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세이성남 제19집 『꿈의 거리』에 실었습니다.
에세이성남은 경기도 성남시에 사는 수필가들의 동인지입니다.*
남성 피부 관리 십계명
심양섭
베들레헴과 배둘레햄은 모음 세 개가 다를 뿐이고 소리는 거의 비슷하지만 그 의미는 판이하다. 베들레헴(Bethlehem)은 원래 ‘빵집’이라는 뜻으로 예수 그리스도가 탄생한 곳이다. 반면에 배둘레햄은 사람의 배 둘레에 비곗살이 찐 것을 비아냥조로 가리키는 속어이다. 배둘레햄은 특히 나 같은 중년 남성들에게서 자주 발견된다.
한 때는 불룩한 뱃살을 ‘인격’이라고 하여 당연시한 적도 있지만 요즘은 다르다. 배둘레햄은 건강의 적신호일 뿐만 아니라 외모를 망치는 주범으로 인식된다. 다행히 내 경우는 배둘레햄이 거의 없다. 최근에는 자꾸 살이 빠져서 바지마다 혁대의 길이를 줄여야 할 지경이다. 평소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걸어다니고 반려견 별이와 산책하는 외에는 운동도 별로 하지 않는데다가 ‘덜 먹기(diet)’는커녕 하루 세 끼 식사를 충분히 하고 식후에는 단것까지 먹는데도 아직까지는 올챙이배가 나온 적이 없다.
배둘레햄이나 올챙이배, 엉덩이살이 없어야 하는 것은 몸 관리의 기본에 불과하다. 나같은 중년 남자가 청년들처럼 매끈하고 단단한 피부를 지닐 수는 없다. 그러나 웬만큼은 나이가 덜 들어보이는 피부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사실 나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샤워 후에 보디로션조차 바르지 않는 사람이었다. 고작해야 얼굴에 스킨과 로션, 선크림을 바르는 것뿐이었다. 여름에 선크림을 바르지 않으면 살이 타서 따갑기 때문에 선크림 하나만은 열심히 발랐다.
그랬던 내가 남성 패션과 더불어 남성 화장에 관심을 가지면서 마치 유치원생이 이제 막 공부를 시작하는 것처럼 인터넷에서 자료도 찾고 책도 사보게 되었다. 특히 나는 책을 좋아하는데 남성 패션과 남성 화장에 관한 책 중에는 절판된 게 많아 중고서적도 마다 않고 구입하였다. 『왜 옷을 잘 입는 남자가 일도 잘할까』와 『그놈의 옷장』에 이어 『Men’s grooming(맨즈 그루밍)』, 『맨즈잇스타일』, 『이 남자를 사랑하고 싶다 MEN’S STYLE BOOK(맨즈 스타일북)』, 『남성패션 코오디네이션』, 『맨즈웨어 100년』 같은 책들이다.
책을 읽으면서 조금씩 기초부터 지식을 쌓아가다보니 자신감도 생기고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시도와 더불어 투자도 하고 있다. 역시 아는 것만큼 보게 되고 행하게 되는 것 같다.
중년 이후 남성이 외모를 가꾸는 데 시간과 물질을 쓰는 것은 낭비요 사치라고 비판할 수도 있다. 생존하기에도 버거운 사람들의 경우 자기를 꾸미는 데 자원을 투자할 여력이 없다. 그러나 여력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무지하거나 무관심해서, 혹은 게으르거나 귀찮아 하는 타성으로 인해 꾸미지 않는 것은 문제다. 중년 이후 남성의 피부 관리도 삶의 질에 속한다. 약간의 노력과 투자로 삶을 한 차원 끌어올리는 간단한 처방 몇 가지를 여기서 소개한다.
첫째, 알아야 한다. 많은 중년 남자들이 피부 관리에 대한 개념조차 갖고 있지 않다. 책을 읽든지 인터넷에서 정보를 얻든지 간에 피부 관리의 지식과 노하우를 배울 필요가 있다. 남자가 자신을 깔끔하게 다듬는 것을 그루밍(grooming)이라고 하고, 그와 같이 패션과 미용에 투자하는 남자를 그루밍족이라고 한다. 구글 검색창에 ‘그루밍’이라고 치면 무려 54만6천 개의 정보가 나온다. 알려주는 사람이 없어 모른다는 핑계는 성립할 수 없는 것이다.
