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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 아부지가 보여준 우편물을 살펴보니 시골에서 사실 때 신청했었던 지방유선방송으로부터 날아온 지로 용지였다
노인네들은 그저 당신들 이사오면 다 끝나는 줄로 아시고 해약을 하지 않으셨던 탓에
몇 달이 지나도록 옮긴 주소지로 우편물이 날아오고 있었는데
그런 사실을 잘 인지하지 못하신 채 반송하려고 한다면서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묻길래 보여달랬던 우편물이 그랬다.
이거 함평에서 텔레비젼 보셨던 요금인데 올라오시면서 전입신고 하시고 해약 안하셨었어요?
"했제, 전화해서."
그래요? 그럼 안나와야 하는데 접수가 안됐나? 하며 내가 직접 아부지 앞에서 전화를 걸었다
상담원과 적절한 확인절차를 거쳐 물어보니 해약신청한 적이 없다 한다.
그렇겠지 생각하면서 일단 그 날자로 해약을 해달라고 신청하고 계약 당사자인 아버지와 확인 통화를 시켜드리고
미납 요금은 일단 입금 계좌번호랑 같이 내 핸드폰으로 문자 전송해 달라고 부탁하니
전화 끊고 2분도 안돼 들어온다.
아부지께 미납액과 계좌번호를 적어드리고서 돌아왔던 일이 기억이 나서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광주지역 유선방송국에 다시 전화를 걸어 부모님 앞에서 하지 않았던 상담을 다시 했다.
9월에 도시로 올라와 전입신고가 되어 있는데 관련 확인서류를 보내면 미납금 안내도 되는 규약이 있지 않나요?
물었더니, 상담원도 그런 내용은 잘 모르는지 일단 윗분에게 물어보고 전화를 주겠다 했다.
네, 가까운 지역으로 이사한 것도 아니고 연로하신 분들이 그런 부분 잘 몰라서 이사가면 그만인 줄 알고
해약이니 뭐니 하는 것 생각도 못한 것 같으니
먼데로 옮기신 기록이 있으면 사실 확인 가능할 것이고 아마 그런 관련 예외 조항이 있을 것 같으니 살펴보고
어떤 서류를 보내면 되는지 늦잖게 알아봐 달라고 부탁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려서 보니 아부지셨다.
"네 아부지,왜요 무슨일있으세요?"
아니 느그 엄마가 입맛이 없어서 아무것도 안먹고 기운이 없어서 영양제나 한 대 맞을라고 하는데 괜찮으끄나?"
...왜요? 밥을 안드셨어요?
안먹어야, 그래서 기운이 없어한다...
어제도 괜찮았는데,,, 그래요? 그럼 가까운 병원으로 가세요. 현재 엄마 몸 상태가 괜찮은 편이니까 그러고 싶음
일단 가셔서 맞으세요 혹시 맞다 이상하다 싶으면 꼭 전화해주세요.
가까운데로 갈라고.."
두 분 다 기억력에 장애가 있음이 확연해진 사실 때문에 불안하여
나도 모르게 시간을 자꾸 살피고 있는데 마침 광주유선방송에서 전화가 왔다.
계약명의인 주민등록초본 한 통만 팩스로 넣어달라고 한다. 전출입 기록이 있으면 된다고.
알겠다고 하고 아부지한테 전화를 걸었다.
"아부지, 병원 가셨어요?"
"지금 병원이다."
아, 그럼 주사는 맞고 계세요?"
"지금 맞으려고 한다.."
그래요? 어느 병원인데요?
"시장 바로 입구 무슨무슨 병원이다"
난 첨듣는 병원인데 그런 병원이 있었어요?
바로 입구쪽 이층에 있다.
아, 네...대충 위치가 짐작이 돼서 알겠다고 말하고서 어제 광주유선방송국에 입금하라고 한 돈 혹시 보내셨어요?
아니 아직 안보냈다.
잘 하셨어요 아부지, 안보내도 될 것 같아요, 대신 아부지 주민초본 한 통만 떼서 보내면 된다니까
아부지 팩스 보내실 줄 아세요?
(...얼버무리는 희미한 답변소리,,)
아부지 팩스보내는 것 엄마랑 같이 계시면 아부지가 어려울 것 같으니까 초본 떼서 그냥 언니한테 주세요
언니한테 보내라고 할께요. 그 돈 입금하지 마세요~'
불안감을 떨칠수가 없기도 하고 낯선곳에 아이들 보내놓은 심정이여서 언니한테 전화를 했다.
