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왕국 유다의 마지막 왕인 시드기야가 바벨론으로 끌려가는 것으로 남왕국 유다의 왕은 더 이상 이어지지 않고 끊기고 맙니다. 남왕국 유다가 결국 바벨론에 의해 멸망한 것입니다. 예루살렘을 비롯한 남왕국 유다를 완전히 점령한 바벨론은 느부갓네살 왕의 시위대장(侍衛隊長)인 느부사라단(Nebuzaradan)을 예루살렘으로 보내어 예루살렘에 있는 하나님의 성전과 왕궁을 모두 불사르고 파괴합니다(8절, 9절). 그리고 예루살렘의 성벽을 모두 헐어버립니다(10절). 이렇게 예루살렘은 하나님께서 선지자들을 통해 예언하시면서 경고하신 것처럼 파괴되고 맙니다. 그리고 예루살렘 성의 백성을 모두 포로로 끌고 가는데, 비천한 자들만 남겨두어 포도원을 관리하고 농부가 되어 농사를 짓게 하였습니다(11절, 12절).
13절부터 17절에서는 바벨론이 하나님의 성전을 어떻게 유린(蹂躪)하고 파괴했는지를 자세히 기록하고 있습니다. 성전 안에 있는 모든 성물(聖物)들과 성구(聖具)들을 탈취하여 바벨론으로 가지고 갑니다. 하나님의 성전에 있는 두 기둥까지도 바벨론으로 가지고 갔는데, 이 두 기둥은 야긴(יִכִין, Jachin)과 보아스(בֹּעַז, Boaz)라고 불리는데, 야긴은 “여호와께서 세우셨다”라는 의미이고, 보아스는 “모든 능력은 여호와께로부터”라는 의미입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과 유다를 세우시고, 하나님의 능력으로 보호하시고 지켜주시는데, 이젠 하나님의 영광이 유다 왕국에서 떠나간 것입니다. 하나님을 거역하고 하나님의 성전을 더럽게 한 악행의 결과는 하나님의 진노임을 처절하게 보여주신 것입니다.
예루살렘의 주요한 지도자들과 고관(高官)들도 사로잡아 바벨론 왕으로 끌고 갔고, 바벨론 왕은 그들을 하맛(Hamath) 땅 립나(Libnah)에서 다 쳐죽이고, 유다 백성을 바벨론으로 포로로 끌고 갑니다(18절~21절). 그리고 바벨론 왕 느부갓네살은 사반(Shaphan)의 손자이며, 아히감(Ahikam)의 아들인 그달리야(Gedaliah)를 유다 총독으로 삼아 유다를 다스리게 하였습니다. 그달리야의 할아버지인 사반은 종교개혁을 감행했던 요시야 왕의 서기관이었으니 바벨론 왕에 의해 임명된 것이지만, 하나님을 온전히 섬기고자 하는 자가 유다의 총독으로 임명된 것입니다. 그 당시 하나님은 예레미야 선지자를 통해 바벨론에게 굴복하라고는 메시지를 유다 왕국에 계속 전했는데, 그달리야는 예레미야 선지자를 통해서 전해진 하나님의 말씀에 그대로 따르려고 하였습니다(24절). 그러나 남왕국 유다의 군대 지휘관들과 그의 무리들은 바벨론에게 굴복하고 바벨론 왕을 섬기라는 그달리야를 못마땅하게 여겼고, 결국 군대지휘자들인 이스마엘(Ishmael), 요하난(Johanan), 스라야(Seraiah), 야아사니야(Jaazaniah) 등은 그달리야가 있는 미스바(Mizpah)로 가서 그달리야를 죽이고, 애굽으로 도망갑니다(23절~26절). 이들은 애굽을 의지하면 바벨론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여긴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말씀을 듣지 않고 자기들의 생각에 따라 움직인 그들의 계획은 이뤄질 수 없었습니다.
시드기야 왕 이전에 바벨론으로 포로로 끌려갔던 여호야긴 왕은 느부갓네살 왕을 이어 바벨론의 왕이 된 느부갓네살의 아들 에윌므로닥(Evil-Merodach)에 의해 석방되어 여호야긴의 지위를 바벨론에 사로잡혀 온 다른 왕들보다 더 높여주고 죄수복을 벗고 왕과 함께 식사를 하게 하였으며 여호야긴이 필요로 하는 것들을 제공해 주는 호의를 베풉니다. 이것은 유다 백성이 바벨론에 포로로 끌려간 상태이지만, 언젠가는 다시 회복될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보게 하는 일이기도 하였습니다. 열왕기는 북왕국 이스라엘의 멸망과 남왕국 유다의 멸망으로 마무리되지만, 그것으로 완전히 끝나지 않고, 실낱같은 희망이 남아있음을 여지(餘地)로 남겨두면서 마무리됩니다.
하나님을 거역하고, 하나님을 존중히 여기지 않으며, 하나님을 모독하는 이들에게는 하나님의 진노와 심판, 그리고 하나님께서 내리시는 재앙으로 인해 망하는 결말밖에 없습니다. 하나님은 여전히 사랑의 하나님이시고, 은혜를 베푸시길 원하시면서 계속해서 우리가 돌이키길 기다리시고 있는데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하나님을 등지고 있으면 처참한 마지막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하나님께로 돌이켜 하나님만을 온전히 섬기는 귀한 믿음의 사람으로 살아가길 소망합니다. (안창국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