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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과 하늘을 두려워하시오
글쓴이 박석무 / 등록일 2025-07-07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하고, 진실과 정성스러움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대통령이라는 사람은 끝내 파면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국민이 부여한 권력은 헌법을 준수하면서 행사해야 했건만, 국가권력을 사유화하고 자신의 아내 보위에만 집중하느라 법집행의 형평성을 상실한 탓으로 나라의 법체계가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민주주의 국가란 3권분립의 원칙 아래 행정부는 입법부의 견제를 받아야만 바른 행정을 펼 수 있건만, 국회는 다수야당이 지배하는 형편인데, 국회의 견제는 물론 입법행위까지 깡그리 무시한 독재만 일삼던 권력, 무너질 수밖에 딴 도리가 없었습니다.
민주주의는 국민이 나라의 주인입니다. 대통령은 주인들이 공복을 선출해서 권력을 위임해주었으니, 노예나 머슴들은 주인을 무서워하며 그들의 뜻에 따르는 정치를 해야 합니다. 5천 2백만이 넘는 주인들이 있는데, 그들을 안중에 두지 않고 마치 권력을 하늘에서 받은 전제군주처럼 주인들은 무시하고 온통 제왕 노릇을 하였으니, 그냥 지켜보고만 있을 국민들이 어디에 있을 수 있겠습니까. 대통령에 취임한 바로 다음 날부터 발표되던 인사만 떠올려도 얼마나 멋대로 인사를 했던가를 알 수 있습니다. 전문성이 절대로 요구되던 직책에도 전문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검찰 출신만 기용하고, 뉴라이트의 주장과 취지가 어긋나는 자리에 굳이 뉴라이트를 골라서 임명했으니, 그게 어찌 국민의 뜻에 따르는 인사일 수 있겠습니까.
하는 일마다 잘못해서 국민들에게 사과라도 하고 반성이라도 해야 했건만, 자기가 할 일은 모두 옳고, 잘못을 지적하는 야당은 무조건 상대할 수 없는 범죄집단이라고 매도만 했으니, 그게 어찌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이던가요. 이제 지난 정권의 잘못을 지적하고 탓해야 할 이유도 없습니다. 그런 이유들로 그 정권은 몰락했다는 것을 지적하고, 새로 들어선 정권에게 그런 일들을 다시는 해서는 안된다는 뜻을 전하고 싶습니다. 다시는 그렇게 망하는 정권이 나오지 않도록, 민생이 파탄에 이르고 정권이 몰락하는 그런 일에서는 벗어나기 위해 참으로 간절한 다산 선생의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참으로 평범한 이야기이지만, 행하고 실천하기는 어려운 다산의 말씀, 권력자라면 첫째는 가장 낮고 가까이 있는 백성을 두려워하라고 했습니다. 다음은 대간(臺諫: 감독관청)을 두려워하고, 그다음은 임명권자인 정부, 마지막에는 하늘을 두려워하라고 했습니다(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목민관에게 당부하는 내용입니다. 대통령이야 정부를 두려워할 것이야 없지만, 감독기관을 국회로 본다면 백성과 국회와 하늘을 두려워해야 할 것은 분명합니다. 다산은 다른 글에서 세상에서 가장 천하고 호소할 데도 없는 가련한 존재가 일반 백성이지만, 이들 백성들은 백두산이나 한라산처럼 높고 무거운 존재이기 때문에 그들이 들고 일어나면 어떤 장사도 막아낼 길이 없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백성과 하늘은 엄밀히 말해 구별하지 않아도 됩니다. 백성이 곧 하늘이요 하늘이 곧 백성입니다. 민심이 천심이고 천심이 민심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역사, 분노한 백성들이 들고 일어나 나라를 구했고 민주주의를 이끌고 있지 않은가요. 새로운 정권, 백성과 하늘을 두려워하는 정치를 하지 않는 한 절대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만 합니다.
■ 글쓴이 / 박 석 무
· (사)다산연구소 명예이사장
· 다산학자
· 우석대학교 석좌교수
· 고산서원 원장
· 저서
『다산의 마음을 찾아―다산학을 말하다①』, 현암사
『다산의 생각을 따라―다산학을 말하다②』, 현암사
『다산에게 배운다』, 창비
『다산 정약용 평전』, 민음사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역주), 창비
『다산 산문선』(역주), 창비
『다산 정약용 유배지에서 만나다』, 한길사
『조선의 의인들』, 한길사 등
『목민심서, 다산에게 시대를 묻다』 , 현암사
첫댓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