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바다와 인접해 갯가가 우선 떠오르는 기장 내륙에는 의외로 산이 지천이다. 지도나 관광안내도를 봐도 온통 초록 일색이다. 기장을 제외한 부산 지역의 산을 합해도 수적인 면에서 한 수 위다. 아니 배 이상이다. 한마디로 기장 동쪽의 동해바다엔 파도가 일렁이지만 내륙엔 산의 물결로 넘쳐난다. 해발고도 300~500m대가 주를 이루는 기장의 산은 대부분 부드러운 능선으로 이어져 종주산행이 가능하다.
대표적인 종주코스로 기장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달음산~천마산~치마산(함박산)~문래봉~철마산 코스(8~9시간 소요)와 기장에서 울산으로 연결되는 남북코스인 함박산~석은덤~시명산~대운산 코스(6~7시간 〃). 전자는 부산의 대표적 종주길인 금정~백양산 코스에 버금가는 능선길로 동해바다와 영남알프스 금정산 등 부산과 동부경남 일대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고, 후자 또한 넉넉한 조망 외에 '봄 진달래 가을 억새'로 유명한 보석과도 같은 길이다.
산행팀이 찾은 이번주 기장의 산은 남북 종주코스의 기장 부분인 함박산~석은덤 코스. 신도시 공사가 한창인 정관면 내덕에서 출발, 원효대사의 얼이 서린 천년고찰 장안사로 하산한다.
산행은 정관면 내덕마을 입구~무명봉~신선산~임도~내덕산장 지나~안장산~박씨묘~함박산 정상~송씨 가족묘~석은덤 정상~억새군락지~경고판~창녕 성씨묘~장안사계곡 지계곡~대나무숲~장안사계곡~철망문~장안사~장안사 입구 버스정류장 순. 4시간40분 정도 걸린다. 길은 대체로 순탄하지만 곳곳에 복병인 갈림길이 있어 길찾기에 유의해야 한다. 석은덤 정상에서의 황홀한 조망과 장안사계곡의 단풍이야 익히 알려져 있지만 석은덤에서 내려와 만나는 억새군락지는 이번 산행의 조그만 성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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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은덤은 부산의 억새산행지로 새로 등록해도 좋을 만큼 억새군락지가 광활하다. |
정관 내덕마을 입구 GS칼텍스 달음산주유소 앞에서 하차, 길을 건너 주유소 옆 왼쪽 도로를 따라 오른다. 정면에 '내덕산장' 간판과 플래카드가 보인다. 첫번째 볼록거울을 지나 대각선 방향으로 산길이 열려있다. 들머리다. 평이한 길이다. 길 주변에 줄기가 빨갛고 포도색 열매가 맺힌 미국자리공 줄기가 곳곳에 꺾여있다. 미국자리공은 열매가 땅에 떨어지면 토양을 강산성으로 변화시켜 결국 숲을 망치는 외래식물. 아마도 이를 알고 있는 한 산꾼이 오르면서 공을 들인 듯하다. 고마운 일이다.
오를수록 꼼꼼히 살피지 않으면 못찾을 정도로 길이 묵었다. 30분 뒤 잇단 묘지와 쓰러진 소나무를 지나면 일렬로 늘어선 탱자나무를 만난다. 탱자나무가 끝나는 지점이 무명봉(190m). 들머리에서 32분. 왼쪽 나무 사이로 달음산이 확인된다. 이곳에서 임도까지는 대략 50분. TV안테나와 낮은 석축을 지나 또 하나의 무명봉(196m)을 지난다. 이 봉우리는 인근에 신선바위가 위치해 있어 신선산이라고 불린다.
임도에선 길 건너 올라 철탑 직전에서 오른쪽으로 간다. 흔히 들국화라 불리는 쑥부쟁이와 구절초가 반긴다. 5분 뒤 길 우측 내덕산장. 주변 솔숲 사이로 난 길은 모처럼 편안하다. 쓰러진 큰 소나무를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또다른 낮은 봉우리. 안장산(260m)이다. 계속되는 산길. 왼쪽 나무 사이로 얼핏 보이는 높은 산은 함박산이다. 대형풍선 잔해가 널부러진 사거리는 안장산에서 10분이면 닿는다. 왼쪽길로 오른다. 박씨묘를 지나면서 경사가 심해진다. 잇딴 묘지를 지나면 갈림길. 왼쪽으로 1분 정도 가면 함박산(479m) 정상. 안장산에서 대략 50분. 숲에 가려 조망도 없고, 정상석도 없다. 노란 리본 뒤에 함박산 정상이라고 적어놨다. 참고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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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은덤에 활짝 핀 용담. |
다시 갈림길로 되돌아가 직진한다. 3분 정도 내려오면 석은덤이 정면에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다. 이때부터 길찾기에 유의할 지점이 몇 군데 나온다. 첫번째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뒤이은 갈림길에선 오른쪽으로, 다시 8분 뒤 갈림길에선 직진한다. 본격 오르막이 시작된다. 송씨행적비와 너른 터를 지나면 산불초소가 있는 석은덤(543m) 정상.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조망이 일품이다.
정상에 서서 초소쪽 해운대CC 뒤 뾰족한 봉우리인 시명산을 중심으로 시계(오른쪽)방향으로 살펴보면 대운산 대운산2봉, 그 앞 능선 불광산, 다시 그 앞 3개의 봉우리 삼각산, 고리원전(바다), 철탑이 보이는 달음산, 천마산, 그 뒤 철마 아홉산, 천마산 우측 함박산(치마산), 곰내재 문래봉 소산벌 거문산 소두방재, 그 뒤로 철마산, 그 뒤 금정산, 소두방재 우측 망월산, 백운산, 그 뒤 운봉산(낙동정맥), 용천산 천성산과 그 아래 양산 덕계, 서창, 그리고 발아래 병산리가 시야에 들어온다.
