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달을 개발하려는 목적 중에 하나가 헬륨-3 과 희토류 때문이라는 것이 알려졌다.
그 중 희토류는 중국이 거의 독점하고 있고, 무역 전쟁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희토류는 전자 제품에는 필수적으로 들어가야 하는 광물질이다.
한겨례 신문, 고정 칼럼난인 [편집국에서]에 유강문님이 ‘희토류’는 희귀하지 않다라는 제목으로 쓰신 칼럼입니다. 좋은 글이라 여겨 이곳에 그대로 옮겨 놓았읍니다. 읽으시기를 권합니다.
“인류 문명의 필수 자원이 인류 공동의 유산에서 발견된 셈이니 심상찮다
이상하게 생긴 돌이었다.
주변에 널린 백색과 담홍색의 장석과 달리 색깔이 거무튀튀했다. 크기가 비슷한 다른 돌에 비해 무겁고 단단하기까지 했다.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광물을 찾아냈다는 직감이 뇌리를 스쳤다.
1787년 스웨덴의 포병 중위 칼 악셀 아레니우스가 이른바 ‘희토류’를 함유한 광물을 발견하는 순간이었다.
아레니우스의 발견은 최초는 아니었지만 그 중요성은 희토류 역사의 앞쪽을 장식하는 데 모자람이 없다.
그가 ‘이테르바이트’라고 명명한 그 광물에서 1792년 핀란드의 화학자 요한 가돌린이 처음으로 희토류를 분리해내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훗날 ‘첨단산업의 비타민’이라고 불리게 된 희토류가 마침내 인류의 지식에 등재된 것이다.
희토류는 요즘 강대국들의 자원전쟁을 읽는 핵심 열쇳말 가운데 하나이다.
육지에 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1억 5,000만t 가운데 58%가 중국에 몰려 있어 수요와 공급의 지역적 불균형이 극심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재 전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97%가 중국에서 나온다.
덩샤오핑은 이런 상황을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중국엔 희토류가 있다”는 말로 압축했다.
희토류를 대체할 수 있는 자원은 현재까진 없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중단하면 아이폰도, 프리우스도 만들 수 없다. 벙커버스터, 무인정찰기 프레더터, M1A2 에이브럼스 탱크 따위의 첨단무기도 생산할 수 없다.
이들 첨단제품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을 소형화·경량화·견고화하기 위해선 희토류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희토류를 장악한 중국이 21세기 파워게임을 좌지우지할 것이라는 우려가 결코 허튼소리가 아니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해 9월 일본과 댜오위다오(센카쿠열도)의 영유권을 놓고 붙었을 때 희토류 필살기를 휘둘렀다.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을 중단함으로써 하루 만에 일본 정부의 무릎을 꿇린 것이다.
중국은 이후에도 희토류 수출쿼터를 줄이고, 비축물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희토류의 무기화’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이 이런 중국을 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함으로써 희토류는 강대국들의 사활적 이해가 걸린 사안으로 급부상했다.
그런 희토류가 최근 태평양 해저에서 무더기로 발견됐다.
전체 육지 매장량의 800배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이다.
수심 3,500~6,000m 깊이에 묻혀 있어 채굴에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매장량만 보면 중국의 희토류 독점에 종지부를 찍고도 남는다.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를 한방에 무력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중국 관영매체들이 “해저에서 희토류를 생산하려면 엄청난 비용이 들어간다”며 태평양의 희토류 발견은 ‘백일몽’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는 데는 다 까닭이 있다.
이번에 희토류가 발견된 태평양 해저는 공해에 위치한다.
공해는 영해나 배타적경제수역과 달리 국제법상 ‘인류 공동의 유산’에 속한다.
인류가 문명을 이어가는 데 필수적인 자원이 인류 공동의 유산에서 발견된 셈이니 심상찮다. 인류에게 남은 마지막 자원의 보고라는 남극을 놓고 영유권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는 현실에 비추면 공해의 중요성이 새삼 느껴진다.
희토류는 사실 이름처럼 희귀하지 않다.
희토류가 그런 이름을 갖게 된 것은 제대로 된 탐사장비가 없고, 추출 방법도 축적되지 않았던 18세기의 기술적 한계 때문이었다.
희토류는 실제론 이름과 달리 지구에 풍부히 존재한다.
세륨, 이트륨, 네오디뮴, 란타늄은 납보다도 매장량이 많다.
희토류 가운데 가장 매장량이 적다는 툴륨과 루테늄조차 인류가 지난 수천년간 사용해온 금보다 200배 이상 많이 묻혀 있다.
은이나 백금보다도 풍부한 양이다. 희토류는 본디 ‘인류의 흙’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