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칭 비대칭으로 / 최지원
초승달을 벽에 걸어두면 난감하다
벽이 일그러질 수도 있다
검붉게 금이 갈 수도 있다
그렇다고 급하게 중심선을 맞추다 보면
충혈된 고양이 발톱 아래 파도가 부서지기도 해
검푸른 밤을 벼리던 낫이 되기도 하는 달,
언제 낮이 될지 가늠하기 어려워
수평선 너머로 부메랑을 날려 보내면
해안선이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어
가만히 두고 보는 게 달을 회복하는 일
저 혼자 쭈그러들었다 부풀기를 반복하다
혹시 거울이 되어 나를 잘못 비출까,
손잡이의 방향을 비틀어 본다
대칭, 비대칭으로
- 『감응의 구간』 형상시학 10집(2022)
* 최지원 시인
2014년 《월간문학 》동시 등단, 2016년 《시산맥》 시 등단
시집 『얼음에서 새에게로』
동시집 『초승달 지팡이는 어디에 있을까?』
2016년 최치원 시인 문학상, 2019년 황금펜 아동문학상
2020년 한국출판진흥원 창작지원금 수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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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 상 ]
사랑의 속성을 감칠맛 나게 노래한 시를 다시 주목해 보았다.
이 시에서 초승달은 버거운 사랑이라고 볼 수 있다.
그 무게감 때문에 나를 지탱하던 벽이 일그러질 수도 있다.
사랑의 상처로 검붉게 금이 갈 수도 있다.
사랑을 하면서 중심 잡기가 쉽지 않아 곧잘 서로 안에 있는 고양이 발톱이 드러나 파도 같은 격랑이
둘 사이에 일어나기도 한다.
한 번 부딪히고 나면 언제 낮처럼 화해가 될지 가늠하기가 어렵다.
수평선처럼 멀어진 그대에게 돌아오라고 부메랑을 날려보지만 자칫하면 해안선이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어 가만히 두고 보는 게 상책일 수도 있다.
가만히 두고 기다려보는 게 초승달같이 변덕스러운 사랑을 회복하는 비결일 수도 있다고 독백하는
마음고생이 눈에 선하다.
저 혼자 쭈그러들었다 부풀기를 반복하는 내 마음이 또한 당신의 마음.
내 사랑을 대변해주는 완벽한 형상도 언어도 찾기 어렵다.
하루에도 몇 번씩 이 사랑의 흐름을 주도해보려고 손잡이의 방향을 비틀어본다. 대칭, 비대칭으로.
대칭이란 “내 맘 짚어 남의 맘”이라고 자신의 마음을 그대로 복사해 보는 것이고,
비대칭이란 이리저리 돌려보고 맞춰 보아도 알 수 없는 연인의 마음을 나타내는 것일 게다.
이쯤 되면 사랑의 속성이 얼마나 복잡한지 짐작이 간다.
한 치도 에누리 없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연인들이 겪어야 하는 고충을 여실하게 형상화 했다.
자신의 사랑이 지금 시작하는 초승달인지 저물어가는 그믐달인지 자신조차 가늠할 수 없는 때일 것이다.
그러나 화자인 시인은 현명하다.
가만히 두고 보는 게 달을 회복하는 일임을 깨닫고 있다.
모든 이치가 이러한 관조와 거리 두기에서 밝아지고 자리 잡아 간다는 것을 우리는 계속 배운다.
하늘 아래서 사람을 사랑하는 것만큼 우리로 들끓게도 하고 다 내려놓고 잠잠하게
기다림을 배우게 하는 일이 드물 것이다.
시 쓰기에서 시인들은 한편 이런 사랑앓이와 가슴앓이를 한다.
한 편의 시는 그렇게 탄생된다는 것을 알기에 태어나는 모든 형태의 달들, 시들을
옷섶을 여미어 읽고 사랑하고자 한다.
푸코가 보르헤스의 텍스트를 만나 명저를 남겼듯이 시를 쓰고 있는 우리에게도
이러한 만남이 베풀어져 서로에게 상생을 가져오기를 바라본다.
그러기 위해서 초승달처럼 검푸른 밤을 벼리는 언어의 낫을 늘 갈아야 한다고 다짐해 본다.
- 나금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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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속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대칭인 것 같지만, 비대칭인 걸 어쩌랴.
신이 만든 모든 것들은 어쩌면 비대칭이 아닐까?
하지만 신의 영감을 받은 인간들의 창조물 가운데는 대칭을 이루는 것들이 너무 많다,
대칭이 주는 안정감에 비하면 비대칭에는 긍정보다는 부정이 존재한다.
결국 비대칭은 고통과 번민 우울의 또 다른 모습이다.
시인이 초승달을 벽에 걸어둔 것도 중심선을 어떻게 맞출지를 고민하는 비극적 현실인식의 다름 아니다.
낫과 부메랑으로 초승달을 끌고 가면서, 고통의 자리에 시의 즙을 바른다.
새살이 오르듯 가만히 두고 보는 과정을 통해 이리저리 꿈틀거리면서 완전하게 둥근 보름달을 기다리고 있다.
- 박윤배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