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는 이 성복 시인의 첫 시집입니다.
그는 첫 시집의 시를 랭보와 보들레르에서 베꼈다고 스스로 말하는 사람입니다.
칠순을 넘긴 시인으로 그의 첫 시집은 발표이래 40년간 꾸준히 판매되며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다고 하지요.
그의 시는 기교와 운율을 베제한 문체입니다.
그래서 건조해 보이기도 하지만 특히 독자에게 짧은 이야기 하나를 사실적으로 던져주는 독특함이 매력이지요.
수학 공식이나 패턴에서 느낄 수 있는 그런 명료함이 빛나는 시인으로 제가 알고있는 몇 안되는 시인중의 한 분입입니다.
어떤 싸움의 기록 (이성복)
'그는 아버지의 다리를 잡고 개새끼 건방진 자식 하며
비틀거리며 아버지의 샤쓰를 찢어발기고 아버지는 주먹을
휘둘러 그의 얼굴을 내리쳤지만 나는 보고만 있었다
그는 또 눈알을 부라리며 이 씨발놈아 비겁한 놈아 하며
아버지의 팔을 꺾었고 아버지는 겨우 그의 모가지를
문 밖으로 밀쳐냈다 나는 보고만 있었다 그는 신발 신은 채
마루로 다시 기어 올라 술병을 치켜들고 아버지를 내리
찍으려 할 때 어머니와 큰누나와 작은누나의 비명,
나는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의 땀 냄새와 술 냄새를 맡으며
그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소리 질렀다 죽여 버릴 테야
法도 모르는 놈 나는 개처럼 울부짖었다 죽여 버릴 테야
별은 안 보이고 갸웃이 열린 문 틈으로 사람들의 얼굴이
라일락꽃처럼 반짝였다 나는 또 한번 소리 질렀다
이 동네는 法도 없는 동네냐 法도 없어 法도 그러나
나의 팔은 罪 짓기 싫어 가볍게 떨었다 근처 市場에서
바람이 비린내를 몰아왔다 門 열어 두어라 되돌아올
때까지 톡, 톡 물 듣는 소리를 지우며 아버지는 말했다'
첫 시집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에 실린 시로
기존의 도덕과 옳고 그름을 허구라 여기는 시선을 볼 수 있으니 좋아하지 않을수 없는 시인입니다.
시인의 시론집 (무한화서 -'Indeterminate Inflorescence: Notes from a poetry class')가
영국에서 번역 출간된다는 소식이 가디언지에 실렸기에 발췌하여 소개합니다.
국내에서는 연합뉴스가 단신으로 소개하였고 이외의 매체에서는 비중있게 다뤄지지 않은듯 합니다.
이 기사는 2024년 10월 20일에 수정되었으니 한달 전쯤의 기사입니다.
제목 : 케이팝, 케이팝, 영화, 노벨상... 그리고 이제 케이시: 한국의 문화 영광을 더하는 지혜로운 책
한강의 노벨상 수상과 한국 영화 흥행 이후 펭귄(역주:영국의 출판사)은 미국 성공에 힘입어 이성복의 신간 영어판 격언을 출간합니다
72세 시인이 다른 시인들에게 통찰력 있는 조언을 차분하게 담아 쓴 현명한 시론 모음집은
한국 문학에 대한 수요 급증으로 인해 생겨난 최신의, 그리고 아마도 가장 예상치 못한 책일 것입니다.
이성복은 시론《무한화서 》 에서 “그네를 타듯 말을 차보세요. 발바닥이 하늘을 만지는 듯한 느낌을 받아야 합니다.”라고 제안한다 .
작년에 미국의 소규모 전문 출판사에서 번역으로 인쇄된 이 작품은 예상치 못하게 서점에서 매진되어 4회에 걸쳐 재빨리 재판되었고,
출판사는 저녁 시간을 전 세계에 사본을 보내는 데 보냈습니다. 이제 펭귄은 11월에 첫 번째 큰 영어판을 출간할 예정입니다.
이 소식은 지난 주 노벨 문학상이 한강에게 수여되었다는 발표에 이은 것입니다.
한강 은 이제 한국인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을 뿐만 아니라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가 되었습니다.
한강(53세)은 The Vegetarian 과 Human Acts 등의 책을 썼으며, 지난 며칠 동안 국제 판매 수치가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대중 소설 시장에서도 한국 소설의 매력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
최근 베스트셀러로는 황보름 작가의 ' 현암동 독서모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조남주 작가 의 '82년생 김지영' ,
그리고 한국계 미국인 작가인 이민진 작가의 '파친코'가 있습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17년에 가장 좋아했던 작품입니다 .