한참을 울리길래 일하는 중인가 싶어 끊으려는데 수신소리가 들린다.
"응, 왜?"
언니, 엄마가 아침에 밥 못드시던가? 아부지한테 전화 왔는데 엄마가 입맛이 없는지 아무것도 안드신다고
기운없어 하니 영양제 맞으로 병원가려는데 괜찮을까 묻더라고 해서 당신네들 뜻대로 안되면 또
맘상해 하시고 화를 내실까 싶어서 일단 그러라고 했네 "
"아닌데 아침에 엄마 약 드셔야 한다고 밥 좀 드시게 하고 어제 니가 사다 둔 떡 하나 드시고 유자 차 한잔이랑
드셨는데? 평소보단 덜 드시긴 했어도"
"그럼 평상시보다 덜 드신것이 밥 제대로 못먹는단 생각이 들었는가보네, 엄마 아부지 그런것 있으니까
밥 한 숟가락만 남아도 저걸 다 못먹어 치운다고 스스로 걱정이고 꼭 삼 시 세끼 밥이라야 식사라 믿으시니까"
게다가 약물 의존증도 있으시고 시골에서도 영양제는 무조건 좋은 줄 알고 수시로 맞으시다가 신장 다 망가져 고생시켰잖은가...
못하게 하면 또 짜증내실것이고 일단 맞으신 후 저녁에 어떠신가 한 번 보세.
참 그리고 유선방송 건으로 이만저만 하니 언니가 아부지한테 초본 받아서 팩스로 좀 보내소.
"알았다 "
그렇게 통화를 끝내고서
그제 사 온 쪽파를 다듬어 그날 늦은 밤에 씻어 물기 빼놓았기에
아침에(이 시간을 기준으로는 어제가 되어버린 날) 담글양으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찹쌀풀을 쑬까? 고민하다 연전에 담고 남은 양념이 있길래 그냥 수월하게 밀가루로 풀을 좀 쑤어 식혀서
고추가루 마늘 새우젓등을 섞어 숙성시키고서 큰 다라를 가져다가 파뿌릴 멸치 액젓에 적셔두고
기다리는 동안 조만간 쓸 일 많을 마늘, 생강이나 까야겠다 싶어 통에 담아다 말 일을 시작하려는데
얼마 안돼서 언니한테 전화가 왔다
"언니 왜?"
"야, 아부지 니가 말한 병원이 아니라 김동수 내과란다.."
응? 나한테는 00 병원이라고 했는데 시장입구쪽,"
"거기서 엄마가 심장약 드신다고 하니 안놔줘서 김동수로 왔다고 한다, 그래서 아침에 음식도 드시고 했는데
안놔주면 그냥 말지 가셨냐고 했더니 대뜸 화를 내시면서
'느그들은 내 말은 무조건 안믿고 토를 달더라 면서 그러신다고 , 그래서 초본 때문에 전화한것이라고 얼는 말을
돌렸는데 냅두라고 내가 알아서 할란다고'하시더라면서
아부지가 점심 때가 지나 배가 고프고 해서 화가 나신 것 같다고 ..
"언니,, 내가 전화를 다시 해볼테니 일단 전화 끊어봐"
고 말하고 아부지한테 전화를 걸려다가 집에서 먼 곳이 아니여서 내가 병원엘 직접 가야겠단 생각이 들어
급히 외투를 꺼내 걸치고 껍질 까려고 펼쳐둔 양념거리며 파김치 양념등을 그대로 팽개쳐두고
문을 잠그고 달음질을 쳤다.
화를 내신다는 것은 상태가 별로 좋지 않은 징조니 걱정에 맘이 조급하여
오만 생각이 머리를 헝클어뜨린다.
맘이 급하니 분명 병원명을 들었건만 나도 모르게 한참 전 아부지 엄마가 다녀가셨단 집 옆 병원으로 찾아들어갔다.
그리고 대기중인 사람들 사이에 엄마 아부지가 있나 살피다 보이지 않아
접수처에 물었다..
할아버니 할머니 부부가 같이 영양제 맞으러 왔다고 오신 분들 없느냐고
"성함이 어떻게 되시는데요?....오늘은 아직 안오셨는데요?"
순간, 그제서야, 머리속에서 "야, 바보야, 00내과 였잖아.."
