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방울 부딪힐 때 생명 탄생했다 …70년 전 이론의 한계 해결
전기 띤 물방울이 부딪히며 미세 번개 생성
대형 번개 가정한 ‘밀러-유리 가설’을 보완
이호준 기자
입력 2025.03.15. 06:00
바위에 튀는 물방울들이 미세 번개를 일으키는 모습의 가상도./챗GPT4o
바위에 튀는 물방울들이 미세 번개를 일으키는 모습의 가상도./챗GPT4o
작은 물방울들이 부딪히면서 생명체에 필수적인 아미노산과 같은 유기 분자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생명의 기원을 밝히는 데 새로운 시각을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리처드 자레(Richard Zare) 미국 스탠퍼드대 화학과 교수 연구진은 “물방울이 부딪히며 발생하는 미세한 전기 방전(microlightning)이 대기와 반응해 생명의 기본 구성 요소를 형성할 수 있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15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게재됐다.
생명체는 탄소-질소 결합을 가진 유기 분자로 이뤄져 있다. 지구가 처음 형성됐을 때는 유기 분자가 거의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유기 분자가 생명 탄생의 역사를 밝힐 핵심 물질인 셈이다. 지금까지 유기 분자 합성을 두고 다양한 가설이 제기돼왔다. 1953년 발표된 밀러-유리 가설이 대표적이다.
당시 미국 시카고대 대학원생이던 스탠리 밀러는 지도 교수 헤럴드 유리와 함께 번개가 생명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가설을 실험으로 검증했다. 그는 실험 용기 안에 초기 지구 대기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메탄과 암모니아, 수소 등을 넣고 고전압 전류를 흘렸다. 지구 초기 대기에 번개가 치는 상황을 구현한 셈이다. 일주일 뒤에 보니 실험 용기 안에 아미노산이 만들어졌다.
스탠피 밀러 박사는 1952년 시카고대에서 초기 지구 대기에서 번개가 유기 화합물 합성 회학반응을 일으켰다는 가설을 실험으로 입증했다. 사진은 1981년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에서 밀러 박사가 당시 실험을 재현한 모습./UCSD
스탠피 밀러 박사는 1952년 시카고대에서 초기 지구 대기에서 번개가 유기 화합물 합성 회학반응을 일으켰다는 가설을 실험으로 입증했다. 사진은 1981년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에서 밀러 박사가 당시 실험을 재현한 모습./UCSD
밀러-유리 가설에는 한계가 있었다. 번개는 그리 자주 치지 않는다. 광대한 대기에서 어쩌다 번개를 만나 유기 분자가 만들어질 가능성은 아주 작다고 볼 수 있다. 대신 1997년 영국 글래스고대 연구진은 생명이 심해 열수 분출공에서 시작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열수 분출공은 마그마에 의해 가열된 물이 해저 지각의 틈을 통해 분출되는 곳으로, 이 과정에서 철, 황 등의 촉매가 유기 분자 합성을 도왔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통해 밀러-유리 가설을 다시 뒷받침했다. 자레 교수는 대형 번개 대신 미세 번개가 생명의 기원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연구진은 우선 실험을 통해 물이 공기 중으로 튈 때, 큰 물방울은 양전하(+), 작은 물방울은 음전하(-)를 띠는 경향을 확인했다. 반대 전하를 띤 물방울이 가까워질 때 미세 방전, 즉 미세 번개가 발생하는 현상을 초고속 카메라로 관찰했다.
다음은 과거 시카고대 연구진처럼 초기 지구 대기와 비슷한 질소와 메탄, 이산화탄소, 암모니아 가스 혼합물에서 미세 번개가 어떤 반응을 일으키는지 확인했다. 실험 결과 아미노산과 우라실, 사이안화수소 등 유기 분자가 생성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기존 밀러-유리 실험과 유사한 반응이 거대한 번개 대신 물방울에서 생기는 미세 번개만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진은 파도나 폭포가 부딪히며 발생한 미세 번개에서 생명의 기원이 시작되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자레 교수는 “초기 지구에서는 바위나 틈새에서 물이 계속해서 튀고 축적되면서, 미세 번개가 화학 반응을 일으킬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이 과정이 밀러-유리 가설의 한계점을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Science Advances(2025), DOI : https://doi.org/10.1126/sciadv.adt8979
Journal of the Geological Society(1997), DOI : https://doi.org/10.1144/gsjgs.154.3.0377
Science(1953), DOI : https://doi.org/10.1126/science.117.3046.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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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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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와실천
2025.03.15 08:21:10
수소와 탄소와 산소와 질소가 계속 만나면 바이러스가 되고, 바이러스가 한참 있으면 세균이 되고, 세균이 한참 있으면 아메바가 되고 ......... 결국 인간처럼 생각하는 존재가 된다고??? 듣기도 민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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