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 윤동주, 서시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를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릴 때 동무들
하나, 둘, 죄다 잃어 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沈澱)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윤동주, 쉽게 쓰여진 시
계절이 자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읍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듯 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오.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는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나린 언덕우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읍니다.
단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우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외다.
- 윤동주, 별헤는 밤
봄이 혈관 속에 시내처럼 흘러
돌, 돌, 시내 가차운 언덕에
개나리, 진달래, 노-란 배추꽃,
삼동(三冬)을 참아온 나는
풀포기처럼 피어난다.
즐거운 종달새야
어느 이랑에서나 즐거웁게 솟쳐라.
푸르른 하늘은
아른아른 높기도 한데 …
-윤동주, 봄
실어다 뿌리는
바람처럼 씨원타.
솔나무 가지마다 새침히
고대를 돌리어 뻐들어지고,
밀치고
밀치운다.
이랑을 넘는 물결은
폭포처럼 피어오른다.
해변에 아이들이 모인다.
찰찰 손을 씻고 구보로.
바다는 자꾸 섧어진다.
갈매기의 노래에 ……
돌아도보고 돌아다보고
돌아가는 오늘의 바다여
-윤동주, 바다
여기저기서 단풍잎 같은
슬픈 가을이 뚝뚝 떨어진다.
단풍잎 떨어져 나온 자리마다
봄을 마련해 놓고 나뭇가지
위에 하늘이 펼쳐있다.
가만히 하늘을 들여다보려면
눈썹에 파란 물가이 묻어난다.
다시 손바닥을 들여다본다.
소금에는 맑은 강물이 흐르고,
강물 속에는 사랑처럼 슬픈 얼굴 -
아름다운 순이(順伊)의 얼굴이어린다.
소년은 황홀히 눈을 감아본다.
그래도 맑은 강물은 흘러
사랑처럼 슬픈 얼굴 -
아름다운 순이의 얼굴은 어린다.
-윤동주, 소년
파란 녹이 낀 구리거울속에
내 얼굴이 남아있는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게
이다지도 욕될가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줄에 줄이자
- 만 24년 1개월을
-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던가
래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줄의 참회록을 써야 한다
- 그때 그 젊은 나이에
- 왜 그런 부끄러운 고백을 했던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뒤모양이
거울속에 나타나온다
-윤동주, 참회록
다들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검은 옷을 입히시오.
다들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하얀 옷을 입히시오.
그리고 한 침대에
가즈런히 재우시요.
다들 울러들랑
젖을 먹이시요.
이제 새벽이 오면
나팔소리 들려 올 게외다.
-윤동주, 새벽이 올때까지
글쓴이가 윤동주 시인을 좋아해서(tmi) 윤동주님의 시를 몇 편 모아봤어! 문제시 수정!
첫댓글 윤동주 시는 읽을 때마다 다른 느낌이라 뭔가 신기해
아 너무좋다ㅜㅜㅜㅜㅜㅜㅜㅜㅜ
혹시 첫짤공유가능해?
@사요코 여깅! tmi지만 영국드라마 닥터후 고흐 에피소드 중 한 장면이얌!
@지민이와 사랑해ㅜㅜㅜㅜ
삭제된 댓글 입니다.
이런 댓글 남겨줘서 내가 더 고맙당 ღ'ᴗ'ღ
크.. 중간중간 동주 영화 장면까지 있어서 더 좋다 잘 봤어!!
윤동주 시인님 시는 읽을면 읽을수록 먹먹해져 새벽에 이런 좋은글 너무 고마워
삭제된 댓글 입니다.
♡
좋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라는 말 너무 예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