다시 또 달음박질...
난 내가 아무리 용을 써도 잘 되지 않는 달음질 하는게 참으로 싫은 사람이다.
평소 운동 같은 것하고는 또 거리가 멀어 움직거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헉헉대로 달음질을치니 머잖은 거리인데도 가슴이 맵싸하다
여중, 여고 때 체력장이란 것을 할 때 오래달리기니 100M달리기니 그런 것을 하고 나면 폐에 고춧가루라도 바른듯
매운 그것이 참으로 싫었다.
그런데 부모님들 때문에 요샌 걸핏한 내 걸음이 걷는것보다 빨라질 때가 잦다.
병원에 들어섰는데도 보이지 않는다.
카운터에 물으니 이미 영양제 처방이 들어가서 맞는 중이란다.
의사는 잘하는데 간호사들이며 병원 사람들이 불친정하다고 소문이 좀 나 있는 병원인 이유가 있긴 있다
사람들이 많이 찾으니 사람 얼굴 쳐다보며 웃는 얼굴로 맞이함이 익숙잖은
그저 자기네들끼리 앉아 자판 두드리며 얘길 하고 접수하고 기다리세요
예약 잡아주고 요일 살피고...
맘은 급한데 눈 마주하고 얘길 하기 쉽질않아 기다리다가 드디어 고갤 들길래 부탁을 했다.
오늘 오신 저 두 분들, 인하대학병원에서 관리받고 계시는 분들인데 드시는 약이 많아서
그 외에 약들을 함부로 섞어서 드시면 안되는 분들이신데다, 기억력 저하가 많아서 돌아서면 자꾸 잊으니
차트에 기록 좀 해뒀다가 자꾸 오시거나 하면 그냥 좀 보내주시든지 제 전화번호 기록해뒀다 연락 좀 주세요"
"아니 저희들이 어떻게 일일이 기억했다 알아서 그리해주느냐, 환자가 와서 해달라면 해줘야지 어떻게 그러느냐..."
이해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부탁드리는 것입니다. 한 분만 문제라면 걱정이 덜되겠지만 두 분 다 같은 상황이니
제가 이렇게 일부러 찾아온 것입니다.
저희 어머니께선 영양제를 맞아도 신장에 무리가 가시고 이상이 생겨 병원에 실려가는 분시세요
오늘은 일단 맞게 해주시고 앞으로 찾아오거든 부탁드려요."
그럼에도 시큰둥한 표정들...
맞는곳에 들어가봐도 되지요?
네
오전 열시 지나 병원 찾으신 분들이 정오가 지나도록 그러고계시니 배고픔도 그러하겠거니와
그엄마의 이 팔 저 팔 번갈아 바늘로 뚫어가면서도 혈관을 못찾아 용을 쓰고 있던 간호사가
결국 의사를 불러왔는데, 바늘을 바꿔도 보고 서로 이 팔 저팔 찾아 헤매며 연거푸 실패를 해대니
누워 있던 엄마,
"함평 간호사들은 단박에 찾아 잘도 꽂던데 실력들이 없구만, 묶어서 툭 뒤어나온 혈관만 찾는 사람이 잘하는게 아니라
안보이는 곳 혈관이라고 찾아 바늘 잘 꽂는 사람이 진짜 실력 있는 것이제." 하신다.
왼팔을 만지작 거리던 여의사가 예전형 니들을 사용해서 겨우 혈관하나에 연결을 해 반찬고를 붙이는가 싶더니
금새 다시 부풀어 올라 다시 빼고..거의 삼사십분 가량을 그러고 있는 형국이길래
"엄마 , 왜 영양제를 맞으려고 하세요?"
"기운이 너무 없어서 자꾸 쓰러질라고 해서 그런다"
"음식으로 보충을 해야지, 영양제 한 봉지보다 밥 한 공기가 더 나아요 그렇지요 선생님?"
당연하지요,
엄마 이렇게 혈관 찾는 것도 힘들고 영양제 들어가면 소변만 더 자주 마려운데 그냥 내가 맛난것 사주까?
뭐 먹고 싶어? 만들어라도 줄께"
..이왕 놨으니까 맞고 갈란다...
여전히 혈관 찾아 헤매는 두 사람을 보다가 흰색가운을 입은 의사 옆구릴 찔러 따로 얘기 좀 하자는 눈짓을 보냈다.
