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음식은 불가에서 수행하는 스님들의 음식으로 5신주육(매운 맛과 향을 가진 파·마늘·부추·달래·흥거 5가지 채소와 술·고기)을 멀리하는 게 특징이죠. 이들 재료는 몸과 정신을 어지럽히거든요. 오염되지 않은 제철 식재료를 이용하고 조리 과정과 가짓수가 단순한 점도 장점이에요.” 사찰 음식 연구가인 대안 스님의 설명이다.
지구촌 곳곳에서 친환경 재료를 이용한 채식 라이프가 유행이다. 한국의 ‘사찰 음식’은 세계가 주목하는 대표적인 웰빙 식단. 그런데 한국에 사는 우리도 접하기가 쉽지 않다. 사찰 음식 전문 식당이 적기도 하지만 이들 중에는 ‘고객이 원한다’는 이유로 인공 조미료 또는 금기 재료 일부를 사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사찰에 들르면 언제라도 먹을 수 있지만 이 경우는 일상식이라 일반인이 사찰 음식의 장점을 느낄 만큼 매력적이진 않죠.”
지난 5월 중순에 문을 연 식당 ‘바루’는 제대로 된 사찰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맞은편 템플스테이 통합정보센터 5층에 위치한 ‘바루(02-2031-2081)’는 조계종에서 직접 운영하는 곳으로 대안 스님이 레시피를 만든다. 1주일에 한 번씩 지리산에서 채취한 산야초를 공수 받아 식재료로 사용하며 그릇도 발우(사찰에서 비구니가 사용하는 목기. 바루에서는 원주옻으로 9번 칠한 김을생 장인의 작품을 사용)를 쓴다.
“하나씩 순서대로 맛보는 서양식 코스 요리를 응용했어요. 커다란 그릇에 요리가 담겨 나오면 각자 앞에 놓인 4합 발우에 밥·국·반찬을 덜어 먹도록 했죠. 젊은 층과 외국인들에게 친숙하기 위해서죠.”
아직까지 메뉴는 ‘오늘의 메뉴’ 한 가지다. 무침·전·죽·초밥 또는 밀전병·누룽지 탕·연잎 밥 등 요리 종류가 조금씩 바뀐다.
“종단 차원에서 처음으로 운영하는 사찰 음식 체험관인 만큼 제대로 장점을 느끼고 돌아갔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기본은 지키되 ‘옛 맛과 현대의 맛’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조리 과정을 다채롭게 하고 접시에 내는 차림에도 멋을 조금 부렸습니다.”
초록 잎을 깔고 얇게 저민 하얀 무위에 정갈하게 올린 음식들은 나무 그릇 발우와 어울려 ‘자연 그대로’의 풍취를 선사한다. 건축가 승효상이 설계하고 인테리어까지 맡았다는 실내공간 역시 경내라도 들어온 듯 고즈넉한 분위기다.
월·화·목요일에는 대안 스님이 식당에 상주하며 직접 메뉴를 설명하고 질문도 받는다. 예약제(3시간 전)로 운영되며 저녁 식사에는 1인당 2만5000원, 3만1000원, 5만3000원 코스가 있다. 6월 1일부터는 점심 메뉴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