손원평 작가의 히트작 ' 아몬드 '가 같은 해에 출간되었고, 내년에는 '서른의 반격: 소설' 이 후속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
따라서 11월 14일에 이영복의 470개의 서정적인 통찰력의 가사가 출간됨으로써
10년 전 영국 전역에서 K-Pop 음악이 처음 유행했던 K-컬처 열풍보다 더 고급스러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베스트셀러 '죽고 싶지만 여전히 떡볶이가 먹고 싶다'를 집필한 것으로 유명한 스웨덴의 번역가 안톤 허는
서울의 한 서점에서 이성복 컬렉션을 발견하고 곧바로 유혹에 빠졌습니다.
결국 그는 시애틀에 본사를 둔 서브루너리를 설득하여 출판의 위험을 감수하도록 했습니다.
작년까지 영어로 출간된 한국어 책은 매년 10권 정도에 불과했기 때문이지요.
상주에서 태어난 이성복은 이미 한국에서 유명한 현존 시인 중 한 명입니다.
Sublunary의 출판자인 조쉬 로세스는 이 책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 수준에 놀랐지만,
글쓰기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책을 소유하고 싶어하는 이유를 바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성복의 문학적 격언 중 상당수는 시 자체와 매우 유사하게 읽힙니다.
출판자인 조쉬는 "저는 적어도 기도부터 빈라덴 체포, 골프까지 모든 것과 시를 의미 있게 연결할 수 있는 다른 책을 아직 만나지 못했습니다." 라고 합니다.
첫댓글 조금전 아내와 아산 신정호에 다녀오는 차속에서 들은 얘기입니다
아내 지인의 남편이 다니는 정미소에서 아들이 아버지한테 개새끼 때려죽인다 하고
싸우는 모습을 보고 그만두었다는데 아들한테 욕먹은 아버지가 그아버지한테 그런식으로
욕해서 정미소를 물려받았다고 합니다
이성복시인의 글이 제가 들은 얘기와 상황이 너무 비슷해 섬뜩합니다
아버지와 싸우는 사람이
형, 또는 빗쟁이 , 아버지와 원한관계의 사람등 여러 평이 있는것 같데요.
만약 아버지와 싸우는 사람이 형이라고 한다면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비극의 의미가 명확해지겠습니다.
이성복 시인에 대해서
세세히 써주신 단풍 님 글 덕분에
잊고 있었던 시인을 생각해 봅니다.
단풍 님 글이 아니었더라면
제 기억 속에 영원히 묻혀 버렸을
이성복 시인.
한때 이성복 시인의 시를 좋아했답니다.
그런데 이렇게 쉽게 잊고 살다니~
다시 그분의 시를 읽어 봐야겠습니다.
단풍 님, 고맙습니다.
워낙 유명한 분이라 시와 거리가 있는 저도 알고있습니다.
시집도 스테디 셀러이지요
시인을 찾아보다가 우연히 기사를 발견했습니다
이걸 슬픔이라 해야 하나.
이렇게 단순하게 말할 수 없는
뭐라 규정짓기 어려운 이 눈물 나는
감정을 뭐라 해야 하는지요.
뭔가 덩어리 져 뭉치면서
심장을 두드리는 것 같은 이 글귀
“문 열어 두어라 되돌아 올 때까지”
자식이 칼이 되어 달려들면
기꺼이 칼집이 되어 그 칼을 받아들이는 것이 부모인 것이
저 몇 글자에 밀도 있게 압축되어 있어서
잠시 안구에 습기찼었습니다.
'나의 팔은 죄 짓기 싫어 가볍게 떨었다 근처 시장에서 바람이 비린내를 몰아왔다'
원초적인 감정을 이렇게 표현할수있구나,그런 생각을했었지요
서정과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문체가 참으로 구질구질하지 않아서 ~
ㅎ
그리고 댓글이 안달려서 가엽게 보였는지
어떤 분인지는 몰라도 지금 추천을 해주고 갔네요 ㅎㅎㅎ
문득 외국인들은 한국의 시를 어떤 느낌으로 읽고 받아드릴까가 궁금해졌습니다.
한국인의 정서에는 인류 보편의 정서보다는 훨씬 더 깊은 역사적 문화적 배경이 깔려있는데, 그런 정서가 소설 같은 서술형이 아닌 시로 표현된 함축을 어떻게 느끼고 받아드릴지...
저는 시를 잘 모르고 이성복 시인도
몰랐지만, 한국의 것이 세계 속에 점점 그 영역을 넓혀가는 것은 참 가슴 뿌듯한 일입니다.
최근 한국소설의 영역이 매년 대략 10편 정도로 급격히 늘어났다고 해요
그렇다면 조만간 우리의 詩도 다양하게 번역되어 세계인들로 부터 사랑받을 날이 있겠지요
일본은 만화나 가벼운 소설의 번역은 헤아릴수 없을 정도이고 정통소설 분야는 년 30편 정도라는 자료를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