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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저녁 덕풍시장에서 홍어와 막걸리를 사서 집에 와서 먹으면서 까마득한 옛날 김용랑 감사관의 생각이 나서 눈시울을 적셨다.그러니까,1974년가을이었든 싶다.기획실 평가담당관실에서 근무하다가 얼마 안되어 방위 근무차 광주 지산동사무소에서 6개월간 근무하고 발령받은 부서가 5-2과 철도청담당 (홍재일과장 )이었다. 김용량 감사관이었다.나로서는 처다보지도 못할 높은 분이었지만,김감사관은 아주 선량하고 키가 190이 가까 왔다.테니스를 좋아하셨고 그래서 가끔 테니스를 같이 쳤고,단양군청 출장도 따라 갔었다.그것이 인연이었든지 어느 날 '고형.나와 무교동에 가서 막걸리 한잔할까?'해서 나는 황송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해서 따라 나섰다.무교동 낙지골목에 가더니, 홍어와 돼지고기 그리고 김치말아서 막걸리를 마시는 것이 이른바 삼합이라고 자세히 설명해 주셨다. 나는 높은 분이 권해서 애라모르겠다하며 주시는 대로 마셨다.얼마쯤 마시고 나서 자기집으로 데리고갔다.서교동에 있는 2층집이었다.나는 겨우 불광동 연신내에서 부엌도 없는 단칸방이었는데..보는 것만으로도 주눅이들 정도였다. 조금 있으니,양주와 땅콩 오징어등 마른 안주를 내왔다.나는 제법 잘마시는 듯 양주를 주시는 대로 마셨다.아마 밤열시 반경이었다.김 감사관이 태워준 택시를 타고 연신내까지 왔다.생전 처음 마셔 본 양주라서인지 술기운이 올라 연신내 근방에 와서 집을 찾지 못해 불광동 버스터미날까지 몇번을 오르락내리락 해서 겨우 집에 왔다.밤열두시가 다되어서였다.저녁 내내 기다리던 집사람을 대문앞에서 보면서 우리집이야?하면서 쓰러졌다.그후 내가 감사원을 나와 이곳저곳을 전전하면서 까마득히 잊었는데,2016년 가을 감우회 수첩을받고 김감사관을 찾아뵈려 했는데 얼마후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접했다. 내가 사람의 도리를 다하지 못했구나하고 후회했지만 이미 늦었다. |
첫댓글 그런 일이 있었군요.
그 분이 정광중학교를 나오셨다얘길 들었고,저도 정광중학교를 나왔는데,함께 재직시, 한번도 그걸 표현해 본 적도,대화를 나눠 본 적도 없이 스쳐 지나쳤네요.그런 다정한 면이 있었군요.몰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