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朝鮮칼럼 The Column
[朝鮮칼럼] 한국인은 아직 원대한 꿈에 배고프다
김영수 영남대 교수·정치학
입력 2024.07.22. 00:15업데이트 2024.07.22. 00:39
https://www.chosun.com/opinion/chosun_column/2024/07/22/S3F7V4NMNVFPXHXCL57LKQUIP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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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넘어 사회를 바꾼
2002년 히딩크를 기억하라
한국 축구는 퇴보 중이고
한국 정치는 꿈이 메말랐다
영감을 불어넣
국민을 하나로 모아
역사 만드는 리더십이 그립다
그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사실만으로 가슴 벅차게 행복했던 게 언제였나? 1987년 민주화, 1988년 서울올림픽, 2002년 한·일월드컵. 감격의 시대였다. 그 사이 IMF 외환 위기가 있었다. 그래서 2002년 한·일월드컵은 더 달콤하고 아름다웠다. 한국이 4강에 오르자 붉은 악마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환호성이 지축을 흔들고, 한국민 모두가 행복의 아지랑이 속으로 사라지는 것 같았다.
신화란 꾸며낸 황당한 이야기가 아니라, 자존감의 가장 깊은 뿌리다. 20세기 한국민은 ‘한강의 기적’과 민주화의 신화를 썼다. 2002년 월드컵 4강 진출은 21세기 한국민의 첫 신화였다. 그 서사의 주인공 히딩크 감독은 외계에서 온 일종의 메시아 같았다. 2002년 당시 한국의 FIFA 세계 순위는 40위였다. 월드컵 본선에 6번 진출했지만, 48년간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그런 국가가 단숨에 4강에 올라선 것은 월드컵 역사에서도 전무후무한 이변이었다. 히딩크가 한 일은 한국 축구의 잠재력을 최대로 끌어올린 것이었다.
한국 축구는 스스로에 무지했다. 히딩크의 첫 진단은 기술은 괜찮은데 체력이 약하다는 거였다. 기존 인식과 정반대였다. 그때까지는 체력은 좋은데 기술이 약하다고 봤다. 국제 무대에 나가 강팀과 붙어 본 경험이 빈약했기 때문에, 스스로를 몰랐다. 월드컵 1년 전 프랑스 팀과의 평가전 때, 이영표 선수는 프랑스 선수의 움직임을 전혀 읽을 수 없었다. 절망감이 엄습했다. 그러나 숱한 평가전을 거친 1년 뒤 모든 게 눈에 들어왔다. 엄청난 자신감이 생겼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축구 강국과 비교해 한국팀의 체력이 50%라면, 경기 내 의사소통은 20% 수준에 불과했다. 어린 선수는 선배에게 무조건 복종해야 했다. 잘못이 있어도 말하는 게 불가능했다. 하지만 의사소통이 자유롭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 히딩크는 나이에 상관없이 서로 이름을 부르게 했다. 공이나 장비도 모두 스스로 들게 했다.
또 하나의 병폐는 축구 외의 것이 축구를 지배한다는 것이었다. 히딩크의 신조는 축구에 의해, 축구를 위해, 축구를 통한 결정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축구가 정치가 되면 안 된다. 학연 등 연고주의는 한국 축구의 오랜 고질이었다. 대한축구협회가 그랬다. 언론과 팬은 스타플레이어를 편애했다. 하지만 히딩크의 유일한 기준은 경쟁력이었다. 처음에는 홍명보, 안정환 같은 스타도 뺐다. 완전히 무명인 박지성, 이영표, 이을용 등을 발탁했다.
히딩크의 진정한 능력은 축구의 본질을 추구했다는 점이었다. 월드컵은 경쟁을 넘어 전쟁이다. 그 목적은 승리고, 그게 본질이었다. 히딩크는 예의 바른 한국 선수들에게 거칠게 싸우라고 다그쳤다. 때로는 한계를 넘었다. 오보를 낸 기자를 의도적으로 공개 석상에서 비난하고 모욕했다. 그 덕분에 팀의 단합이 더욱 단단해졌다. “히딩크 감독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독사다. 뱀처럼 지혜로웠고 냉정했다. 사람이 어쩌면 저렇게 차가울 수 있는지 소름이 끼치곤 했다. 인간성 밑바닥까지 선수들을 파악하고 처방을 내렸다.”(이천수 선수) “그는 냉정한 심리학자고, 독사 같은 승부사다.”(최진철 선수) 그 혹독함이 한국 축구를 무적으로 만들었다.
히딩크의 축구는 그냥 축구가 아니었다. 한국민에게는 꿈 자체였다. IMF 외환 위기는 성장 신화를 무너뜨렸다. 한국민의 자존심이 무너지고, 패배감이 만연했다. 하지만 히딩크의 축구를 보며 한국민은 미친 듯 소리치고, 울고, 웃고, 끝 모를 행복감에 사로잡혔다. 온 나라에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 반등의 에너지가 용암처럼 솟구쳤다. 축구를 바꾸라고 했더니, 한국 사회와 역사를 바꾸었다. 세계국가 대한민국이라는 21세기의 역사적 진로가 그때 결정되었다.
