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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콜 법정대수 200% 증차 약속했지만, ‘불수용’
24시간 도입 안 하는 이유? “새벽에는 구급차 이용하라”
장애계 “세종시는 특별교통수단 약속 이행해야”
25일 11시, 탈시설장애인당(當)과 세종장차연은 국토교통부 정문 앞에서 세종시 장애인콜택시에 대한 약속 이행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 활동가가 '즉시콜! 즉시콜! 즉시콜! 즉시콜! 바로콜! 바로콜! 바로콜! 바로콜!'이라고 적혀 있는 손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제공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세종도시교통공사의 ‘누리콜’ 공공운영이 5개월이나 지났음에도,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했던 장애인콜택시 운영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 세종시가 장애계와 약속한 내용을 이행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25일 11시, 탈시설장애인당(當)과 세종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세종장차연)는 국토교통부 정문 앞에서 세종시 장애인콜택시에 대한 약속 이행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장애계와 세종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1년여간 세종시에서 장애인 이동권 투쟁을 벌였다. 이들은 그동안 세종시 장애인콜택시 ‘누리콜’의 민간위탁으로 발생했던 문제들을 지적하며, 특별교통수단의 공공성 강화를 목표로 319일간 투쟁하고 176일간 세종시청 앞에서 천막 농성을 진행했다.
기나긴 장애계의 투쟁 끝에 마침내 세종시가 공공성 확보의 필요성을 인정하며 지난 7월부터 민간단체 위탁이 아닌, 세종도시교통공사가 3년간 누리콜을 운영하게 되었다. 세종시는 협의 과정에서 장애계에 △2~3년에 걸쳐 특별교통수단 200% 도입 △즉시콜 및 24시간 운영 △바우처 택시 도입을 통한 휠체어·비휠체어 차량 분리 등을 약속했다.
그런데 문제는 세종도시교통공사가 누리콜을 운영한 지 5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약속한 내용을 하나도 지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탈시설장애인당(當)과 세종장차연이 세종도시교통공사 앞에서 세종시 장애인콜택시에 대한 약속 이행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제공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 누리콜 법정대수 200% 증차 약속했지만, “불수용”
세종시는 현재 특별교통수단 법정 기준을 초과 달성했다고 자화자찬하고 있다. 지난 10월 13일, 세종건설교통국 교통기획담당자는 세종장차연의 ‘누리콜 200% 증차’ 약속 이행에 대해 “세종시는 총 26대의 누리콜을 운행 중으로, 123.8% 보급률을 보인다. 이는 17대 시·도 대비 전국 최고 수준”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세종시가 제시한 수치는 잘못됐다. 휠체어 탑승설비가 없는 일반 승용차도 법정대수에 포함한 것이다. 이를 제외하고서, 현재 세종시가 보유하고 있는 ‘휠체어 탑승설비가 있는’ 특장차는 15대에 불과하다. 이는 세종시가 지켜야 할 법정대수(24대)의 62.5%에 그친다.
세종시가 책임있는 공공운영으로 장애인 이동권 보장에 앞장서는 것이 아닌, 여전히 꼼수를 부리며 눈속임하고 있는 것이다.
누리콜 차량 대수는 기존에 세종시지체장애인협회가 민간위탁했을 당시보다 17대에서 21대로, 총 4대가 늘었다. 그러나 휠체어 탑승설비 없는 승용차만 증가했을 뿐이다. 승용차만 5대 늘고, 특장차는 1대 감소해서 실제 휠체어 탄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차량은 오히려 1대 줄었다.
여기에 1명의 운전원이 1대의 차량을 운행하는 지정차량제 문제가 겹치면서, 차량 증가 효과는 뭉개졌다. 현재 세종시는 하루 8시간(휴게시간 제외)밖에 운행하지 않는 데다가, 교대근무가 없어 그 밖의 시간에는 차량 운행을 하지 않는다. 다른 지역의 경우, 운전원 퇴근으로 유휴차량이 발생하지 않도록 다음 시간에 근무하는 운전원에게 차량을 양도하는 것과 대조된다. 그 결과, 과거보다 누리콜 총 대수는 늘었지만, 실제 운행 대수는 1대가 줄은 21대가 되었다.
김인숙 세종장차연 활동가가 '비장애인만 타는 차별버스 OUT, 버스 대·폐차 시 저상버스 도입의무화'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 전장연
- 세종시에서 장애인콜택시 이용하려면 이틀 전 예약해야
세종시 장애인들은 가뜩이나 적은 저상버스로 인해, 특별교통수단이 더욱 절실하다. 그러나 세종시 장애인들이 누리콜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이틀 전에 예약해야 한다.
세종시는 즉시콜 운영에 대해, 그간의 협의를 무시한 채 ‘효율성이 없다’는 이유로 약속 이행을 하지 않고 있다. 특히 이용객이 사전예약시스템을 선호한다며, 예약제를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세종시의 답변과 달리, 수많은 장애인들은 예약제에 불만을 표하고 있다. 김인숙 세종장차연 활동가는 “장애인들은 누리콜을 예약하기 위해 오전 7시에 일어나서 100통의 통화를 시도해야 한다. 이렇게 고통받는 장애인을 뒤로하고 세종시는 효율성만 운운하고 있다”라며 “한 대에 5천만 원인 누리콜을 5대나 운행하지 않아, 총 2억 5천만 원의 세금이 그냥 묻혀 있고, 오히려 운행되는 특장차는 한 대가 더 감차했다. 이렇게 고통받는 장애인들을 뒤로하고 어떻게 효율성을 운운할 수 있느냐”라고 지적했다.
지난 9월, 세종도시교통공사의 월간 실적 분석에 따르면 누리콜 사전 예약(2일전 예약제) 비율은 81.3%, 당일예약(즉시콜)은 17.1%, 정기예약은 1.6%로 나타났다.
세종장차연은 “즉시콜이 있더라도, 장애인들끼리 이른 시간 예약경쟁을 해야 한다. 이 때문에 즉시콜 이용자 수는 적고, 사전 예약 이용자 수가 많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사회에서 택시 이용을 위해 이틀 전 예약을 강제하는 건 상상할 수 없다. 2일 전 예약제는 장애인의 이동할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피켓에 '장애인도 새벽에 이동할 권리가 있다!!'라고 적혀 있다. 사진 제공 전장연
- 24시간 도입 안 하는 이유? “새벽에는 구급차 이용하라”
세종시는 약속한 누리콜 24시간 운영에 대해서도 외면하고 있다.
현재 세종시는 자정부터 오전 5시 30분까지는 장애인콜택시를 운행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특별교통수단 외 대체이동수단이 없는 중증장애인은 새벽 시간에 이동할 수 없으며, 위급상황 발생 시 대처할 방안이 없다.
그러나 세종시는 누리콜 24시간 운영 요구에 ‘새벽시간 긴급 상황 시 구급차량 이용이 가능하다. 또한 야간 시간 이용건수가 미비하고, (코로나로) 저녁 10시 이후 이용가능한 시설도 없어 자정까지만 운영하겠다’라며 ‘코로나 상황이 진정세가 유지되고 ’위드코로나’로 전환될 경우 운영시간 연장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세종장차연은 “이춘희 세종시장은 특별교통수단 ‘누리콜’ 공공화 과정에서 연내 법정대수 100% 준수와 24시간 운영을 약속했다. 세종시는 특별교통수단 공공화 과정에서 약속한 공약을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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