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신년 하안거 결제일(6월 2일)을 맞아 대한불교조계종 도림 법전 종정예하께서 전국의 2천 5백여 수행납자들을 분발토록 격려하는 하안거 결제 법어를 발표하였습니다.
조계종정 해인총림 방장 도림법전스님 2548(2004)년 하안거 결제 법문
그대는 외나무 다리만 보고 돌다리는 보지 못하는 구나
조주석교본무성 趙州石橋本無星하니
수급유어불이정 水急游魚不易停이로다
교상지관려마적 橋上只觀驢馬跡하니
수인감향어가행 誰人敢向御街行고.
조주의 돌다리는 본래부터 디딤돌이 없어
물이 급해 노는 고기 멈추지 못한다
다리 위에는 말과 당나귀 발자취만 보이니
뉘라서 말을 타고 감히 건느려 하랴.
조주선사에게 어떤 납자가 물었습니다.
“조주의 돌다리 소문은 오래 전에 들었습니다만 와서 보니 외나무 다리만 보입니다.”
이에 선사가 말했습니다.
“그대는 외나무 다리만 보고 돌다리는 보지 못했구나.”
납자가 다시 물었습니다.
“어떤 것이 돌다리입니까?”
“말도 건너가게 하고 나귀도 건너가게 하는구나.”
“어떤 것이 외나무 다리입니까?”
“사람을 하나하나 건너가게 하느니라.”
하북성河北省 조주趙州 땅에는 돌다리가 하나 있었는데 이는 이응李膺이라는 거사가 만든 것으로 조주스님 당시에도 천하에 유명한 다리였습니다. 이 납자가 조주 땅에 들러 조주종심스님을 만난 차제에 한마디 던졌습니다.
“조주 땅의 돌다리에 관한 소문을 들은지는 오래인데 막상 와서보니 외나무 다리 뿐입니다.”
그러자 천하의 조주스님이 응대하지 않을 리가 없습니다.
“그대는 외나무 다리만 보았을 뿐, 돌다리는 보질 못했군.”
그 납자가 던진 한마디를 가지고 조주스님이 이를 낚아채니 그대로 낚시바늘에 걸려 든 격 입니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어떤 것이 돌다리냐’고 하니 ‘나귀도 건너고 말도 건넌다’고 대답한것입니다.
이번에는 한 술 더 떠 ‘어떤 것이 외나무다리냐’고 또 물으니 ‘사람이 하나하나 건넌다’고 대답한 것입니다.
제대로 된 안목이 없으니 질문이 갈수록 태산입니다. 하지만 우문愚問에도 현답賢答을 합니다.
만약 이런 경우 덕산스님이었다면 몽둥이질을 삼십번은 하였을 것입니다.
만약 임제스님이라면 고막이 찢어지도록 할喝을 하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조주스님은 할喝이나 방棒이 아니라 말로써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하였던 것입니다.
조주스님께서 하루는 수좌首座와 함께 돌다리를 구경하다가 물었습니다.
“누가 만들었는가?”
“이응李膺이라는 거사가 만들었습니다.”
“만들 때 어디부터 손을 댔는가?”
그러자 수좌는 아무 대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에 조주스님이 말했습니다.
“평소에는 ‘돌다리 돌다리’ 하면서 잘도 말하더니 가장 먼저 손을 댄 곳을 물으니 모르는구나.”
맨날 사구死句만 붙들고 늘어질 뿐 진정 활구活句는 알지못하니 말이 막힐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산승이 결제대중들에게 묻겠습니다.
조주스님께 돌다리를 물으니 말도 건너가게 하고 나귀도 건너가게 한다고 하였고
외나무 다리를 물으니 사람을 하나하나 건너가게 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조주선사는 돌다리를 두둔한 것입니까? 나무다리를 두둔한 것입니까?
올여름 한 철동안 잘 참구해 보시길 바랍니다.
장경이압랑두비 長鯨已壓浪頭飛하고
파별교변상전니 跛鱉橋邊尙轉泥로다
도마도려수회득 度馬度驢誰會得고
녹양영리노동서 綠楊影裏路東西로다.
큰고래는 벌써 물결을 누르고서 날아가는데
절름발이 자라는 아직도 다리 곁에서 진흙탕 속을 헤맨다.
말도 건너고 나귀도 건너는 뜻 누가 알리오.
푸른 버들 그늘 밑엔 동서로 길이 트였구나.
불기2548(2004). 하안거 결제일 도림법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