월드컵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을 둘러싸고 한국 축구계가 진흙탕에 빠졌다. 한국 축구는 퇴보하고 있다. 한국 정치는 더 심각하다. 진보 진영은 범죄를 유능으로, 거짓은 대안적 사고로 부른다. 보수 진영은 무능하고, 분열되고, 유치해졌다.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 국가로 올라설 잠재력이 충분하다. 히딩크가 그 사실을 입증했다. 16강에 올랐을 때 한국인들은 이미 포만감에 사로잡혔지만, 히딩크는 “나는 아직 배고프다. 계속 밀고 나가자”고 선수들을 독려했다. 그는 처음부터 우승을 꿈꾸었다. 꿈은 우리들 속에 있는 능력의 예감이다. 오늘날 한국 축구, 한국 정치에는 꿈이 메말랐다. 국민에게 영감을 불어넣고, 그들의 힘을 하나로 모아 위대한 역사를 열어갔던 그때가 그립다. 우리 국민은 지금 그런 꿈에 배고프다.
밥좀도
2024.07.22 05:15:47
한국인은 남다른 창의력과 개척 정신을 지니고 있는데 정치가 늘 문제다.수준 낮은 정치가 한국인의 정기와 도전 정신을 되레 말살하고 있다. 박정희 같은 위대한 지도자 출현을 학수고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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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由
2024.07.22 02:54:55
우리는 언제 부터인가 는 입에 달고 살았던 엽전들은 어쩔수 없다는 말을 안쓰게 되었다. 김영수 교수님이 지적했듯이 우리의 잠재력을 깨우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의 미래를 선도에서 헤쳐나가야할 작금의 정치상황은 여야를 막론하고 수구??이고 퇴보적이다. 우리의 미래에 대한 성찰과 혜안을 가진 정치지도자가 없는것같다. 우리 국운이 여기서 멈춰서는 안된다. 과거잘못은 용서하고 젊은 세대에게 희망과 용기를 가지게 하는 정치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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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족오
2024.07.22 06:13:41
전국민의 상실감 배신감 미래 절박감 등등의 현실 실상으로 우리의 자화상을 말해주고 있는 거다 정치가 바로 서야 나라 전체가 제대로 굴러가게 돼 있는데 진정 우리의 국운은 여기까지 인 거 같아 워통하고 서럽다 종북 굴종 주사파에게 권력 판만 깔아주지 않았으면 이렇게 까지 허망하고 험한 꼴을 보지는 않았을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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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e4more
2024.07.22 09:00:58
개꿈도 있다. '어쩌다'가 유행어가 되었다. 어쩌다를 평균인 것처럼 착각하는 것은 자유이고 선동. 밑천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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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마디
2024.07.22 08:07:04
히딩크는 무명의 어린선수들로 하나라 뭉치게 만들고 죽자사자 뛰게 만들어 성공했다.. 지금 한국은 그때와 비교가 안될만큼 세계적인 선수들이 많다.. 죽어라 뛰라고 해도 뛰지않는다.. 그런선수들을 원팀만드는게 히딩크때보다 더많이 힘들다.. 홍명보가 잘해낼지 지켜보자.. 대한민국도 과거와 다르다.. 좋은환경이 꼭 좋은성적을 만드는건 아닌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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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이할머니
2024.07.22 08:05:32
칼럼의 지적사항을 축구협회,관계자,선수등은 새겨 들어야 할것이다.스포츠에 왜 자꾸 사가 개입되나 우리나라는 모든것에 공정한 잣대보다 언제나 사가 개입될때가 많다.지금의 대한민국은 그전옛날의 나라가 아니고 모든세계에 눈과귀가 열려있다.분란이 있는 요즘의사태 결코 이나라 스포츠발전에 백해무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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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과자유
2024.07.22 07:23:32
1945년 해방, 1948년 광복.대한민국의 거대한 사건 중의 최고봉이다. 이를 패싱하고 원대한 꿈 ..운운하며 기껏 축구와 연계 시키는 걸 보니 참으로 어리석어 보인다. 식자우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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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MS
2024.07.22 06:21:57
정치가 가판인데도 기업들이 선전했다. 좌파정권만은 절대 안들어서게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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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밭
2024.07.22 08:55:17
히딩크 동상이라고 세워 그 정신을 잊지 말고 계승하여 축구강국을 만들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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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르피아
2024.07.22 08:17:38
한국인의 DNA 는 역사에서 배우지 못하고 망각을 하고 금방 잊는다 귀가 얇아 정체성 이 없고 사촌이 땅을 사면 사기치려고 영웅을 끌어 내려 하는 공멸의 민족성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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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gong05
2024.07.22 05:31:57
한국인의 저력과 긍지를 심어줄 대사건이 월드컵 전에 일어났다.바로 중국베이징 근처에서 발견된 요하,홍산문화의 주역이 동이족이란 사실이 드러났다.여기에서 한국과 동북아 일부국에만 나타나는 온갖진기한 유물들이 나왔다.그토록 고대하던 중화족 유물은 눈을 씻고봐도 없었다.동아시아 문명을 최초로 이끌었던 사람들이 한국인임을 중국이 세상에 고했다.얼마나 자랑스럽고 대견한 일인가.그러나 한국의 역사학계는 우리와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외면했고 중국은 동이족과 고조선은 중국 지방정권이 이룩한 업적이라고 동북공정에 집어넣어 완성단계다.아는 사람만 아는 이역사적 위대한 사실은 전국민의 긍지와 도전유전자를 되새기는 쾌거 였지만 그져 역사의 한페이지로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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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천어
2024.07.22 05:06:10
홍명보 가지고는 어렵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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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연식
2024.07.22 05:04:32
60.70년대의 젊은 이들은 원대한 꿈을 가지고 살아 왔다 당시 많은 청년들은 결혼하여 자식들을 꿈을 키우데 여념이 없었다 너무 많은 출산으로 산아 재한 까지 하였던 시대가 있었다 2024년의 오늘의 시대에서 인구 소멸국이라는 불명예를 가지고 있다 젊은이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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