밖으로 슬쩍 나가
"선생님 저하고 잠시 얘기 좀 해요~"
그리고 상황설명을 짧개 하고서 음식을 전혀 못드셔서가 아니니 말씀을 잘해주셔서 안맞아도 괜찮으니 설득해봅시다 했다
그런 경험이 없는지 좀 미숙한 그 여자 분, 들어가서 보통의 할머니들께 하는 식으로
그냥 돌아 가셔서 맛있는것 드시고 어쩌고..말을 하자
얼굴 벌개져 이미 화가 나신 울엄마,
내가 당신들보다 의사여, 병원드나든 세월이 얼만데 그거 하나 못 찾아 바늘 못 꽂으니 핑곌댄다고 소릴 높이신다.
엄마 그게 아니라, 내가 그랬어, 엄마 영양제 맞고 또 신장 아플까봐 하니
느그들은 내가 치매 걸려서 영양제나 맞을라고 하는 줄 알고 시방 그러냐? 면서 제대로 역정이시다.
엄마 안그래 뭔소리야, 생각나요? 엄마 신장 망가져서 얼마전에 입원했을 때
엄마 주치의 선생님이 뭐라고 했어요?
그 때 엄마 여기서 더 나빠지면 혈액투석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했잖아요. 엄만 영양제도 함부로 맞으면 안된다고
몇 번 씩 얘길 했잖아.
엄마가 정말 영양제 맞아야 한다면 저희들이 대학병원 모시고 가서 맞게 해드릴께요.
엄마 투석하는게 그렇게 힘들다는데 여기서 더 아프고 싶어요?
엄마 병원 실려달까봐 걱정돼서 그래요. 응?
배고프면 그 허기를 못견뎌 하시는 아부지한테 주머니에 넣어가지고 간 사탕 하나를 건네 드시게 하고
엄마를 겨우겨우 설득해서
"오늘은 그냥 가자면서 달래서 나와 의자에 앉게 하고 저희들 그냥 가면 되나요? 물었더니
그러게요 어떻게 해야하나? 한다...
난 영양제에 주사바늘과 줄을 늘여 뜨리고 개봉을 했으니 비용부담을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싶어서 그런 것인데
영양제는 선결제인지 이미 비용 지불한 것은 다른 사람에게 사용할 수 없으니
환불이 안된다고 말하길래
아, 비용을 선지불하셨어요? 알았어요 그럼 갈께요 하고 두 분께 집으로 가자고 하니
엄마 왈,
아니, 내가 안맞을란다고 한 것도 아니고, 즈그들이 주사를 못놔서 혈관을 못찾아서 못놓은 것을 왜 돈을 그냥 주고 가냐고
다는 못내주면 반이라도 돌려받아서 가야지 못같다!!'
..말이사 맞는 말이긴 하다.
병원에서 생업을 누리고 사는 사람들이 어디 수월한 사람들만 만났길래 그러할까...싶은 생각도 들고,
그러니 그들도 엄마 말에 난감하긴 매한가지,
상황 수습을 위해 내가 얼른
"그럼 그 영양제 저의 아버지께 놔주세요. 엄마 그래도 되지?"
그래서 아버지가 주사실로 들어가셨는데 의사 진료 없이 또 무작정 영양제를 놓을 수는 없는 일이라
잠시 또 기다려 의사의 소견을 듣고 침대에 누우셨는데 아버지 또한 혈관 찾는게 어려운 사람이긴 매한가지..
보아하니 한참을 더듬고 있다.
그러다가 점심을 먹고 교대한 얼굴이 와서 드디어 연결을 했길래 엄마와 같이 들어가 엄마먼제 제가 모시고
집으로 갈까요? 하니 아부진 그러라고 하는데
엄마가 아니 같이갈란다...
다 맞으면 한 시간은 걸릴텐데 엄마가 어떻게 기다려...
그러면 나 혼자 집에 가서 밥이나 해놓고 오든지 하지야, 하는 엄마 말에 누워 있던 아부지
"느그 엄마 혼자 집에 못간다"
"뭐 집에 못가 혼자도 잘 가" 며 또 소리가 커진다.
'아 아부지 말은 엄마 다리가 힘이 없으니까 횡단보도 건너고 할때가 걱정이란 말이야'
"그게 젤 그렇긴해야. '
두 분을 어찌해야 하나 싶어 갈팡질팡 속이 시끄러운데 전화가 온다.
오랫만에 손님이 오겠단다.
