쓸까하는 뜻이 담겨 있다는 말입니다. 우리가 사랑한다는 말을 하늘 땅만큼이라고 한다면 언어로는 그것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문자나 기호로 표기된 것입니다. 그러니 문자나 기호를 꼭꼭 제대로 씹어 먹으면 책을 읽은 사람은 한 사람이 평생 일궈놓은 역작을 한 번에 받아들이게 됩니다. 다만 양서를 읽어야만 합니다. 어떤 책이 별로라는 것을 안 선생님과 저는 이야기로 나눌 수 있습니다. 안 선생님이 수업 시간에 하는 어드바이스를 이곳에 모인 청중에게도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안-지난 학기 열 몇 가지 정도 어드바이스를 주었는데 지난 학기에 나름대로 충고한 것 중 몇 가지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첫째, 첫 인상보다 마지막 인상이 중요합니다. 헤어질 때 그 사람의 본 모습이 나옵니다. 잘하다 못하는 이들이 있는데 결국 나중에 주위 사람들이 다 떠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단기적 이익만 좇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둘째, 불평을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불평보다 자기 환경을 극복하려 해야 더 좋은 여건을 만들거나 더 열심히 어떤 일을 해 나갈 수 있습니다. 자기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더 건전한 태도입니다. 셋째, 투자한 만큼 즐기는 법입니다. 두 사람이 로마에 여행을 떠났는데 한 사람은 자기 공부만 한 다음에 로마행 비행기를 탔고 다른 한 사람은 로마의 역사나 '로마인 이야기'를 읽거나 틈틈이 공부했습니다. 똑같은 두 사람이 로마 유적 콜로세움 앞에 섰을 때 사진하고 똑같다고 생각하는 한 사람과는 달리 미리 준비한 사람은 감동에 벅차오르게 됩니다. 이처럼 감동 있는 시간은 자기가 얼마나 미리 투자했느냐에 달렸습니다. 즐기는 건 오로지 자기 책임입니다. 넷째, 급한 일보다는 중요한 일을 먼저 하라입니다. 중요한 일을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다 결국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섯째, 자투리 시간을 잘 활용하라는 것입니다. 저는 엘리베이터 기다리는 시간이 아까워서 책을 가지고 다닙니다. 한 달 지나다 보니까 두 권 정도의 책을 읽었습니다. 여섯째, 점 9개 선을 끊지 않고 네 번 만에 통과하는 방법을 아십니까? 사회적 통념에 얽매이지 않고 상식적인 부분을 깨뜨리고 남들이 해결하지 못한 해결책을 생각하라는 것입니다.
박-통념을 바꾸면 미래를 바꾸게 됩니다. 달리기 경주와 달리 인생의 성취는 근육만 키운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남들이 꿈꾸지 못한 것을 꿈꾸고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것을 생각하고 남들이 보지 못한 것을 보고 남들이 상상하지 못한 것을 상상하는 사람이 성공합니다. 다른 사람이 꿈꾸지 못한 것을 생각하려면 통념을 깨야 합니다. 저는 밥 먹는 시간에 월 한 권의 책을 봅니다. 많은 사람들이 시간 없다고 하는데 성공한 사람 중에 성취한 사람 중 바쁘다는 사람을 만난 적이 없습니다. 시간을 직선이 아닌 곡선의 시간으로 만드는 것이 필요합니다. 시공간도 휘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쓸데없는 망상이나 아무 의미 없이 보낸 시간을 내 자신이 잘 다듬이질하고 건설적으로 짬짬이 시간을 보낸다면 똑같은 시간이라도 소중히 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입니다. 한 시간을 생각의 거리로 본다면 1m가 될 수도 있고 1km가 될 수도 있습니다. 3시간 동안 기차 타면서 거의 3시간 중 두 시간 20분을 저와 안 선생님은 책 이야기를 하며 보냈습니다. 우리도 기성세대이지만 이렇게 책을 읽는데 청년들은 그보다 더욱 많이 읽어야 합니다. 선생님, ‘make a difference’란 어떤 개념이죠?
