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장의 「켈로이드」 감상 / 송재학
켈로이드
박장
갈비뼈에 금이 갔다 나도 모르게
끓고 있는 찜통 아래 매달려 있는 물방울 들여다봐도 구멍은 없고
스테인리스는 어떻게 뚫리는 걸까
매일 쓰던 컵이 물 묻은 손에서 조용히 갈라진 적 있다 아기를 받는 느낌이 이럴까
나의 아랫배에는 무언가를 꺼낸 자국이 있다
갈비뼈를 열고 너는 언제나 밤을 질주하고 보이지 않는 그것을 나는 응시하는데
한 방울씩 밤이 새고 한꺼번에 해가 뜨면
잠시 무지개를 떠먹기도 하지만 현관에도 식탁에도 침대 프레임에도 때운 자국은 티가 나고
가만 있으면 갈비뼈는 붙는다는데
무엇을 믿어 볼까
찜통을 주문한다 뚫릴 거라 굳게 믿으며
ㅡ계간 《포지션》 2024년 봄호 박장 / 1971년 제주 출생. 본명 박미영.경북대학교 국문과 졸업. 2023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
켈로이드는 피부의 상처가 치유되는 과정에 생성된 외부 흉터이다. 시의 단위에서라면 켈로이드는 여전히 상처라는 고백에 가깝다. 놀랍고 섬뜩한 문장, "나의 아랫배에는 무언가를 꺼낸 자국이 있다"의 정체성. 이것은 상처를 파헤치는 내부/내면의 상상력과 연결된다. 밤을 질주한 상처의 이름이었던 켈로이드는 지금도 상처의 모습이다. 아물었다고 짐작했지만 아직 아프다는 상처는 사랑으로 번안이 가능할까. 상처가 몸이란 것은 상처는 언제나 상처라는 생각까지 포함하고 있다. 현관에도 식탁에도 침대 프레임에도 돋아난 켈로이드는 시인의 확장성이면서 일상성이기에 시인은 언제나 생활의 상처로 살아가는 사람이다. "가만있으면 갈비뼈는 붙는다"라는 연약한 희망 때문에 켈로이드를 다시 만져본다. 이것은 좋은 일일까, 나쁜 일일까.
송재학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