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커처럼
주영중
냉소적인 어둠 속 심장의 집착 저 웃음이 아프다 너의 눈은 거짓을 얘기하지 이런 도시에서 망상은 자연스러운 거죠 그런 거죠 망상이 망상을 낳는 곳마다 망상의 아버지 망상의 아이 망상의 타인들 춤을 광기의 춤을 멈추지 않을 걸 알아요 그렇게 이어질 날들 일그러진 웃음소리 저 웃음이 아프다 표백된 이념은 너무 강력하죠 저 축복의 가루들을 보세요 흩뿌려지는 비를 곧 청량한 기분으로 미소 지을 수 있을 거예요 작은 소망을 노래해요 새로운 표정을 정립해요 전우주에서 비웃음을 완전히 지울 수 없다면 아무도 찾을 수 없게 침묵의 그림자로 덮으세요 잔인한 불행 속에 영구히 냉동보관하세요 차라리 눈이 부셔 볼 수 없도록 더없이 밝은 빛 속에 숨기세요 어린 소년이 그랬듯 그 길은 아주 쉬울지 모르죠 깊은 잠에서 눈을 떠요 피를 기억해요 피로가 사라질 거예요 깜박이는 전구처럼 표정이 뒤바뀌고 겹쳐지는 순간들을 잊어요 햇빛 같은 편안한 웃음이 찾아올 거예요 쓸 수 없는 말이에요 발설할 수 없어요 취소해요 취소할게요 들불처럼 타올랐던 그런 불확실한 말들은 당장 취소할게요 이 세계와 어울릴 수 없는 말이죠 망할 카니발 전염병 조롱거리 모든 것은 결국 유머 속에 잠드는 것이니 이 세계의 모욕 모욕받았다는 표정은 장막 뒤로 보내고 기껏 쌓아올린 시간의 첨탑을 송두리째 무너뜨려요 가여운 운명과 저주의 순간을 기억해요 그 끔찍한 근묵자흑의 순간들은 광란의 축제를 위해 남겨 놓아요
조커처럼 2
주영중
아침부터 무슨 저런 영화를 채널을 돌리는 이가 있겠죠 케이블 시간표를 누가 저렇게 조정했을까요 아마도 우연이겠죠 이만 설거지를 하러 가야 해요 쌓여 있는 설거지거리가 기다리고 있어요 설거지가 끝날 즈음 조커가 피의 웃음을 흘려요 기분이 모양을 갖추기 전이에요 주륵 땀이 흐르고 오늘의 손맛은 어떨까요 어제의 음악 리액터들의 눈물은 표백된 것이었을까요 표백된 선량함 표백된 웃음 표백된 슬픔 표백된 우울 표백된 표정들과 세상의 조커들 조커의 웃음이 오늘의 어묵볶음과 단무지 무침에도 녹아들까요 그 맛은 쓸까요 냉소적일까요 사랑과 관심을 원할까요 존중의 단상 위에 당신을 올려놓는 법을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떳떳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게요 이 순간을 위대하게 만드는 모든 것을 위해 기도해요 저 잔과 검은 맥주와 절망스러운 음악과 분출하는 카오스를 위해 그 모든 것은 지금에 있고 거기에 있고 내일에 있을 거예요 되감아 보고 다시 보아도 그 순간만이 보여요 멈출 수가 없어요 그 순간을 위해 노래 불러요 어느 순간 나는 멀고도 가까운 것들에 옮겨 앉을 거예요 심장을 도는 행성들을 위해 그 사이를 위해 노래를 부를 거예요 시계에서 이탈한 시침과 분침과 초침이 허공 중에서 분방하게 돌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