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가드필름’을 들어 보셨는지요? ‘조류충돌방지필름’이 순화된 표현이긴 할 터인데, 어찌되었건 야생조류의 투명창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필름으로 보면 되겠습니다. '18년 환경부와 국립생태원이 공동으로 발표한 '인공구조물에 의한 야생조류 폐사 방지 대책 수립'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투명 유리창에 부딪혀 죽는 야생조류는 1년에 약 765만 마리 정도라고 합니다. 조류의 비행속도는 평균 36km에서 72km로 빨라, 유리창이나 방음벽과 충돌 시 대부분 사망하거나 심각한 부상으로 이어진다고 합니다.
한국기자협회보에 김태형 기자께서 올리신 사진(멧비둘기 충돌흔, 문경)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나무가 많지 않고 소음과 공해가 심각한 도심만 아니라면 아침저녁으로 새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새는 즐거울 때만 노래 부른다고 합니다. 새는 생태계에서 유해곤충과 쥐를 퇴치, 씨앗 확산 등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자연 속에 새가 더불어 살기에 삶이 더 풍족해진다고 믿기에, 인간이 만든 유리창, 방음창에 조류가 부딪치는 걸 줄일 수 있다면 그 노력은 응당 인간이 해야 할 도리라 생각됩니다.
미국조류보호협회 연구 결과, 새들은 세로 5cm, 가로 10cm 이하 공간은 지나갈 수 없다고 판단하여 피해서 난다는 ‘5×10규칙’을 발견했습니다. 환경부의 '야생조류 투명창 충돌 저감 가이드라인'에서는 세로 5cm, 가로 10cm 간격의 일정한 패턴을 유리건물 외벽이나 방음벽 등에 부착하여 조류충돌방지를 시행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규격의 조류충돌방지필름이 ‘19년부터 생산되기 시작했습니다. 참고로, 미국 조류보호협회(ABC), 캐나다의 FLAP에서는 5*5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5*10의 간격보다 더 작은 크기의 새들까지 충돌의 위험으로부터 지켜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22년 5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이에 따라 조류를 비롯한 야생동물이 투명 유리창·방음벽 등 국가기관 인공구조물에 충돌하거나 추락해 폐사하는 피해를 저감할 수 있게 됐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는 공공기관 건물에 대한 권고사항일 뿐입니다. 적지 않은 시민, 환경운동가가 방음투명창 등에 조류충돌방지필름을 붙이거나 격자를 그리는 작업을 하고 있긴 아직도 유리건물 외벽, 방음벽에의 설치작업은 많이 미흡하다고 합니다. 관에서도 법률을 준수하여 조속히 건물 유리창에 격자필름이 많이 붙었으면 좋겠습니다. 인간끼리도 공존해야 하지만, 인간과 동물, 인간과 식물도 공존해야 합니다. 작은 관심과 실천이 죄 없는 조류의 죽음을 막을 수 있습니다. 이런 생각을 가진 이들이 많이 늘었으면 좋겠습니다. 숲길을 걷는 여유를 가질 수 있다면, 그 숲길에서 새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삶은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요?
숲길을 거닌다는 것은(모셔 온 글)==========
느릿느릿 여유롭게 걸어보자
너무 바쁘게 살아
시간을 가로질러 갈 때
제대로 바라볼 수 없었던 것들을 바라보자
늘 지치고 힘든 떠돌이의 세상살이
짐스럽고 무거웠던 것들을
잠시 벗어놓고
몸과 마음을 가볍게 하고 걷는 것이
즐거움일 때 삶이 편하다
평화로운 마음으로
인적 드문 길을 따라 걸어가면
마음의 통로도 환하게 넓혀지고
신선한 공기 속에
고요한 시간을 만들면
욕심도 욕망도 다스릴 수 있다
바쁘고 힘들어 걸음걸이도 지쳐 있을 때
일상을 떠나 숲길을 거닌다는 것은
삶을 사랑할 줄 안다는 것이다
-용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