돈은 벌어야 먹고 사니 손님도 받아야겠고, 김치 담근다고 어질럽혀 둔 집안도 얼른가서 좀 치워야 하는데
정신이 혼미한 두 분을 그렇게 두고 가려니 그 또한 내키는 마음이 아니고...
"넌 얼른 가서 일 봐라"
"그럼 엄마 혼자 가지 말고 여기 손님 없을 때 좀 누워 있다가 아부지랑 같이 가요'
엄마 녹두나물 좀 해다줄까?
"그래라 좀 간간하게 무쳐라. 그러더니 녹두나물 사라면서 지갑을 열어서 만원 내 준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이 그런 발걸음이리라.
카운터에 가서 직원들에게 잘 좀 부탁한다 말을 두어번씩 하고 계단을 걸어 내려와
날이 추운지도 모른 채 돌아왔더니 급하게 나가느라 배변판을 놔두지 않은 탓에 못난이 멍이가 방에 응가를...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고 걸레질을 하고 아침부터 먹은게 없었단 생각이 그제서야 들어서
씻어둔 쌀을 솥에 앉혀 놓고
아부지하고 통화 해봤느냔 언니 문자에 전화를 해서 대충 얘길 해주고 바쁘니 나중에 남은 얘긴 자세히 해주겠다했다.
병원에서
아부지가 영양제를 맞게되시면서 좀 느긋해진 분위기길래
유선방송료 얘길 해봤다.
어제 제가 알아봐준 방송료 내지 마세요 아까운 돈 안내도 될 것 같아요
그냥 아부지 주민등록 초본만 한 통 떼서 언니 주세요 하니,
냅둬라 그냥 이만 얼마 그거 내가 내불란다..
아니 삼만육천얼마예요. 그 돈이면 짜장면이 몇 그릇인데 에이~아까우니까 그냥 초본 한통 떼서 보내지요 뭐
낼이나 다른 날 떼세요 그냥." 그 말에 좀 기울어진 듯 하여 기색을 살피고
두 분 다 너댓살 아이에게 얘길 하듯 나긋나긋 편들어주고 띄어주고 ..억양도 충분히 느끼게 그래야
금새 화를 내다도 가라앉는 것을 느낀다.
엄만 어제일을 오늘 기억 못하시고 오늘 일을 내일 또한 그러하실만큼이기도 하고 아침에 일들을 다 기억에 저장하진
못하는 정도로 나빠지셨고
아부진 어제 기억들이 일부분씩 사라지기도 하고 남아 있기도 하고...
남동생에게 전화를 했다.
미리 두 분이 함께 들어가실만한 시설 서로 알아보자고.
시설만 있는 곳 말고 나무도 꽃도 있는 그런 곳으로 ...종교단체서나 국가나 공공기관서 지은 곳으로...
어느날 많이 안좋은 지경에서 갑자기 급히 찾는것보다 미리 알아봐놓는게 좋을 것 같다고..
남동생이 그랬다.
누나, 이젠 두 분 다 그만저만 하시다 돌아가셨으면 싶네...
나도 그랬다.
그 맘이 그 생각이 불효인데 그런 줄 알면서도 품어지는 그 생각, 그 마음이 죄스럽고 아픈데도
그렇게 소원처럼 스미는 사실에 또 상처가 되어
내가 나를 보듬어 다독거리며 그 상처 더 크게 벌어지고 덧날까 싶어 또 한 땀 꿰매려드니
어디가 아리워선지 모를 눈물이 오른다.
누군들 상처주려고 상처를 내겠는가?
어느 가슴에 상처 내려고 일부러 아프겠는가?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지워가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이란 그 사실을 생각하는 순간 또 얼마나 두렵고 조심스러울까?
엄마의 눈빛에서 순간순간 그것들 보고 느낄 때 먹먹해져오는 내 마음이 또한 짠하다
당신도 엄마처럼 그러하구나 짐작하고 기억을 다잡으려는 아버지를 느낀다.
그것이 또한 아프고 쓰라려서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
그것들에 통증을 느끼는 나를 위해 나는 무엇을 해주어야 하는지..아직 모른다.
그 많은 날들을 살아왔듯이 또 조금씩 적응하면서 살아지겠지 인생이니까....
그래 인생이란 것이 스스로들 자신들의 가슴을 꿰매며 사는 날도 만나지는 것이겠지...
살자, 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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