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가족이 미국으로 이사를 하며
맡겨놓은 짐들이 이곳저곳 빈공간에 자리한다.
내방에도 일부 짐이 들어 왔는데
책 200여권 밀고 들어온 작은 방은 때문에 더욱 좁아 보이고..
그나저나
대체 이녀석
성장기에는 무슨 책들을 봤는지 호기심으로 홅어보는데
인문사회계는 물론 자연계 양서들도 꽤 눈에 보여 ..미소짓게 한다.
개중에는
양서들과 결이 다른 책도 있다..이를테면
2000년대 나온 체게바라 평전 같은 서적이 그것인데
아마도 이 책은 그 시기 인기 있는 책이었나 보다.
나는 소년기 이미 혁명을 꿈꿧다.
어린 마음에도 온갖 부조리가 눈에 들어오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혁명의 길밖에 없어 보였다.
하지만 성장과정에서.. 혁명에 대한 확신이 서서히 무너지며
30대에 들어와 그게 얼마나 무망한 길인가 하는걸 깨닫고 꿈을 접는다.
인간이란 태생적으로
악을 친구 삼아 살아가는 동물이란 생각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꿈을 버렸으니.. 안하려 했던 결혼도 하게 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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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사회학에서 말하는 혁명이란
이념적 변화는 물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사회 전반에 걸쳐 급격한 변화를 가져오는..
말하자면 체제 전복이라 할 수도 있겠는데
때문에 대체로 비합법적 수단이 동원된다.
(정치적 의미 이외에 기술이나 과학분야에서 근본적이고도
급격한 변화가 이루어질 경우 혁명이란 말이 사용되기도 하지만..)
여기에서
인간은 혁명이란 이름으로
세상이 안고 있는 난제를 몽땅 해결할 수 있는가?
한마디로 "없다" 이다.. 없다~라는게 그동안 혁명팔이로
입신양명한 수많은 사례들이 입증하잖는가...
(물론 긍정적 혁명도 있긴 있었겠지만..)
해서 하고자 하는 말은
직업적 게릴라 정도의 존재를
혁명이란 미명으로 우상화 하는 일에 적극 동조하는 일
이제는 그만했으면 좋겟다는 것이다.
*
지난 세기..
볼세비키 혁명이라든가 쿠바혁명으로
지구촌 일각에서 큰 변화 있었고 그 변화의 파장이 전세계로 물결쳤다.
그러나 그 결과는 순기능 보다 역기능으로 흘러 넘쳐 참담했던 것..
쿠바 혁명이라니 ..그것도 혁명?
혁명이라 하는데 그 결과가 전보다 긍정적이던가?
100년 가까이 세습독재에 빈곤국인 쿠바..그게 혁명의 결과라면
혁명이란 말이 오남용되는 차원을 넘어 참으로 슬픈 결말이다.
혁명가란 미명으로 포장된 그들..
잔인한 살륙과 유혈로 싸우는게 일상인 그들이기에..
혁명가라는 것이 그들에겐
그저 생계수단으로 기능하는
하나의 직업일 뿐이다.
*
서양의 시민혁명은
왕이나 봉건군주 중심의 수직적 질서를 수평적으로 만들어 가는 모양새를 보여준다.
하지만 카스트로 스탈린은 혁명이 성공했다는 이후에도 여전히 독재요 세습적이고 수직적이다.
그러니 혁명이라 말하기 민망하다.
이곳저곳 중남미 각처에서 발생한 혁명이란 이름들의 득세도
결국 권력찬탈싸움으로 변질되었다...초심은 어떠했는지 몰라도 그 결말들이 그리 되었다.
그래도 체게바라는 양심이 있어 쿠바를 떠난 모양새지만
그후 목표 잃은 게릴라 활동으로 볼리비아에서 최후를 맞는다.
말년의 체게바라에게
당신은 스스로를 혁명가로 생각하나?..묻고 싶다.
첫댓글
혁명가,
그것은 제 사전에는 없는 듯이 성장 했지요.
사회생활과 결혼 후에도
엄마로써 지켜야 할 품행을 가지는 것이
먼저로 알고 살았기 때문에
혁명이란, 아무나 하는 일이라고는 생각않습니다.
그러니,
가을님의 말씀에는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세상을 고치고 싶으면,
자신을 먼저 고쳐라'는 말을 믿습니다.ㅎ
댓글로 쓰기에는 좀 쩝쩝하기도 하나
어쩔 수 없는 부분입니다.
저는 선동을 하거나 모험을 하거나
앞장서거나 그러한 짓은 못하지요.^^
여성은 물론 남성회원도
열람하거나 댓글 쓰기 어려운 게시글입니다.
그럼에도 콩꽃님 책임감으로 댓글 주시니 감사합니다.
저는 취향이 아닌 글 그냥 넘어 가는데..
콩꽃님은 그러지 않으시고 일일이 읽고
또 댓글 다는 그 고충 제가 충분히 이해합니다.
짧게 요약하면
제 경험으로 인간사 선악이 공존한다..운명이다.
악을 일소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이런 말이 되겠습니다.
제가 학교 다니던 시절이 전두환 초기라 많이 어수선했어요.
데모를 하면 남자들 많은 공대생들을 늘 전위에 세웠는데, 그 전위를 막는 전경들도 몇달 전까지 같은 학교를 다니던 또래들이라...
앞줄에 섰다가 돌아 나온 적이 있습니다.
군사 정부와 데모 주동 세력인 주시파들은 다 뒤에 숨어서 조종만 하고 앞에서는 전혀 서로 싸울 이유가 없는 청년들이 꼭두각시가 되어 부딪히고 있었지요.
그때 뒤로 물러나온 후, 나라를 바꾸는 방법이 무엇인지가 오랫동안 화두가 되었습니다.
별 영향력 없는 글이지만 제가 쓰는 글에는 우리의 동질감을 찾고 미래를 꿈꾸어 보는 사회 변화의 의지가 미약하나마 깔려 있습니다. ㅎ
마음자리님의 속 깊은 마음 잘 이해합니다.
그마음이 널리 잘 전달 되면 참 좋을텐데..난망이지요...
세상을 바로 잡기 위한 대의명분의 길이
비합법적 수단을 취해야만 걸을 수 있는 길임을
깨닫고는 그 꿈 내려놓으셨네요.
정의로운 결과를 얻는다고 해도
그 과정이 온당하지 못하다면
그 결과는 이미 정의를 잃는 것.
양심팔이 못하는
정의로운 가을님이세요.
아닙니다.
저도 폭력혁명을 생각했습니다.
다만 혁명으로 인간세상이 좋아질 거라는 기대가
헛된 생각이란 것을..무망하다는 걸 알게 되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