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할머니들 이름
"김간난씨 연락 왔습니다. 전화 받으십시오."
안내자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던 몇몇 할머니들이 뒤질세라 전화기 앞으로 달려갔다.
"김간난 여기 있수. 그 전화통 이리 주우."
"김간난은 나유. 나한테 온 전환가베유. 내가 받을께유."
전화기 앞에서는 예기치 않은 수화기 빼앗기 싸움이 벌어졌다. 각 할머니들은 자기가 '김간난'이라며 서로 전화를 받겠다는 것이다. 여러 해 전, 방송국 '이산(흩어진) 가족 찾기' 현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김간난'이란 이름은 옛날 할머니들에게 너무너무 많은 이름이다.
'갓낳은'의 뜻을 담은 '갓난'을 소리나는 대로 적은 것이 '간난'이다.
옛날엔 딸을 낳으면 이름도 안 지어 주는 수도 많았다. 그래서, 그러한 이름답지 않은 이름의 생겨난 것이다.
'음전'이란 이름도 있는데, 이것은 '얌전하다'의 '얌전'을 한자로 음을 따서 적은 것이다. 그냥 '아기'란 뜻의 '애기', '아지'란 이름도 있고, '예쁜이'라는 뜻의 '여분', '이분', '입분'이란 이름도 있다.
'큰 딸', '작은 딸'이라는 뜻의 '근년', '자근년'도 있고, 부엌에서 났다고 '복녀(부엌녀)'라는 이름도 있다.
딸 많이 있는 집안에 '고만', '구만'이란 이름도 있는데, 이것은 딸을 그만 낳으라고 '그만'의 뜻을 담은 것이다. '막려', '막내', '마금', '막음', '달마금'등의 이름도 있는데, 이것은 '막음(그만 낳음)'의 뜻이 들어간 이름들이다. '달마금'은 '딸 막음', 즉 딸을 막는다(낳지 않는다)'는 뜻이다.
'또순이(도순이)'란 이름은 또 딸을 낳았다고 실망해서 기분대로 이름을 지은 것이다.
옛 사람들은 왜 이렇게도 딸 낳는 것을 싫어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