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는 SBS스포츠채널이 명문팀이 대거 참가하는 미국투어 경기의 대부분을 생
중계해준다기에 꽤 기대하고 있었는데 맨유-셀틱과의 첫경기를 보고 예상대로
승부욕이 거의 전무할 정도인 내용에 기대를 접고 관심을 두지 않고 있었습니다.
지난 시즌의 강등권까지 내려가는 수모를 겪으며 시즌 막판 대분전으로 가까스
로 UEFA컵 출전권을 따내고 새로이 팀을 개편한 바르셀로나의 면면이 궁금해서
지난 시즌 CL우승팀인 AC밀란과의 경기를 아침에 생중계는 놓쳤지만 재방송을 이
어서 해주길래 유심히 지켜봤습니다.
바르셀로로나는 우선 부상으로 알려진 레츠베르대신 발데스가 골키퍼로 나섰습니
다. 기본적으로 유로2000에서 네덜란드가 사용했던 4-2-3-1 과 거의 같은 유형의
포멧으로 나서더군요. 이번 투어에 골드컵 출전으로 라파엘 마르케즈와 티아고 모
타 선수가 합류하지 못한 것은 레이카르드 감독에게 대단히 아쉬울 것 같습니다.
일단 레이카르드 감독은 이 둘이 없는 상황에서 내세운 포백은 이미 유럽 최정상의
오른쪽 사이드백으로 인정받고 있는 푸욜과 침착하게 수비 라인을 이끌었던 새 주
장 코쿠, 네덜란드 출신으로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없는 라이지헤르와 신인 오스
카르 로페즈로 구성됐는데, 경기 내내 굉장히 짜임새있고 좋은 모습을 보여줬습니
다. 레이카르드 감독이 수비에 많은 중심을 두고 팀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 확연
히 보였습니다.
코쿠가 유상철 못지 않는 멀티플레이어임을 다시 한번 느낄수 있었고, 푸욜의 오
른쪽 사이드에서 절대적인 방어력과 더불어 신예 오스카르 로페즈의 기량은 굉장
히 기대되는 것이었는데, 우선 전반에 카푸를 굉장히 효과적으로 막아냈고, 라인
을 타고 적절하게 오버래핑을 들어가 호나우징유에게 공간을 만들어준 부분은 굉
장히 깔끔했습니다.
미드필드에 샤비 에르난데스와 헤라르드 젊은 두 선수가 2의 위치에 자리잡았습니
다. 80년생의 젊은 샤비 에르난데스는 이미 99년부터 유명세를 떨치기 시작해서
지난 2000 시드니 올림픽과 2002 월드컵에서 우리와의 경기를 통해 매우 친숙한
선수이기도 한데, 오늘 거의 삭발에 가깝게 머리를 짧게 깍은 그의 매우 침착하고
차분하게 미들에서 경기를 조율하는 장면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과연 과르디
올라가 망설임없이 바르셀로나를 떠날 수 있었던 것은 역시 샤비의 존재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되더군요. 지난 시즌 거의 교체 투입되던 헤라르드 역시 풀타
임을 소화하며 제 몫을 다해줬습니다. 바르셀로나가 전반적으로 수비에 중심을 두
고 경기를 하기에 이 둘의 공격 가담은 거의 없었고, 이 둘의 위에 선 오베르마스
-호나우징유-콰레스마와 최전방의 사비올라만이 거의 공격을 전담했습니다.
우선 제2의 피구로 불리우는 콰레스마의 테크닉은 듣던데로 대단했습니다만, 아직
의식적인 면에서 많이 부족하다고 보여졌습니다. 이는 많은 경기 경험을 통해 차
차 나아지리라고 믿어 의심치않지만 시종 차분하게 경기를 하던 샤비와는 매우 대
조적인 모습이었죠. 무엇보다도 패스를 줘야할 타이밍에 볼을 끄는 것은 분명 본격
적인 리그의 중대 고비에서는 절대 저질러선 안될 실수죠. 특히나 바르셀로나 같은
레벨의 팀에 있어서는 말입니다. 오베르마스는 컨디션이 회복이 덜된건지 노쇠한건
지 예전만큼의 위력은 보여주지 못했고, 호나우징유의 경우는 늘 그가 보여주는데
로의 경기를 거의 해줬습니다. 사비올라의 저돌성은 역시 대단하더군요. 경기 초반
에 이 공격라인이 서로 호흡이 좀 안맞고 얽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는데 시간이 갈
수록 많이 나아지더군요. 감독이 우선 공격진은 기량 점검 차원에서 알아서 해보게
놔둔 듯 싶습니다. 이 공격라인은 무려 10분만에 첫골을 따내는데 콰레스마의 침투
도 좋았지만 호나우징유의 날렵한 스루 패스가 대단했죠.
