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rritopsis dohrnii
지중해에는 죽지 않는 해파리 '투리톱시스 오르니이'가 산다. 손톱만 한 크기로 매우 작은 이 해파리는 상처를 입으면 스스로 몸을 녹이고 재생할 정도로 회복력이 탁월하다. 이 생물이 알려지자 사람들은 몹시 부러워했다. 삶을 '리셋' 할 수 있다니, 얼마나 좋은가. 생물의 기본 단위인 세포는 시간이 지날수록 크기가 커지는데, 일정 크기를 넘어서면 분열한다. 세포 속에는 DNA를 꼬아 놓은 염색체가 있다. 염색체는 세포가 분열할 때 마다 복제돼 새로 태어난 세포의 핵 속에 들어가고, 태어난 세포는 수명을 다한 세포를 대신해 열심히 일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몸에는 수많은 세포가 분열해 똑같은 세포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처럼 세포는 수명을 다해도 복제와 분열을 통해 끊임없이 새로 태어난다. 그러니 이론적으로 우리는 영원히 살 수 있어야 한다. 숨 쉴 수 있는 깨끗한 공기, 영양이 풍부한 음식과 물만 있으면 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죽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한데 왜 그러지 못할까? 염색체 끝에는 복제 횟수를 가늠할 수 있는 꼬리 '텔로미어'가 붙어있다. 텔로미어는 염색체가 복제될 때마다 조금씩 짧아지는데, 말하자면 한 장씩 뗄 수 있는 쿠폰 같은 것이다. 세포 분열이 여러 번 반복되고 쿠폰이 다 떨어지면 그 세포는 복제 세포를 남기지 못하고 소멸된다. 이런 세포가 늘어나면 생명체는 죽음에 이른다. 만약 세포가 분열돼도 텔로미어가 짧아지지 않는다면 어떨까? 염색체 복제 이후 짧아진 텔로미어를 복구할 수 만 있다면 복제 횟수에 관계없이 영원히 새로운 세포를 만들 수 있다. 투리톱시스 오르니이는 바로 이러한 원리로 영생한다. 손상된 DNA를 수선하고 보호하는 체내 유전자가 쿠폰을 다시 채워 주는 것. 그렇다면 불멸의 해파리는 어떻게 이런 유전자를 갖게 됐을까? 과학자들은 일반 해파리가 가진 유전자와의 비교 연구를 통해 투리톱시스 오르니이의 복구 유전자가 돌연변이임을 밝혀냈다. 이들의 불멸이 우연이라는 뜻이다.
이쯤에서 한 번 더 질문을 던져 보자. 왜 세포의 염색체에는 텔로미어가 붙어 있을까? 그 이유 역시 돌연변이에 있다. 텔로미어가 염색체에 붙어 있지 않으면 돌연변이가 생길 가능성이 커진다. 세포가 분열을 시작하면 염색체가 풀려 DNA 사슬이 되고, 사슬은 세로로 나뉘어 두 가닥이 된다. 그 뒤 각각의 반쪽에 맞는 조각을 찾아 두 쌍의 DNA 사슬을 완성한다. 이 과정에 엉뚱한 조각이 끼어들 여지가 많다. 사슬이 아주 길기 때문이다. 세포는 잘못 맞춘 조각을 치우고 수리하는 일도 열심히 하지만 그 과정에서 실수할 때도 있다. 이런 오류가 여러 번 반복되면 처음 세포와 너무나 다른 세포가 되어 버린다. 대표적인 예가 암세포다. 결국 텔로미어는 세포를 영원히 복제할 때 생기는 문제와 복제 횟수를 제한할 때 얻을 수 있는 이점 사이에서 생겨 난 타협점이라고 볼 수 있다. 운 좋게 불멸의 삶을 얻은 이 해파리는 무한정 회춘을 거듭할 수 있음에도 결국 다른 생물에게 먹혀서 죽고 만다. 불멸의 유전자를 가져도 영원히 살 수는 없는 것이다. 늙거나 병들었을 때 삶을 처음으로 되돌린다면 우리는 후회 없는 삶을 살게 될까? 했어야 하지만 하지 못한 일, 하지 말아야 했지만 했던 일을 잘 추려 반성적인 삶을 살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건 꼭 새 삶이 주어지지 않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이다. 새로운 삶이란 이를 깨닫는 순간 시작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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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글 감사 합니다
반갑습니다
동트는아침 님 !
공감주셔서
감사합니다 ~
편안하고 여유로운
휴일 저녁시간보내세요
~^^
20년 후에 지금 모습으로
태어나려고..
급냉동 시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 인간도 병들거나
인생이 실패하면 리셋..
초기화 시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런 세상을 꿈꾸며..
반갑습니다
정읍 ↑ 신사 님 !
희망 글로 공감주셔서
감사합니다 ~
흐드러지게 피는 봄꽃들의
좋은 기운 마니 받으시고
행복한 한 주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