하산은 왔던 길로 30m쯤 내려가 소나무 앞에서 왼쪽으로 간다. 억새길이다. 10분 뒤 웅덩이. 바로 옆 갈대와 억새가 뒤섞여 있는 가운데 왼쪽 사면에는 온통 억새다. 좀 더 가면 억새군락지로 향하는 길이 열려 있다. 웬만한 이름난 억새 산에 버금간다. 부산의 새로운 억새산행지로 등록해도 좋을 만큼 광활하고 화려하다. 10여분 뒤 모 영농조합 출입금지 경고판 앞 갈림길. 왼쪽으로 간다. 억새가 아직도 계속된다. 억새가 끝날 즈음 쑥부쟁이 구절초와 파란 용담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다시 갈림길. 왼쪽(골프장 방향) 시명 대운산 가는 길. 오른쪽 삼각산 장안사 방향으로 간다. 산행팀은 정면 삼각산의 왼쪽 낮은 봉우리 왼쪽 짤록이로 내려설 계획. 2분 뒤 쓰러진 나무를 지나자마자 오른쪽 열린 길로 간다. 성씨묘를 지나면 또 갈림길. 직진하면 삼각산을 넘어 장안사로 내려오고, 왼쪽은 장안사계곡을 따라 내려온다. 단풍철이라 계곡길을 택했다. 처음 만나는 물마른 계곡은 장안사계곡의 지계곡. 계곡 따라 길이 없어 다시 산쪽으로 가면 뜻밖의 대나무숲. 곧 계곡과 다시 만난다. 물이 흐른다. 주변 단풍나무가 제법 있어 절정땐 장관을 이룰 듯하다. 계곡 반대편 너덜이 보이면 계곡을 건너자. 길이 더 좋기 때문이다. 역시 온통 단풍나무다. 정면 저 멀리 우뚝 선 봉우리는 척판암이 있는 불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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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물 처리장' 폐 경고 팻말을 지나 5분이면 그 유명한 장안사계곡을 만난다. 산 높이에 비해 계곡의 규모는 엄청나다. 계곡을 건너면 다시 '위험 폭발물 접근금지'라고 적힌 간이 건물이 방치돼 있다. 과거 군부대지역이었던 이곳에 군 관련 시설물을 아직 완전히 철거하지 않은 탓이다. 여기서 차 진입을 막는 철망문까지는 12분. 얼핏 보고 계곡으로 돌아가지 말자. 문 왼편에 한 사람이 겨우 통과할 수 있는 틈이 있으니까.
여기서 장안사까지는 15분 걸리며, 장안사에서 다시 절 입구 버스정류장까지는 12분 정도 소요된다.
# 떠나기전에
# 하산길 삼각산·장안사 방향도 무난
산행순서에 표기한 신선산 안장산은 산행 중 꼼꼼하게 체크하지 않으면 그냥 스쳐가기 쉬운 봉우리 중의 하나이니 크게 신경쓰지 말자. 다시말해 대세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 봉우리다.
함박산 석은덤은 전형적인 육산이다. 석은덤의 정상 부분이 바위절벽으로 이뤄져 이같은 이름이 붙여지지 않았나 하는 추정이 들 뿐이다. 기장군지(郡誌)에 따르면 예부터 정관면 병산리의 배산인 석은덤은 큰덤산 또는 대둔산(大屯山)이라 불렸다.
또 한가지. 산행 말미 성씨묘를 지나 장안사계곡 대신 삼각산·장안사 방향으로 길을 잡아도 상관없다. 이 길은 삼각산을 넘어 장안사 입구 다리 건너 화장실쪽으로 하산한다. 산길만을 고집한다면 이 길을 권한다.
# 교통편
# 지하철 명륜동역 앞 37번 좌석버스를
지하철 1호선 명륜동역 앞에서 삼신교통 37번 좌석버스(월내~롯데백화점 동래점)를 타고 기장군 장안읍 내덕마을 입구, GS칼텍스 달음산주유소 앞에서 내린다. 1500원.
날머리인 장안사 입구 버스정류장(장안상회·051-727-4259)에서 9번(기장~장안사) 마을버스를 타고 좌천(삼거리)에서 내린다. 오후 2시35분, 3시35분, 4시25분, 5시30분, 6시15분, 7시15분, 8시10분에 있으며 막차는 밤 9시30분. 850원.
좌천에선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동래쪽으로 가려면 길 건너 좌석버스 37번을 타면 되고, 해운대쪽으로 가려면 하차한 곳에서 직행버스를 타면 된다. 37번 좌석버스는 20~30분 간격으로 출발하며, 15분 간격의 울산~해운대 직행버스는 해운대역 맞은 편 해운대시외버스터미널이 종점이다. 2400원.
승용차를 이용하면 노포동종합터미널 지나 울산 방향~월평삼거리서 좌천 고리원전 방향 우회전~해운대 일광 좌천 온산 장안 방향 우회전~정관면 사무소 지나~온산 장안~GS칼텍스 달음산주유소 인근에 주차한다.
좌천(삼거리)서 9번 버스를 하차한 후 길건너 37번 좌석버스를 타고 두 정류장만 가면 들머리인 달음산주유소에 닿는다. 걸어가도 그리 멀지 않다.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 011-563-0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