안-사람마다 성공의 정의를 스스로 내려야 합니다. 사회는 성공의 개념을 권력을 가지거나 부, 명예를 가지는 것으로 인정하는 분위기입니다. 사회적 성공이라는 정의를 개개인이 평가하기에는 여러 가지 경험도 다르고 지식도 다릅니다. 자기 스스로 성공의 정의를 내릴 줄 알아야 합니다. 이름을 남기는 사람은 드물기도 하지만 헛된 일이기도 합니다. 저는 삶의 흔적을 남기고 싶습니다. 크로마뇽인이 동굴 벽화를 그렸던 것처럼 누가 산 줄은 모르지만 흔적은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존재했을 때와 존재하지 않았을 때의 차이가 너무나도 없으면 굉장히 슬플 것 같습니다. 그래서 조그마한 흔적이나 남아 있길 바랍니다. 제도적인 건의를 해서 흔적을 남길 수도 있고 책이 후세에 남는 것도 바랍니다. 각자 나름대로 뚜렷한 철학이 있으면 모든 판단을 거기에 비추어 흔들리지 않고 나름대로 평온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박-차이와 다름의 개념, 스카이와 지방대, 회장과 부회장, 나와 다른 사람, 다름. '나는 어떤 것이 다른 사람인가'는 정의로움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불과 10년 전에는 적당히 모방하고 베끼고 '우리가 남이가?'라며 힘 있으면 빠져나가고 했던 정의롭지 못한 길이 많았습니다. 우리가 말로는 글로벌 스탠다드라고 하지만 진정한 글로벌 스탠다드는 방식이 정의로워야 합니다. 수십 년 전 미국 선교사가 우리나라에 와서 정의를 굉장히 중요시했습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만 명을 먹여 살리는 한 명의 인재가 중요하다고 했는데 만 명이 먹을 것을 한 명이 독식하는 것은 옳지 못합니다. 나 혼자 천 발자국 뛰어나가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함께 나누는 삶이 더욱 필요하단 겁니다.
청중 질문-생각은 많은데 행동으로 잘 안 되는 사람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실 수 있는지요? 독서를 잘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입니까?
박-독서를 잘하는 방법에 니체의 말을 빌리면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선의와 호의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내가 편한 길, 내가 아는 길만을 추구한다면 똑같은 위치인데 앞으로 볼 때와 뒤로 볼 때 마음 상태는 같지 않다는 것입니다. 앞은 해변이 펼쳐져 있지만 뒤로는 반대로 바다 깊은 곳이 펼쳐져 있습니다. 해변을 보면 편하지만 바다를 보면 두려워합니다. 익숙하지 않은 것을 한다는 것은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드는 일입니다. 신상 말고 말이죠. 지식과 경험, 익숙하지 않은 것, 새로운 것들을 만났을 때의 기쁨을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 평이하고 쉬운 것은 내게 익숙한 것입니다. 내가 읽기 버거운 것을 읽을 때 새로운 것을 만나는 기쁨을 누리게 됩니다. 고결함에 대한 생각을 덧붙이자면 나 하나가 고결하니 나를 고결한 사람으로 잘 가꾸는 것이 필요합니다.
안-마지막으로 말씀드리고 마치겠습니다. 대학생들 중 전공이 잘 맞지 않다는 이들이 많습니다. 다른 분야 전공이 자기에게 맞을 것 같다고 하는데 그들이 느끼는 문제는 또 두렵다는 것입니다. 다른 것 하는 것 자체도 두렵지만 만약 그 분야도 맞지 않다는 것을 알면 시간 소비가 심할 것 같다는 것입니다. 강물의 세기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신발 벗고 양말 벗고 들어가야 합니다. 설령 떠내려가면 어쩌나 두려움이 일겠지만 떠내려간다 해도 그것은 값진 일입니다. 어떤 분야에서 시행착오를 겪는 것은 값진 시간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설령 안 맞는 분야라 해도 아까운 시간이 아니고, 또 다른 분야로 진출했을 때 시행착오를 겪지 않게 할 것입니다. 또 그 경험은 자기를 알아가는 데 필요한 것입니다. 안정은 환상입니다. 세포가 왜 살아있느냐면 불균형하고 불완전하기 때문입니다. 바깥에 있는 소금 성분은 안으로 들어오려고 하는데 세포는 바깥으로 보내려고 합니다. 이처럼 불균형을 유지하기 때문에 생명이 존속될 수 있는 겁니다. 그렇다면 안정은 언제 오느냐. 세포막이 터질 때 영양분이 터지고 난 다음에 오는 것입니다. Ahn
대학생기자 박건우 / 전남대 산림자원조경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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