둘째, 부지런해야 한다. 남자에게도 자기 가꾸기가 필요하다는 걸 아예 모르는 사람들도 많지만, 알면서도 게으르거나 귀찮아서 못하는 경우가 많다. 기본적으로는 얼굴과 머리와 몸을 잘 씻고 수분과 유분을 적절히 유지시키고 자외선을 차단해주면 된다. 이런 기본관리가 의외로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 그런데도 잘 씻지조차 않는 남자들도 없지 않다. 『맨즈 잇스타일』의 여성 저자는 “노총각 친척 동생도 홀아비 냄새가 나는데 그의 샤워시간은 1분도 채 안 되는 것 같았다”라고 말한다. 아침이든 저녁이든 하루 30분만 투자해도 달라질 것이다.
셋째, 골고루 규칙적으로 먹어야 한다. 뱃살이 나오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먹어야 할 때 안 먹고 안 먹어야 할 때 먹기 때문이다. 굶기를 밥 먹듯 하면 오히려 배가 나온다. 라면 같은 패스트푸드를 즐겨먹는 잘못된 식습관도 몸매를 망친다. 급히 식사하는 습관도 나쁜 습관이다. 적은 음식을 오래 씹어 먹는 게 건강은 물론 미용에도 좋다.
넷째, 자외선 차단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자외선 차단제를 듬뿍 바르고 선글라스를 쓰고 모자를 쓰면 완벽하다. 자외선만 제대로 차단해도 피부가 검붉어지거나 노화되는 것을 상당히 줄이거나 늦출 수 있다.
다섯 째, 물을 사랑해야 한다. 큰 컵으로 하루 여덟 잔을 마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물을 적절히 마시면 구취와 체취를 줄이고 피부를 좋게 유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건강도 좋아진다. 물을 많이 마셔야 치매에 안 걸린다는 속설도 있다.
여섯 째, 운동을 해야 한다. 폐활량을 늘리는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을 조화시켜야 한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운동은 헬스클럽에 가서 할 수도 있고 산책과 팔굽혀펴기, 계단 오르기 같이 일상생활 속에서 할 수도 있다.
일곱 째, 쉴 때는 쉬어야 한다. 운동과 영양 섭취와 휴식은 건강의 삼박자인 동시에 피부 관리의 삼박자이다. 피로와 스트레스는 건강을 해치고 피부의 노화를 앞당긴다.
여덟 째, 술은 줄이고 담배는 끊어야 한다. 지나친 음주와 흡연은 피부를 건조하고 검게 하며 주름을 늘린다.
아홉 째, 피부에 문제가 생기면 피부과에 가야 한다. 내 경우는 얼굴에 뾰루지만 생겨도 피부과를 찾는다. 함부로 건드리지 않는 것은 피부 관리의 상식이다. 뷰티샵에 자주 들러 대화하면서 지혜와 조언을 얻는 것도 좋다.
열째, 한 단계 높은 피부관리에 도전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기본관리를 넘어 묵은 각질을 제거하고 마사지를 하고 영양팩을 사용하는 단계로 나아가 보라는 것이다. 자습을 통해서도 가능하고 아내의 도움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당신도 그루밍족의 대열에 본격적으로 합류하는 것이다.
사실 젊은이들은 피부관리를 덜 해도 아름답다. 그러고 보면 본격적인 그루밍의 필요성은 오히려 중년 이후에 더 절실할지도 모른다. 처음에는 돈과 시간이 아깝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루밍의 보상은 확실하다고 말하고 싶다. 남성의 자기 가꾸기를 아직 시작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 글을 읽고 바로 첫 걸음마를 떼기 바란다.
첫댓글 잘읽었습니다
네. 봄 샘! 감사해요**^^**
난 남자보다 못한 생활을..
읽으면서 내 몸에게 반성을..
부모님께 받은 피부 관리 잘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