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 은총이 조율한 구원의 첫 음
PACOMIO
성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
1독서: 이사 49,1-6 <나는 너를 민족들의 빛으로 세운다.>
2독서: 사도 13,22-26 <그리스도께서 오시기 전에 요한이 미리 선포하였습니다.>
복음: 루카 1,57-66.80 <그의 이름은 요한이다.>
제목: 은총이 조율한 구원의 첫 음
1. 세상을 채우는 성스러운 음계
매일 우리가 무심코 부르는 '도-레-미-파-솔-라-시'라는 일곱 개의 음계는 가톨릭 교회의 거룩한 전례 안에서 태어났습니다. 11세기 귀도 다레초 수사는 성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의 저녁기도 찬미가인 '우트 퀘안트 락시스(Ut queant laxis)'를 부르다가 각 구절의 첫 음이 한 단계씩 높아진다는 규칙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성가대원들이 음정을 쉽게 익히도록 각 구절의 첫 글자를 따서 음의 이름을 붙였습니다. "저희의 목소리를 가다듬어 당신의 위대한 업적을 찬양할 수 있도록, 죄로 때묻은 우리 입술을 깨끗이 씻어주소서."라는 찬미가의 가사처럼, 이 일곱 개의 음은 인간의 더러워진 입술을 정화하여 하느님을 온전히 찬미하기 위해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2. 불임의 침묵을 깨는 은총의 첫 음
오늘 복음에서 요한의 아버지 즈카르야는 하느님의 약속을 믿지 못해 아홉 달 동안 입이 닫히는 침묵의 벌을 받았습니다 (루카 1,20 참조). 이는 세상의 인간적 계산과 불신이 만들어낸 영적 벙어리 상태를 보여줍니다. 나이가 많고 아이를 낳지 못하던 엘리사벳의 기적적인 잉태는 인간의 가능성이 완전히 멈춘 자리에서 시작되는 하느님의 첫 번째 선율이었습니다. 이 기적은 장차 일어날 예수 그리스도의 동정 잉태라는 유례없는 구원사적 사건을 준비하는 전주곡이었습니다. 즈카르야가 인간의 관습을 깨고 천사가 일러준 대로 서판에 '그의 이름은 요한'이라고 적는 순종의 순간, 닫혔던 혀가 풀려 하느님을 찬미하는 웅장한 새 노래가 시작되었습니다 (루카 1,64 참조). 음악의 첫 음인 '도(Do)'가 주님(Dominus)을 뜻하듯, 요한의 탄생은 닫힌 인간의 침묵을 깨고 주님의 시대를 여는 은총의 첫 음이 되었습니다.
3. 스스로 낮추어 완성한 구원의 선율
세례자 요한은 어머니 태중에서부터 이미 성령으로 충만하여 메시아의 현존을 알아보고 기뻐 뛰놀았습니다 (루카 1,41 참조). 그는 자라면서 사제 가문의 안락함을 버리고 광야로 물러나 고독과 금욕의 삶을 살았습니다 (루카 1,80 참조). 그가 광야에서 외친 회개의 세례는 구약의 예언자 시대를 마감하고, 주님의 구원이 땅끝까지 다다르게 하는 위대한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이사 49,6 참조). 요한은 자신이 메시아가 아니라 오직 그분의 길을 닦는 선구자임을 분명히 알았습니다. "그분은 커지셔야 하고 나는 작아져야 한다."(요한 3,30)라는 그의 말처럼, 요한은 참된 빛이신 그리스도라는 거대한 선율이 울려 퍼지도록 스스로를 지워내는 거룩한 쉼표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주님의 길을 예비한 세례자 요한의 삶을 거울삼아 우리 내면의 소음을 정돈해야 하겠습니다. 세상의 가치관과 나만의 고집에 갇혀 하느님의 약속을 불신했던 완고함을 버리고, 요한의 부모가 보여준 순종의 자세를 배워야 하겠습니다. 스스로 낮추어 주님의 현존을 가장 아름답게 증언했던 요한처럼, 우리 역시 자신의 삶을 온전히 비워내야 하겠습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우리의 때묻은 입술이 정화되고, 우리의 매일이 하느님의 자비와 은총을 세상에 전하는 거룩한 노래가 되도록 주님의 도우심을 청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