대게 포스트 플레이가 가능한 선수가 원톱을 담당하곤 하는데 그와는 정반대의 타
입인 사비올라를 원톱으로 내세운 공격진은 쓸만했습니다. 사비올라는 스피드에 저
돌성, 키핑력, 슛팅까지 갖춰 비록 서로간의 팀에서 역할은 다르겠지만 이천수가
스페인에서 가야할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다고도 생각해봤습니다. 사비올라의 성장
은 예상대로 대단하더군요. 이 대로 간다면 아마 클라위베르트와 사비올라가 동시
에 선발로 나서거나 하는 일은 어려울 듯 한데요, 우선 1선에서 사비올라가 하지
못하는 포스트 플레이가 가능하고, 2선에서도 창조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는 클라
위베르트를 호나우징유의 가세로인한 공격라인 배열에 대해 이 투어 기간에 확실히
테스트를 하는게 좋았을텐데 좀 당황스러운 이유로 클라위베르트가 입국하지 못하
게 된 것 역시 레이카르드 감독으로서는 굉장히 아쉬운 부분이 될듯 합니다.
작년에 비해 굉장히 공격 라인의 스쿼드가 풍부해진 바르셀로나로선 사비올라, 클
라위베르트, 콰레스마, 호나우징유, 오베르마스, 루이스 엔리케를 이용해 다양한
공격 옵션을 구사 할 수 있겠죠. 감독은 후반에 다니와 루이스 가르시아를 이용해
서도 다른 루트를 전개해보더군요. 루이스 가르시아는 컨디션이 안좋은지 경기 내
내 허둥대는 모습을 보이더군요.
AC밀란은 카푸가 가세한 것 외에 스쿼드에 큰 변화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경
기초반에는 일단 조직력면에서 앞섰기 때문에 바르셀로나를 잘 공략할 것으로 보였
는데, 마차가지로 세계 정상급 윙백으로 푸욜과는 다르게 공격력에 있어서 인정받
고 있는 카푸는 자주 오버래핑을 시도했는데 오스카르 로페즈 선수를 쉽게 넘어서
지 못했습니다. 세도르프와 후이 코스타는 우선 수비에 역점을 둔 바르셀로나 진영
에서 거의 지배력을 보이지 못했고 그저 인자기와 세브첸코에게 긴 로빙 패스를 넣
어주는 일밖에는 못하더군요. 이 두선수는 수많은 옵사이드를 범하면서 아무런 실
효도 거두지 못합니다. 왼쪽 라인은 이미 푸욜에게 완전이 막혀버렸고, 전반적으로
AC밀란이 공격에 역점을 뒀지만 막상 공격 기회는 바르셀로나의 역습에 이어진 슛
팅이 더 많았습니다. 후반에 밀란은 호나우징유의 중거리슛이 호케 주니오르를 맞고
굴절되면서 한골을 더 실점하게 됩니다.
AC밀란은 후반 시작과 함꼐 대거 선수 교체를 단행했는데 여기 밀란의 최고 왼쪽
공격 옵션인 세르징유가 투입되면서 밀란의 공격이 살아납니다. 세르징유가 공간을
만들고, 판카로도 적절히 오버래핑을 들어올수 있었고 세브첸코도 숨통이 트였죠.
인자기 대신 투입된 보리엘로 역시 굉장히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밀란의 페이스를
주도합니다. 여기에 브로키의 창조적인 공격이 먹혀 들어가면서 밀란에게 점점 좋
은 징조가 보였습니다. 하지만 오늘 데뷔 경기를 가졌다는 새로운 바르사의 골키퍼
호르께라는 좋은 선방을 보여줍니다. 바르셀로나는 라이지헤르 대신 안데르손이 들
어간 뒤로 좀더 수비의 안정감을 잃은 것으로 보였습니다.
경기는 결국 2-0의 바르셀로나의 완승으로 끝났습니다. 어차피 시즌을 준비하는 투
어경기이기에 양 팀 모두 소득을 안고 돌아갈 수 있었던 경기였습니다. 레이카르드
감독이 아직은 젊은 초짜라는 우려가 있는데 경기가 끝나고 무표정한 얼굴로 정리
한 노트를 들고 나가던 그의 모습이 믿음직스러워 보이더군요.
연합
첫댓글 연합에서 챔스월드 감상문따윌 쓸리가 없다는, 하물며 기사조차도 없는데 말입니다
외이러케 크게 반응하지?^_^다른사이트에서 펀건데 너무 이름이길어서 귀차나서 연합이라한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